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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품을 두 번 받은 사제신앙교리성의 문자주의가 낳은 혼란

(토머스 리스)

컴퓨터는 용서가 없지만, 그리스도교는 용서할 것이다. 컴퓨터는 인간, 특히 프로그래머들이 정확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프로그램를 짜는 코드에 단 한 글자만 잘못되어도 프로그램은 문제를 일으킨다. 심지어 프로그래머가 아닌 평범한 사용자도 같은 경험을 한다. 컴퓨터 화면에 “잘못된 아이디이거나 비밀번호입니다”라고 뜨는 것만큼이나 큰 낭패감은 없다.

그리스도교는 용서의 종교다. 예수는 사두가이와 바리사이들이 율법에 너무 세세히 강조한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심지어 거의 매일 자비와 용서를 이야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하에서도 교황청 신앙교리성에는 문서 자구만 그대로 따지는 문자주의자들이 여전히 잘 지낸다.

수백 년 동안, 가톨릭교회의 세례성사 양식문은 “나는 성부와 성자, 그리고 성령의 이름으로 —에게 세례를 줍니다”였다. 개신교 대부분도 이 양식문을 쓴다.

그런데 20세기 말부터 몇몇 세례식 집전자가 이 양식문을 어설프게 고쳐 쓰기 시작했다. “나는 세례를 준다” 대신에 “우리는 세례를 준다”로 고쳐 쓴 것인데, 이는 세례에 담긴 가족 또는 공동체적 차원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사제가 “아버지와 어머니, 대부와 대모, 조부모, 가족들, 친구들의 이름으로, 공동체의 이름으로 우리는 —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줍니다”라고 하는 식이다.

그리고 지난 6월 교회 안의 교의적 문제를 담당하는 최고기관인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세례자가 세례를 주면서 “나는” 대신에 “우리는”이라고 했으면 그 세례는 무효라고 판정했다.

이 일은 미국의 디트로이트 대교구에서 엄청난 혼란을 불러왔다. 교구의 매슈 후드 신부는 1990년에 있었던 자신의 세례식 비디오를 보다가 세례식을 집전한 마크 스프링거 부제가 “우리는” 양식문을 쓴 것을 확인했다. 즉, 후드는 사제는 물론 그리스도인도 “아니었다”. 그가 유효하게 세례를 받지 않았다면 당연히 그가 받은 사제품도 유효하지 않으므로.

후드의 문제는 8월 9일에 그가 다시 세례를 받고 이어 17일에 다시금 사제서품식을 함으로써 재빨리 메꿔졌다. 하지만 대교구는 스프링거 부제가 세례를 줬던 사람을 모두 확인하고 있다. 그는 디트로이트 대교구에서 1986-99년 사이에 일했었다. 미국 전역에서 얼마나 많은 사제와 부제가 “우리는”이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후드 신부가 지난 2017년에 사제품을 받았던 것은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그동안 집전한 “미사”에 갔던 사람들은 진짜로 미사에 참석했던 것이 아니었던 것이고, 영성체 때 축성된 밀떡을 받았던 것이 아니게 된다. 이는 또한 그가 고해성사 중에 준 사죄(죄를 면함)도 성사로 성립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가 준 견진성사와 병자성사 또한 무효였다. 그가 이러한 성사들을 집전할 때, 그는 사제는커녕 그리스도인도 아니었다.

다만 다행히도, 그가 준 세례들은 유효하다. 세례를 준 사람이 설사 그리스도인이 아니어도 그 세례는 유효하기 때문이다.

2020년 4월에 있었던 한 유아세례식.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세례성사 집전자가 “나는 세례를 준다” 대신에 “우리는”이라고 했을 경우, 이 세례는 무효라고 판정했다. (사진 출처 = NCR)

신앙교리성은 이 양식문은 예수님이 마태오 복음에서 정해주셨다고 주장하는데, 이 양식문이 시험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부 사제들은 (성부와 성자라는 남성형 명사 대신에) 성중립 명사들을 시험해 왔다. “나는 창조주와 구세주, 그리고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세례를 줍니다.” “창조주, 해방주, 그리고 유지주”(Creator, Liberator and Sustainer)를 쓰는 이들도 있었다.

