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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 종교가 답할 문제들가톨릭포럼,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한국사회와 종교”

제20회 가톨릭포럼이 2일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새로운 기준), 한국사회와 종교”를 주제로 열렸다.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가 주관한 포럼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중계로 진행됐다.

포럼에서는 원용진 서강대 교수가 사회자로, 서울대 이중식 교수가 ‘코로나19가 바꾼 대학 교육에서 배우다’, 인천가톨릭대 교수 송용민 신부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의 신앙생활 변화와 가톨릭교회의 사목적 대응’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본소득 분야 연구자 이원재 Lab2050 대표, 한국언론학회장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 <가톨릭신문> 주정아 영상팀장이 팬데믹 시대에 필요한 교회의 역할을 제안했다.

포럼에 앞서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장 옥현진 주교와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가 영상으로 축사를 전해 왔다.

먼저 옥현진 주교는 현재 교회가 신앙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지만, “전자매체로 이루어지는 관계가 참된 복음화에 필요한 직접적 인간관계를 결코 대신할 수 없는 만큼, 비대면이 사람들과 만남을 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과 다른 도구를 이용한 만남의 형태로 올바르게 전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희송 주교는 코로나19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무분별, 무절제하게 먹고 마시고 돌아다녔는지 되돌아보게 됐고, 인간이 엄청난 능력을 지녔지만 작디작은 바이러스에 한순간 무너질 수 있는 약한 존재임을 알게 됐다”면서 “이번 포럼이 짙은 안개 속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우리에게 작은 등불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과 교회, 시대 변화에도 버텨온 두 대표

먼저 이중식 교수는 코로나19가 현대사회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재앙들과 달리 유례없는 재앙인 것은 인간 사이를 단절시키는 ‘사회 해체성’과 바이러스의 ‘비가시성’이란 특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산업혁명 이래로 영위해 왔던 도시 중심, 이를테면 교통, 학교, 사무실, 공장, 여가, 종교 같은 집체적 생활양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변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는 “19세기 국가주의와 계발주의에서 만들어진 틀”을 여전히 유지하며 시대 변화를 좇지 못하는 대표적 집체 프로그램인 교육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종교도 마찬가지”로, “교육과 종교가 시대의 요청에도 변화하지 않고 버텨내는 대표적 사회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제20회 가톨릭포럼 (왼쪽부터) 발제자인 이중식 교수, 송용민 신부와 사회자 원용진 교수. (사진 제공 =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비대면 대학 교육으로의 변화가 종교에 던지는 질문

이런 점에서 코로나19로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교육 현장의 모습은 종교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도 참고가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대학 교육의 변화”는 다양한 미디어 수단의 활용, 캠퍼스와 강의실이란 지정된 곳을 벗어난 공간에서 펼쳐지는 교육, 학점, 시간표 등 바뀐 시간 개념, 사람 간의 관계가 아닌 지식 콘텐츠가 우선하는 관계, 평가 방식 변화 등이다.

이중식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종교를 위한 질문의 출발점”으로 삼아, 종교가 답을 찾아야 할 질문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종교는 집체를 버릴 수 있는가, 교회라는 시간성과 장소성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구성원 간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신앙의 관계는 어떤 형상이며,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신앙에서 평가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변하고 신앙의 내용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이어 그는 “학교, 회사, 교회 같은 밀집형 고유공간의 의미는 절반 이하로 줄고, 부족한 부분은 온라인 장치들로 채워지며 이 과정에서 혼란도 넘칠 것”이라면서 “결국 코로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인문적이며 철학적인 고민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대면, 매체과잉의 시대에 종교는 먼저 가장 인간적 모습, 가장 본원적 사회의 특징을 설명하고, 정보와 육체 사이의 진정한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상기시키고 바른 관계란 무엇인지 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비대면 시대에도 “성사의 본질적 요소는 대면 문화”

이에 대해 두 번째 발표에서 송용민 신부는 팬데믹 시대의 종교 현실이 비대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만 하더라도 “가톨릭 성사론이 지닌 인격적 대면과 소통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펜데믹 현상이 대면 문화와 친밀한 접촉을 통한 교회 생활을 가로막는다고 해서 그간 대면 문화에서 지켜 온 신앙의 표징들을 가톨릭 성사 생활에서 이제 포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앞으로 교회를 온라인 교회, 가상현실의 교회로 옮길 수 있다는 담론도 펼쳐지고 있지만, 이것이 펜데믹을 마주한 교회의 자구책일 수는 있어도 성사의 본질인 대면 문화를 비본질적인 요소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신도 역시 교회가 지닌 대면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힘써야 하며, 이를 위해 “성당이란 거룩한 공간에 대한 감수성 회복”, “성당과 가정, 개인 삶의 공간에 놓인 성물과 성화상 등을 통한 영적 감각의 회복”, “미사 중 영성체의 소중함”, “감실 앞에 머무는 성체조배”, “고해소에서의 인격적 대면과 용서의 체험”, “병으로 인한 신앙의 위기를 이겨내는 치유와 위로의 병자성사” 등의 영적 가치들을 재인식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20회 가톨릭포럼 토론에 나선 (왼쪽부터) 이원재 대표, 김춘식 회장, 주정아 영상팀장. (사진 제공 =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팬데믹 시대의 사목 방향, “비대면 방식과 대면 방식”의 조화

