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기후행동 ‘자전거 행동’ 체험기

‘작은 행동 큰 기쁨’,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절반으로!’, ‘지구를 살리자’, ‘작은 행동 큰 변화’, ‘행복한 불편’.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앞 오전 11시 30분. 하나둘씩 모인 이들이 기후위기를 알리는 문구와 그림을 그려 손으로 만든 천 조끼를 두른다. 검은색 면에 강렬한 형광색으로 ‘기후위기 우리는 살고 싶다’라고 쓴 마스크도 착용한다.

출발하기 전, 가톨릭기후행동 액션팀 진일우 수녀(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가 “탄소 절감을 위해 자전거 행동을 기획했다. 라이딩도 좋지만 기후위기를 알린다는 취지를 생각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달리자”고 말했다. 이어 평신도, 수녀, 사제 10여 명이 차례로 자전거를 타고 나란히 달린다.

10월 30일 가톨릭기후행동 액션팀이 자전거 행동에 나섰다. 여의나루 역 앞에서 출발하기 전 기도하는 모습. ⓒ 배선영 기자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서비스)는 처음이다. 안내문의 지시대로 핸드폰에 앱을 깔고, 결제하면 대여 완료. 매우 간단하다. 세워진 자전거를 끌고 가려는 것부터 버벅거리고 있으니 옆에서 있던 친절한 시민이 “앞으로 미세요”라고 알려 준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언제 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사람들 있는 곳에선 무섭다. 오늘 잘 달릴 수 있을까....?

구르는 것은 바퀴인데 왜 내가 숨이 찰까. 힘겹게 달리고 있으니 같이 달리던 한 분이 기어를 2단으로 바꾸라고 알려 준다. 기어를 어떻게 바꾸는지도 몰라서 헤매자, 달리다 멈춰서 직접 기어를 바꿔 주었다. 이런.... 민폐를 끼치고 있구나.

캠페인도 캠페인지만, 취재 중이라 기사에 들어갈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카메라는커녕 핸드폰도 들 수가 없어 걱정이다. 자전거 손잡이를 한 손으로 잡고 달리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결국 잠시 멈춰서 조금 찍다가 일행과 거리가 멀어졌다. 자전거 초보라 달리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탓도 있다. 내리막길이 나오면 조절이 안 돼서 내려서 걷곤 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모두의 참여가 필요합니다"라고 쓰인 천 조끼를 입고 자전거 행동에 함께했다. ⓒ이진영 수녀

여의도 공원을 지나 한강대교를 건너 노들섬에 잠시 모였다. 꼴찌로 도착. 잠시 주모경을 바치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한 청년이 가방 때문에 무거워서 못 달리는 것 같다며 가방을 대신 가지고 가겠다고 한다. 다른 일행들도 앞쪽으로 이끌어 준다. 느린 사람을 최대한 배려해 그에게 맞춰 달려 주려는 것이다. 머릿속에 계속 ‘민폐’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사실 우리 모두 지구에 민폐를 끼치고 있지 않나. 배려받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강을 따라 달리고 있다. 시원하다. 캠페인 중이라는 것도,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려놓고 바람과 일행들의 따뜻한 마음만 남겼다.

10월 30일 가톨릭기후행동은 기후위기를 알리는 천조끼와 마스크를 하고 자전거 행동에 나섰다. ⓒ배선영 기자

다시 서강대교를 지나 국회 앞까지 전체 약 12킬로미터 정도를 달렸다. 도착하니 거의 1시 30분. 다같이 소감을 나눈다.

자전거를 타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인간이 자연에 속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길 바랐다”는 이보나 씨(27, 보나).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 선교사인 노혜인 씨(안나)는 얼마 전 일부러 자전거를 배웠고, 날을 정해 꾸준히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쓰고 있다. 그는 “서로 격려하면서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기뻤다”고 함께 한 소감을 나눴다.

노혜인 선교사가 함께 달리는 이들을 위해 준비한 간식. 신문지에 싸 온 것이 인상적이다. ⓒ배선영 기자

가톨릭기후행동 청년대표 이혜림 씨(모니카)는 “오늘 처음 따릉이를 빌려서 탔는데, 그동안 하나도 어렵지 않은 것을 실천하지 못했구나”라고 자신을 돌아봤다. 그는 한강을 달리면서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어느 자리에 있든 우리는 보편 사제직을 수행해야 하는 신앙인으로서 기후위기 활동을 끝까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민 씨(모세, 28)는 오늘 달린 코스가 자전거를 타기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며,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이 많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했다.

진일우 수녀는 “달리면서 한강에 갯벌이 있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자전거 타기는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니 계속 실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구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나왔다”는 이진영 수녀(사랑의 시튼 수녀회)는 탄소 절감을 위한 행동이라는 자전거 타기의 의미를 생각하고 참여했다며, 수녀원 안에서도 탄소절감 일상 실천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수녀는 함께 달릴 수 있어서 보람차고, 기뻤다고 함께 한 소감을 말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소감을 듣다 보니, 오늘 한 행동의 의미가 보였다. 함께 가고, 느린 사람을 배려하는 것에서 오는 기쁨. 이런 마음이 모아져 지구를 위한다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그리고 누군가는 내 조끼에 쓰인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모두의 참여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를 봤을 것이다. 신호등 앞에 서 있을 때, 한 직장인이 “캠페인 중이세요?” 물었던 것이 기억난다. 누군가는 오늘의 외침을 들었을 것이다.

"에너지 정책 전환하라"
"그린뉴딜 다시 하라"
"석탄 투자 철회하라"
"탄소세 도입하라"

가톨릭기후행동 액션팀이 자전거를 타고 한강공원을 지나 국회 앞에 도착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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