신앙교리성은 지난 2008년 이런 성중립 양식문 둘 다 불법일 뿐 아니라 무효라고 선언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규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성사로서) 효력을 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양식문으로 세례를 받은 사람은 세례를 받지 않은 것이고 따라서 정확한 양식문을 써서 다시 세례를 받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혼인성사는?

그간 후드 신부가 치른 혼인예식은, 혼인성사의 집전자는 (흔한 오해와 달리) 사제가 아니라 혼인하는 두 당사자이기 때문에 유효하다. 사제는 단지 교회를 대신하는 증인일 뿐이고, 심지어 교회는 비상시에는 비서품자(예를 들어 항해 중 선박의 선장)가 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하지만 (후드 신부처럼) 유효하지 않은 방식으로 세례를 받은 뒤 교회 혼인을 한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의 혼인은 (국법으로는) 유효하지만 성사적이지 않다,(즉 교회법상 혼인으로는 무효다) 교회의 성사혼은 혼인하는 두 사람이 (세례받은) 그리스도인이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런 식으로 유효하지 않은 세례를 받은 사람이 지금 주교가 되어 있는 경우다. 그가 집전한 미사, 고해성사, 견진성사가 무효인 것은 물론이고 그가 집전한 서품식도 무효다. 즉 그가 그간 서품해 온 사제들은 사제가 아니었고, 이들이 그간 사제로서 집전해 온 모든 성사도 다 무효다.

이에 이르러, 진짜 문제는 바티칸이 세례식에 쓰이는 전통적 문구를 마치 컴퓨터의 비밀번호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비밀번호를 정확히 쳐 넣지 않으면 당신은 교회에 들어올 수 없다.

사실, 일부 학자들은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성삼위가 아니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받았다며 바오로 사도의 서간문에 그 증거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가톨릭 대사전에는 “세례 양식문은 2세기 가톨릭교회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에서 성부, 성자, 그리고 성령으로 바뀌었다”고 쓰여 있다.

"만약 신앙교리성이 맞다면,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실제로는 유효한 세례를 받지 않은, 비그리스도인이 되므로) 지금 모두 다 림보(limbo)에 있다. 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림보 개념을 폐기했던 것을 깜박 잊었다. (역자 주-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는 2007년 (지옥의 일종으로 제일 가장자리인 림보에 간다는) 세례받지 못하고 죽은 갓난아이들의 운명에 대해 성경이나 전승에 “명확한 답은 전혀” 없지만, 이는 “한 가지 가능한 신학적 의견”이라고 보고했고, 베네딕토 16세는 이를 수용했다.)"

게다가, 정교회는 로마 가톨릭의 세례 양식문을 쓴 적이 없다. 정교회는 수동태를 쓴다. “이 그리스도의 종이 성부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되게 하소서.” 또는 “이 사람이 성부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내 손에 의해 세례되게 하소서.”

그런데 가톨릭에서는 1439년의 피렌체공의회 이후로 이러한 정교회 세례를 (가톨릭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전 웨스톤 신학교 성사신학 교수이자 “새 성사적 예배 사전”의 편집자인 피터 핑크 신부는 “세례 집전자가 ‘나’가 아닌 ‘우리’라고 했기 때문에 그 세례가 불법적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세례가 무효라고 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고, 어떤 이가 세례를 받고자 요청하면, 세례받지 않은 이도 긴급상황에서 필요하다면 세례를 줄 수 있도록 할 정도로 세례에 적극이었던 오랜 가톨릭 전통에 어긋나 보인다.”