그러면서 송 신부는 코로나19 시대 한국 가톨릭교회의 사목 방향과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교회가 지향해야 할 첫 번째 사목 방향으로 “비대면 사목 방식과 대면 방식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테면, 신앙의 뿌리인 대면 문화의 가치를 위해 성당 내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도 성당 방문, 개별적 성체조배, 개인 묵상 공간을 신자들에게 마련해 주고, 자유로운 미사 참례를 위해 미사 시간 확대, 고해성사 장소 개방 등을 배려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코로나19 이후 신자들의 미사 참례가 준 것을 단순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치부하지 말고, 신자들이 위기의 삶에서도 영적 위로와 격려, 신앙의 기쁨을 본당 공동체를 통해 지속해서 얻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거주지와 생활공간이 달라진 현대인의 생활 형태를 존중해 교적 본당에 소속돼야만 하는 법적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사목적 대안 마련이다.

특히 송 신부는 “가정의 틀을 벗어나 직장이나 비슷한 관심과 취향을 지닌 사회 동아리 형태로 공동체 의식이 확장되고 있다”면서 “신자들의 전례와 성사 생활의 형태를 지역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한다면 폭넓은 인격 관계와 친교, 다양한 관심을 지닌 신자들의 모임을 교회 안에서 활성화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유와 탐욕의 시대에 신자들에게 그리스도교의 종교심을 회복시켜 주는 수행의 영성도 적극 계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국 교회의 과제로는 “성직자와 본당 중심 교회 구조의 군살을 빼고, 교회가 확장해 온 외적 구조와 친교의 요소를 단순화하는 노력”, “교회 생활에서 상호 대면의 성사적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이웃사랑 실천의 일상화”, “사회적 격리와 대면 사회의 배제라는 코로나19 시대의 고독과 소외에 대한 새로운 순교영성 발견”을 들었다.

제20회 가톨릭포럼에 참여한 사람들. (사진 제공 =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코로나19 이후 경제, 미디어에서 종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원재 대표가 교회는 코로나19 이후 기본소득 시대를 대비해 신자들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자발적 노동,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를 계발하는 데 힘쓸 것을 제안했다.

코로나19가 전통적 고용구조를 와해시키고, 플랫폼 경제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는 만큼 교회가 신자들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살피고,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대안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플랫폼 경제 시대에 대중은 경제적 생산에 기여할 기회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기본소득과 강화된 사회보장제도로 생계의 고통을 줄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주목하는 기본소득 시대에는 “먹고 살기 위한 노동”보다 “자발적 노동”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사람들의 삶은 자발적 노동에 의해서 구성되므로, 이때 올바른 가치와 지향을 갖도록 교회가 이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한국언론학회 김춘식 회장은 비대면 시대에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와 그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만큼 “언론이 본연의 공적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기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미디어 그 자체보다 일반인이 뉴스를 해독하는 눈과 미디어 콘텐츠를 해석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가톨릭교회가 일반인을 위한 저널리즘 교육의 기회를 만들고, 언론사를 견제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플랫폼 역할”을 제안했다.

<가톨릭신문> 주정아 영상팀장은 종교는 가장 먼저 코로나19가 몰고 온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더욱 소외되고 차별받게 된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와의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월한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던 '드라이브 스루' 선별검사소는 차가 없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었고, 휴직, 해고에 가장 먼저 내몰린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또 미디어 활용은 폭증했지만 정작 노인, 장애인과 같은 미디어 취약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는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19로 비대면 기술 시대가 앞당겨진 만큼 ‘사이버 신학’에 대한 논의를 확장할 것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기술이 신앙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 대안에 대해서도 더욱 적극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포럼을 주관한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는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 서울대교구 매스컴위원회 산하 언론인 단체 협의체로 1967년 만들어졌다. 미디어의 강한 영향력을 경계하고 세계인의 일치를 위해 미디어가 공헌해야 한다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활동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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