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기후행동과 교구 간담회 2] 통합적 운동, 교구별 연대를 위한 제안

가톨릭기후행동과 각 교구 생태, 환경 관련 위원회 간담회에서는 먼저 각 교구 기후위기 대응 현황을 공유한 뒤, 이후 각 교구, 수도회 등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할 방안을 논의했다.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김종화 신부(작은형제회)와 임미정 수녀(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위원장), 액션팀 진일우 수녀(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가 제안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된 논의에서는 각 교구 활동에 무엇이 필요하며,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공유됐다.

“주교회의의 장기 계획 나오면 관련 활동 더 활발해질 것”
“군비축소로 기후위기 대응해야.... 교회 내 제 기구, 단체 연대 필요”

먼저 김종화 신부는 이번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안건으로 다뤄질 ‘회칙 ‘찬미받으소서’ 후속 장기 사목 계획에 관한 논의’에 대한 결과에 따라 장기적, 구체적 실천 방향이 나오게 된다면 각 교구 및 본당의 기후위기 관련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진일우 수녀는 ‘탄소저감 운동’을 위한 1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김수나 기자

이어 진일우 수녀가 기후행동의 목적을 ‘탄소 저감 운동’으로 삼는 13가지 방안을 제안했고, 이는 가톨릭기후행동 액션팀에서 논의된 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사제 연수, 사제 성화의 날 특강에서 생태 위기에 대한 사제의 위기의식 고취”, “성당 태양광 설치”, “성당 내 지역과 공유하는 전기차 충전소 설치”, “가난한 교구와 공소에 태양광 설로 운영기금 지원”, “교구 차원의 석탄 투자 은행, 기업 거부”, “본당에 생태 관련 현수막 설치”, “교구에서 자가용 쓰지 않는 날 지정”, “비닐, 플라스틱 사용 금지 집중 기간 선포”, “1주일에 한 번만 고기 먹는 허육제 선포”, “교구 기관에 친환경 포장재 사용 권장 및 지원”, “탄소 저감 법안 청원”, “교구의 생태교육 시스템 구축”, “지역 시민단체와 연대”

이에 대해 진일우 수녀는 “기후위기 교육은 여러 가지로 진행되고 있지만, 실천과 조화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전 교회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보다 교회의 기존 조직을 활용하고, 작은 모임 단위부터 생태적 실천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도록 교구 차원의 생태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 생태 위기 대응을 군비 축소를 통한 평화 만들기와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미정 수녀는 “현재 생태 위기에 대한 교회의 대응이 절박하고 통합적인가, 위기를 초래한 삶의 방식의 전면 전환을 위해 교회의 대화와 소통 방식은 어떠한가, 사랑의 창의력을 발휘하는가,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수녀는 “코로나 팬데믹은 모든 존재의 연결성을 더 깊게 인식하게 했고, 이러한 생태 위기는 국가 경계를 넘어서며 기후 재앙은 안보 문제와도 직결된다”면서 “생태 위기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의 천문학적 군사비용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비 축소로 절감된 비용을 생태 위기에 따른 피해 보상과 생태 전환을 위해 쓴다면 위기를 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그는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한반도 평화 기원 밤 9시 주모경 바치기’와 한반도 기후, 생태 위기를 함께 바라보는 통합 캠페인이 필요하다면서 “한국 천주교회에는 교황청 ‘인간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같이 정의, 평화, 창조, 보전을 아우르는 기구가 없는 만큼 교회 내 여러 위원회와 단체가 이 같은 통합 캠페인을 통해 연대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교구 차원의 선포 필요”

한편 전국 본당, 수도회, 단체 기관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조언도 제시됐다.

지난해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설립해 발전소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대전교구의 사례에 대해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임상교 신부는 본당 사목회의의 인식 부족과 교구 차원의 명확한 방향 선포가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임 신부는 “가톨릭 신자들은 성당의 거룩함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 성당 옥상에 발전소를 올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본당의 유휴 공간, 교구에서 쓰지 않는 교육관 옥상, 주차장 등을 이용해 햇빛 발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본당 주임 사제가 햇빛발전소 설치를 원해도 대부분 사목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더해 교구 차원의 방향성이 명시되지 않아 신자들이 더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밑에서부터 움직인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회의 체계상 기후위기에 대한 교구 차원의 선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자료, 교구별 위원회 활동 공유 플랫폼
온라인 기후학교 등 연대, 협업 방식 필요

교구별 기후위기 관련 자료가 모이는 플랫폼으로서 가톨릭기후행동 홈페이지를 활용하고, 온라인으로 교구를 넘어서는 기후학교 등 교육 강좌를 통해 연대하는 방식도 제안됐다, 무엇보다 신자들 사이에 기후위기에 대한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했다.

이 밖에도 핵발전소가 위치한 교구 내에서 지속적 현안인 핵발전소 문제를 기후위기 운동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도 논의됐다. 참가자 대부분은 교구의 인력과 관심, 자원의 여력이 부족할 뿐 탈핵 역시 기후위기라는 큰 틀에서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14일 열린 가톨릭기후행동과 교구 간담회에서 임미정 수녀는 “현재 생태 위기에 대한 교회의 대응이 절박하고 통합적인가"라고 물었다. ⓒ김수나 기자

임미정 수녀는 “기후위기와 탈핵 운동이 연결되는 것에 운동 진영 내 논란이 있지만, 그 이전에 교회의 입장은 분명히 탈핵”이라면서 “기후위기 운동에는 에너지 전환만이 아닌 생활의 모든 가치에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만큼 그 바탕을 교회가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기석 신부는 “기후위기와 탈핵 운동은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인가라는 역량의 문제이지, 어느 것을 배제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두 운동에서 하나를 배제한다는 것은 기후위기 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교 신부 역시 “기후위기는 기본적으로 생존, 생명의 문제이고,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며 “교회가 어느 쪽 손을 잡아야 하느냐는 질문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는 생명의 문제이며 교회는 생명을 이야기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기후위기는 모든 것이 연결된 문제라 교회의 역량 상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 어려울지라도 교회는 모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알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가톨릭기후행동이 교회 내 다양한 단위와 분야가 협업할 수 있도록 촉진자가 돼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한편 이번 교구와의 간담회는 두 번째로 가톨릭기후행동이 주최했으며, 첫 번째는 지난 7월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주최로 진행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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