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배 노무사의 노동인권과 노동법 3]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 손창배 노무사의 노동법과 노동권 개론을 6회 매주 월요일에 연재합니다. 본 글은 예수살이공동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 편집자 주

 

5월 1일은 쉬는 날인데 왜 달력에는 빨간 날이 아닌가요?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8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빵과 장미”를 외치며 모였습니다. 당시 하루 노동 시간은 10시간, 12시간씩이었으니, “하루에 8시간 일을 하고(빵을 구하는 시간), 하루에 8시간은 개인 생활을 하고(장미), 나머지 8시간은 잠을 자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위대를 향해 정부가 총을 쐈고,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5월 4일, 헤이마켓이라는 광장에서는 이에 항의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는데 이번에는 폭탄이 터졌습니다. 정부는 파업을 주도한 간부들이 폭탄을 터트렸다며 몇 명을 사형시키기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저항하며, 결국 하루 8시간 노동을 쟁취했습니다. 그날을 기념하는 날이 5월 1일 ‘노동자의 날’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날을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릅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절’이라고 부르면서 기념 행사를 엽니다. 그런데 달력상에 이날은 ‘빨간 날’이 아닙니다. “5월 1일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 휴일로 한다”는 법령이 있는데도 5월 1일이 휴일이 아닌 것은 공무원이 쉬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한된 권리를 소유한 노동조합이 있기는 하지만 공무원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이고, 공무원이 쉬지 않으니 달력에 ‘빨간 날’로 표시되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우리나라는 1953년 3월 8일에 노동조합과 관련된 법, 1953년 5월 10일에 근로기준법이 생겼습니다. 전쟁 통에 급하게 만드느라 일본 법을 대충 베꼈으니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도 않았고, 노동법이 생겼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몇 없었습니다. 전쟁 중에 법이 지켜졌을 리도 없지만, 전쟁이 끝나고도 몇십 년 동안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1960-70년대에는 경제 발전을 위해 ‘근로자 산업 역군’ 같은 미사여구를 붙이며 2평 공간에 13명이 재봉틀을 갖다 놓고 일을 했습니다. 13살, 17살짜리 아이들이 초과 수당도 안 받고 14시간씩 일했습니다. 전태일이라는 사람이 이 현실을 보고 안 되겠다 싶어서 근로기준법을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이 있고, 당시 노동 시간이나 강도는 법을 어기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해고당한 동료를 도와주다가 자신도 해고 당하고 노동청을 찾아갔지만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습니다.

법이 제대로 실행되도록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그는 우리나라에도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계획합니다. 자신이 일하던 평화시장 앞에서 법전에 불을 붙이면서 “이런 법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알리려고 했던 겁니다. 하지만 경찰이 저지하면서 그는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죽어갔습니다. 1970년의 일이니 올해가 꼭 50주기가 됩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딛고, 근로기준법은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고, 파업과 집회가 1년 만에 165건에서 1600건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모르니까 행동하지 못했지만, 알게 되었으니 행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노동법은 정부에서 시혜적으로 준 것이 아닙니다. 영국에서 시작해 미국,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피와 땀과 죽음과 희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직 부족한 것들이 많지만, 우리가 알고 있어야 바꿀 것은 바꾸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누군가 그 조항을 없애려고 할 때 안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 주위의 사람들, 우리 자녀의 삶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법이더라도 누군가가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것이므로, 또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피를 흘리지는 않더라도 희생과 땀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근로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전태일 모습. (이미지 출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근로 계약서는 꼭 써야 할까요?

근로 계약서를 쓸 때 기반이 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있는 내용입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 계약을 체결할 때 명시해야 하는 중요한 조건을 정해 놓았습니다. 임금과 소정 근로 시간에 대해서는 무엇을 명시해야 하고, 휴일, 휴가에 대한 사항, 그리고 어디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명시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명시’는 알려주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구두상 공지를 하니 나중에 말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것은 종이에 써 놓자, 이렇게 시작된 겁니다. 써야 할 중요한 조건이란 임금, 소정 근로 시간, 휴일, 휴가입니다. 임금은 돈과 관련된 것이고, 소정 근로 시간은 근로를 하기로 정한 시간입니다. 우리나라 법정 근로 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입니다. 그 시간 내에서 일하기로 정한 시간, 이것이 소정 근로 시간입니다. 휴일과 휴가도 돈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래서 써야 할 시점은 일을 시작하기 전 또는 시작하는 당일입니다. 한두 달 있다가 쓰는 것은 안 됩니다.

앞의 이야기는 정규직의 경우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회사를 이직하거나 여러분의 자녀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첫 번째 회사를 가게 되면, 십중팔구 비정규직 기간제가 되기 쉽습니다. 기간제는 정년 보장을 해주지 않습니다. 3개월, 1년, 2년, 이렇게 기간을 정해 놓고 일을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기간제 근로자는 근로 계약 기간에 관계된 것, 업무 시간, 휴게, 임금, 휴일, 휴가, 취업의 장소와 종사할 업무에 관한 사항을 다 서면으로 써야 합니다. 이를 쓰지 않을 때마다 30만 원에서 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예전에는 근로감독관이 사업장 점검을 나가서 근로계약서를 안 쓴 것을 적발해도 2주 정도 시간을 주고 그 안에 쓰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먼저 과태료를 부과하고 근로 계약서를 쓰도록 바뀌었습니다. 근로 계약서에는 꼭 써야 할 항목이 앞서 말한 5가지인데, 5개를 모두 안 쓰면 한 명당 과태료가 240만 원 정도 나옵니다. 10명이 안 썼으면 2400만 원 과태료가 즉시 부과됩니다.

