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을 빼고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정말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가 말 그대로 ‘지구촌’이라고 불릴 수 있게된 배경에 인터넷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 사실입니다. 바티칸 제2차 공의회를 시작으로 가톨릭교회는 50년이 넘도록 현대세계와 대화하고자 노력해 오고 있지만, 교회는 변화에 더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세계의 변화는 무척 빠릅니다. 

그래서 인터넷의 수호성인을 배출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리려 했는데, 지난 10월 10일에 매우 흥미로운 시복식이 이탈리아의 아시시에서 거행되었습니다. 

복자 카를로 아티쿠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15살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한 카를로 아쿠티스(Carlo Acutis, 1991.5.3-2006.10.12)라는 소년이 가톨릭 교회의 새로운 복자로 선포된 것입니다.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연장되는 요즘에 열다섯 해를 살았다는 것이 엄청나게 안타깝게 보입니다만, 카를로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타고난 영재였나 봅니다.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은 ‘디지털 베이비’라고 불릴 정도로 컴퓨터 사용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고 하니, 카를로가 보여 준 재능이 대단하지 않다고 말할 사람들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더 놀라운 것은 카를로가 프로그래밍에 관한 자신의 재능을 신앙과 복음 전파를 위해 사용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소년은 신심이 깊어 날마다 성체조배와 영성체를 했고, 일주일에 한 번 고해성사를 했습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천성적인 밝은 성격을 통해 친구들로부터 사랑받았다고 합니다. 부모가 이혼한 친구들을 걱정하고 도와주려 했고, 장애인들을 도왔습니다.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세계 교회에 봉헌했습니다. 자신의 죽기 전 몇 달을 활용하여 웹사이트에 세계에서 일어난 성체성사의 기적들을 모아 소개하였습니다. 

카를로는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길지 않은 생을 꽉 차게 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재능을 현대의 대표적인 기술과 문화에 실었습니다. 

현대인들의 삶에 필요불가결한 기술환경을 거룩한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희망을 준 소년 복자를 보면, 인터넷의 수호성인을 기대하는 일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