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투명성센터, 천주교인권위 등 나눔의 집 정상화 촉구

위안부 할머니들의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의 후원금 유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종교투명성센터가 나눔의 집 법인이사회에 책임을 묻고, 시설 정상화를 촉구했다.

12일 종교투명성센터는 논평을 내고 “한국종교계가 직면한 ‘돈에 대한 탐욕’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나눔의집 문제가 단순히 실무자 한둘의 일탈 행위가 아님이 명확하다”면서 “법인이사회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동일한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나눔의 집 민관합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19년 동안의 후원금 88억 원 가운데 할머니들의 생활 시설에 쓰인 돈은 2억 원뿐이며, 26억여 원은 주로 땅을 사거나 추모공원 조성비 등 법인의 재산조성비로 쓰였고, 나머지는 요양원 등 다른 시설 건립을 위해 비축됐다.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하는 나눔의 집 시설로 간 2억 원은 전체 후원금의 2.3퍼센트에 불과하며, 이 돈의 대부분은 할머니들의 생활을 위한 직접경비가 아닌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됐다.

지난 5월 후원금 유용 의혹 등 내부고발이 나온 뒤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이 7월 6일-22일까지 법인, 나눔의 집과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국제평화인권센터 등 부대시설의 행정, 시설 운영, 회계 등을 조사한 결과다.

2020년 8월 11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보도 (이미지 출처 = MBCNEWS 유투브 영상 갈무리)

이에 대해 종교투명성센터는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에 따르면 후원금은 후원자의 후원목적에 맞게 지출”해야 하지만 “26억 원은 운영법인이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비 신축 등을 위한 재산조성비로 썼다고 하니 위안부 피해자 지원이 아니라 위안부피해자를 내세워 본말이 전도된 법인 운영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이 밖에도 법인의 불법 사실이 여럿 드러났다. 이미 내부 직원들이 횡령과 배임, 인건비 부정수급 등을 고발한 일을 감안한다면 현 나눔의 집 법인이사회를 더는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평에서는 나눔의 집 사태에 대처하는 조계종 종단의 태도도 지적됐다. 

이들은 “초기 나눔의 집과는 관련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던 조계종이 느닷없이 조사단의 결과를 앞두고 경기도를 비난하고 나섰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현 나눔의 집 법인이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에 조계종 총무원, 중앙종회, 교구본사주지회의, 금산사와 말사 등 조계종의 권력 기구들이 망라돼 있다. 나눔의 집 이사회에 전 현직 총무원장이 포함된 까닭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은 불교 조계종 산하의 사회복지법인으로 운영되며, 1992년 불교인권위원회가 처음 설립했다.

법인 정관에는 “이 법인은 대한불교조계종이 부처님의 자비 사상과 중생구제의 원력을 사회복지사업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을 시행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은 십수 년 동안 상임이사, 대표이사, 나눔의 집 원장을 맡아 왔다.

한편 종교투명성센터는 <불교신문>에 보도된 금산사 주지 일원 스님의 8월 7일 교구 종회 발언인 “후원금, 기부금 등을 모으고 아껴서 축적해 온 약 140억 원 규모의 재산을 송두리째 빼앗기게 될 것임을 확실히 알 필요가 있다”를 들면서, “나눔의 집에 답지한 국민 성금을 자신들의 사적 재산 정도로 여기는 일부 승려들의 의식이야말로 나눔의 집이 파행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의미 깊은 역사 교육장이자 피해자 지원 생활 시설인 나눔의 집이 내부고발과 방송 보도를 통해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밝혀진 것은 불교만이 아니라 한국 종교계의 비극”이며 “나눔의 집을 후원해 온 많은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일”이라고 말했다.

종교투명성센터는 “종교인의 양심에 따라 나눔의 집 문제가 투명하게 밝혀지기를 희망한다”며 “경기도는 과감한 행정조치를 통해 나눔의 집 정상화에 즉각 나서고, 부당한 종교 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말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 나눔의 집 사태로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44개 시민, 인권, 사회단체도 공동 성명을 내고 “나눔의 집 법인 이사 전원 해임 등 나눔의 집 정상화를 위한 적극 조치”를 촉구했다. 

이들은 90살 이상 할머니들의 의료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할머니들의 생활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 포댓자루 등에 방치된 사실도 확인됐다면서 “나눔의 집 법인과 양로시설 나눔의 집 운영이 구분되지 않았고 이사회 운영도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조사 결과는 나눔의 집이 애초 목표로 삼았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과 복지, 기록 관리에 전혀 부합하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시켜 주었다”고 말했다.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경기도와 광주시에도 문제 해결을 적극 촉구했다. 

그러면서 나눔의 집 정상화를 위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의료 지원, 복지, 역사 기록의 관리 보존 방안 등을 마련할 것과 “나눔의 집 법인과 시설의 법령 위반 행위 고발 및 수사 의뢰”, “법인 이사 전원 해임 및 공익 이사를 새로 선임”, “내부 고발 뒤 새로 임명된 운영진 교체”, “나눔의 집 정상화를 위한 민관협의회 조속 구성”을 요청했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에도 “간병인 관리, 할머니들에 대한 실태조사, 보조금 지원 사업 점검 및 조치”를 주문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불교 조계종이 이번 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경기도와 광주시의 정상화 방안에 적극 협력하는 것은 물론 나눔의 집 운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용기 있는 증언으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린 할머니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은 우리 사회와 정부가 당연히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시민사회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나눔의 집 정상화를 통해 할머니들의 편안한 여생과 역사기록 보존,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진실을 알리는 활동에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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