그리고 ‘단시간 노동자’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반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보다 짧게 일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다른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씩 일하는데 5시간만 일하는 사람을 새로 뽑았으면 그 사람은 단시간 노동자입니다. 단시간 노동자의 경우 아르바이트가 많기 때문에 월요일은 몇 시부터 몇 시, 화요일은 몇 시부터 몇 시, 이런 식으로 근로일별 근로 시간을 일일이 모두 써서 교부해야 합니다.

근로자가 지각할 때 벌금은 낼 수 있겠지만, 1분당 1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깎는 것은 안 됩니다. 임금은 전액 지급해야 하고, 임금에서 공제한다면 1분 지각했으면 1분만큼, 1시간 지각하면 1시간만큼만 제할 수 있습니다. 노동법의 대원칙인 무노동 무임금 원칙 때문입니다.

근로계약서(작성방법) (이미지 출처 = 고용노동부)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않으면 월급을 반만 지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아르바이트일 경우에 그렇습니다. 일을 막상 해 보니 힘들어 그만둘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처음에 석 달을 일하기로 했지만 한 달만 했다고 해서 임금을 반만 주는 것은 안 됩니다. 일한 만큼인 한 달 분의 임금을 줘야 하고, 일을 가르쳐 줬다고 해서 일부를 교육비로 공제하는 것도 불법입니다.

출근 전 준비 시간, 퇴근 전 정리 시간, 일과 중 대기 시간도 근로 시간입니다. 단, 사용자의 지시에 의한 것이어야 합니다.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자발적으로 했다면 근로 시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업무 시작 30분 전까지 와서 옷 갈아입고 청소하고 아침체조 해. 안 하면 불이익이 있어’라고 한다면, 이는 근로 시간에 포함됩니다.

‘근로 계약서에 서명했으므로 절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도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근로 계약서에 월급을 300만 원 받기로 했는데, 다른 회사에서 같은 업무와 경력에 대해 월급을 100만 원 더 준다면, 이 경우에는 근로 계약서가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것보다 하위에 있는 것은 이의 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한 것은 법 위반이니까 이의 제기를 할 수 있습니다. 휴가도 1년 이상 근무하면 15일을 주게 되어 있는데, ‘우리는 10일만 줄게’는 안 됩니다. 그런 항목이 적힌 그 근로 계약서는 전체가 폐기되거나 무효가 되는 게 아니고, 그 항목만 무효가 됩니다. ‘휴가를 10일만 줄게’는 법 위반이므로 자동적으로 휴가가 15일이 되는 식입니다. 그런데 ‘휴가를 20일 줄게’라고 했다면, 법에 맞춰서 휴가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법에서 정한 것보다 더 주는 것이므로 괜찮습니다.

근로 계약 해지와 해고는 어떻게 다른가요?

노무현 정부 때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법률이 생겼습니다. IMF 사태 후에 비정규직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그들을 보호하고자 만든 법입니다. 그 법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간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회사를 처음 들어가거나 이직을 하면, 아르바이트가 아닌 이상 보통 1년 기간으로 기간제 근로 계약서를 많이 씁니다. 2019년 1월 1일에 입사해서 근로 계약서에 그해 12월 말까지 하기로 썼다면, 12월 말에 회사에서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면 근로 계약은 자동 해지됩니다. 이는 해고가 아닙니다. ‘일 잘하니까 1년 더 해 봅시다’라고 해서 2020년 12월 말까지 계약서를 다시 썼는데, 끝날 때쯤 재계약을 안 해주면 근로 계약이 자동 해지됩니다. 이때도 해고가 아닙니다.

그런데 ‘또 1년 더 합시다’ 해서 2021년 12월 31일까지 3년째 일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이번에는 재계약을 안 해주고 ‘이제 그만 나오셔도 돼요’라고 하면, 해고가 됩니다. 2년을 초과했기 때문입니다. 2년을 초과하면 법에 의해서 정규직 또는 무기 계약직이 됩니다. 법 조항은 ‘2년을 초과해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되어 있습니다. ‘본다’라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간주해 버리는 것이고, 자동으로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외 조항도 있습니다. 3년짜리 프로젝트인 경우 그 기간만 근로계약을 했다거나, 고령자 고용촉진법에 의해 만 55세 이상 고령자와 근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활용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수습과 같이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는 최저 임금이 10퍼센트 감액될 뿐 연장 근로 등 나머지는 다 같이 적용됩니다.

 

손창배 노무사(바오로)

함께하는 노무법인 부대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상임위원. 한국 갈등해결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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