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유영숙 씨 경찰에 폭행당해 입술 터지고.. 전종훈 신부 팔 비틀려

▲경찰에 맞은 유영숙 씨가 남일당 건물 앞 도로에 앉아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사진/김용길)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이 있던 23일 오후에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용산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에 대한 경찰의 폭행이 있었다.

이날 운구행렬이 용산 남일당 건물 앞 도로를 지나도록 예정되어 있었는데, 운구행렬이 지나기 직전에, 경찰폭력에 의한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분향소 앞을 지나는 경찰에게 길을 돌아갈 것을 요청한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50세) 씨가 한차례 그 경찰에 의해 폭행을 당했으며, 사과를 요구하는 유족들의 요청으로 일단 사과를 하고 돌아간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운구행렬이 지나가고 난 뒤인 오후 4시45분 경에 남일당 건물 앞으로 지나가던 이아무개 경찰관이 길을 가로막은 유영숙 씨를 폭행했다. 유영숙 씨는 "아직 상중인 분향소 앞에서 경찰이 예도 갖추지 않고 지나가는 것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팔꿈치에 맞아서 아랫 입술이 터지고 쓰러지면서 무릎에 찰과상을 입었다. 

유영숙 씨가 쓰러지자 당황한듯 경찰은 신호등도 무시한 채 서둘러 도로를 무단횡단해 길 건너편으로 도주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전종훈 신부(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와 유가족들에게 붙잡혔다. 그러자 사방에 있던 경찰들이 달려와 가해 경찰을 둘러싸며, 유족들은 사과를 요구하며 경찰 50여명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과 전종훈 신부를 분리시려던 경찰에 의해 전종훈 신부의 팔이 비틀리고 강정근 신부(수원교구)의 사지를 강제로 잡아눌렀다.   

이 틈에 경찰은 가해 경찰을 빼돌리고, 오히려 '해당 경찰관이 폭행당했다'면서 사과를 끝내 거부했다. 이에 유가족과 범대위는 한 시간 가량 남일당 건물 앞 도로2차선을 점거하고 이아무개 경찰관의 사과를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전종훈 신부가 <민중의 소리>와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지난 6월20일 용산경찰서장과 만나 '용산참사'가 발생한 남일당 건물 앞 인도로 경찰이 지나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하는데, 운구행렬을 관장하던 경찰은 이 약속이 어기고 유족을 폭행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경찰은 이들 문제 경찰들이 용산참사 현장을 담당하는 경찰들이 아니라서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강서 신부는 "둘 다 같은 용산경찰서 소속인데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몰랐을 리가 없다. 만일 몰랐다고 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종훈 신부는 "용산문제는 가진 사람들이 조금만 배려해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서 "언론이 용산참사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 항의하던 전종훈 신부를 밀어붙이는 경찰들(사진제공/정의구현사제단) 

▲경찰에 의해 제지받는 강정근 신부(사진제공/정의구현사제단)

▲남일당 건물 2차선을 점거하고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는 유족과 전철연 회원들. 경찰은 이들을 인도로 밀어내려고 달려들어 승강이를 벌이다가 사태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일시에 뒤로 물러나 철수했다. (사진/김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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