핑크 신부는 사람들은 “(자기가 받는) 세례가 유효라 생각하고 (세례에 임)하며, 그 세례가 유효하지 않다는 그 어떤 생각도 그저 그 세례성사 자체를 웃음거리로 만든다”고 지적한다. “교회로부터 자기 아이에게 세례를 받게 하려는 부모는 그 세례가 실제로 있었다는 확신을 갖고 자리를 떠나야 하고, 그들에게 어떤 다른 생각도 떠오르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당신이 어떤 양식문으로 세례를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걱정하지는 말라. 우선, 잘못된 양식문을 쓴 집전자는 아주 적었다. 또한 설사 당신이 모르는 상태에서 당신이 부정확하게 세례를 받았다 해도, 하느님께서는 그 문제를 잘 처리해 주실 것이다.

당신이 받았던 세례의 유효성을 확인해야만 할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그것도 해결하기 쉽다. 그냥 세례를 또 받으면 된다. 친구나 가족 아무나 유효하게 당신에게 세례를 줄 수 있다.(다만 디트로이트 대교구에서는 사제가 세례를 주기를 원하므로, 당신이 속한 교구 주교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당신의 결혼이 걱정된다면, 본당신부와 상의하고 그가 권하는 대로 해라. 필요하다면, 법석 떨 일 없이 조용히 재혼하면(혼인성사만 다시 하면) 된다. 만약 당신이 사제인데 그 전에 받았던 세례가 무효였다면, 주교님에게 가서 상의해라. 당신이 주교라면, 어쩔 수 없다, 하느님께 우리 모두를 도와주시길 비는 수밖에.

세례가 무효였던 사제에게 고해성사를 본 적이 있다면, 걱정하지 마라. 하느님께서 알아서 잘 처리해 줄 것이다. 디트로이트 대교구도 다음과 같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교회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를 따라, 하느님께서는 자신을 성사에 매어 놓으셨지만, 하느님 자신이 성사에 매여 있는 것은 아니다(참조- "가톨릭교회 교리서", 1257항, "신학대전", 토마스 아퀴나스, 제3권, q.64 a.7 and III q.68 a.2)라고 말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는 성사가 집전자에 의해 적합하게 주어질 때에는 언제나 그 성사를 통해 일하시지만, 그 성사에 매이지는 않으시어 주인으로서 자신의 은총을 내어 주실 수 있고 그렇게 하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후드 신부에게 좋은 믿음으로 가서 고해성사를 본 모든 사람은 하느님에게서 어느 정도의 은총과 용서를 받지 않은 채로 고해실을 나오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대교구는 그나마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신앙교리성은 결정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수였고 사목적으로 재앙을 낳았다. “우리” 양식문이 불법이지만 유효하다고 선언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신앙교리성은 또한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런 중요 결정을 발표하기에 앞서, 신앙교리성은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로마에 있는 교황청 대학의 전문가라는 작은 학벌에 속한 이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신학자, 사목자들에게 의견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예비 결정을 공개하여 논평들을 받은 뒤 최종 결정을 발표해야 한다.

바티칸이 실수를 하는 경우, 이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완전히 현명하며 따라서 다른 이의 조언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미지를 투사하고자 하기 때문일 때가 많다. 다른 이의 평가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신앙교리성은 자신의 신뢰성을 해치는 실수를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처럼 열심히 이야기하는 공동합의성을 실천하지 않음으로써, 신앙교리성은 교회를 혼란에 빠트렸다. 교회는 컴퓨터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처럼 행동해야 한다.


(토머스 리스 신부(예수회)는 <Religion News Service>의 칼럼니스트이며, “바티칸의 속살: 가톨릭교회의 정치와 조직”의 저자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theology/signs-times/vatican-causes-chaos-invalidating-baptism-formula

참고: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세례의 성사 양식문 변경에 관한 교리 공지 (한국 주교회의 번역)

https://cbck.or.kr/Notice/20201327?gb=K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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