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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사람 사는 이야기]
  • 박오늘 기자 ( . )
  • 승인 2009.09.02 08:40 | 최종수정 2009.09.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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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상봉

휴가들 다녀오셨나요? 산 바닷가 계곡, 어디로 다녀오셨나요? 이제 여름휴가는 여름이면 꼭 치러야 할 행사 아닌 행사가 되었습니다. 바닷가 물놀이를 가든지 계곡 피서를 가든지, 집 떠나면 고생길이라고 말들을 하면서도 굳이 먼 길 마다 않고 달려갑니다. 바가지요금에 불친절에 짜증을 내면서도 등 떠밀리듯이 그 길을 나섭니다.

지난여름에 인천에서 가까운 한 섬에 모임이 있어 잠시 다녀왔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간다는 것은 질색할 일이지만, 모임의 취지가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자는 것이기에 반대할 형편이 못 되었습니다.

일몰 무렵에야 배를 타고 그 섬에 들어갔습니다. 선착장 반대편에 있는 해수욕장까지는 외길인지라 섬 풍광을 보면서 가는데, 군데군데 눈에 띄는 모텔이며 펜션들은 이 땅 그 어디도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파헤쳐지는 산하의 그늘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우울한 생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섬은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저녁을 맞이하는 섬은 너나없이 저녁준비로 부산합니다. 바다 속에서 즐기느라 허기지는 줄도 모르고 논 모양입니다. 물기 젖은 수영복 차림 그대로 사람들이 제 텐트나 그늘막 속으로 모여 앉아서는 불을 피워 올립니다. 멀리서 바라보자니 야영촌 위로 연기가 올라갑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연기도 냄새도 미처 빠져나갈 새 없이 이쪽 텐트에서도 저쪽 그늘막에서도 고기를 구워먹고 있습니다. 숯불구이를 하는 집도 있고 생고기를 그대로 굽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나같이 고기를 구워 먹는 그 모습이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였습니다. 익숙하다는 것은 우리의 회식문화(이럴 때 이걸 문화라고까지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만) 또는 놀이문화가 먹는 것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아는 터라 드는 생각이었고, 낯설다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집단적(?)으로 하나같이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누군가 “먼 길 떠나와 피곤하고 하루 종일 물장구로 고단한 몸에 영양보충하나 보다.” 그럽니다.

“우리 애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밥을 두세 배는 먹어야 배부르다고 그래. 아무리 먹어도 허기지고 배고파하지. 우리 아이들은 정말 받아야 할 사랑을 못 받았거든. 그래서 자꾸만 먹으려고 해. 허기지고 늘 배고파하고 그러지.”

오래 전에, 버려진 장애아들과 함께 살던 분이 들려주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아이들한테 정부에서 주는 정부미를 일반미로 바꾸어 먹이느라 애를 쓰시던 분입니다. 찰진 밥도 남들보다는 두세 배를 먹어야 포만감을 느끼는 아이들한테 찰기라곤 하나도 없는 밥을 주면 하루 종일 허기져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남들보다 배고파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였습니다.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 원장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따스하게 보살펴도 아이들의 상처를 아물게 하기에는 부족하였습니다.

연기와 냄새가 빠져나갈 새도 없이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그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너나없이 사랑을 상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먹는 걸로 허기를 푸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을 떠나 온 휴가지, 그곳에서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알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걸까? 집 떠나는 게 고생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집을 떠나오고 그래서 자연 속에서 보내는 단 며칠의 시간 동안 서로를 좀 더 알아가고, 쳇바퀴 도는 것처럼 살던 시간에서 빠져나와 좀 더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먹어도 먹어도 늘 굶주림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현대판 아귀는 아닐까요? 음식물을 과잉섭취하고 그래서 다이어트를 노래하는 허기진 영혼의 소유자는 아닌가요? 그래서 휴가지에서마저 먹는 걸로 보상받으려고 떼쓰는 어린 영혼의 소유자는 아닌지요? 물질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몸이 경고를 하는 듯합니다. 몸에서 영혼을 떼어낸 자유가 어디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지 말입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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