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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여성 수도자의 목소리 나와야”이현숙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남자 수도원에는 미사를 집전할 사람이 많은데, 왜 여자 수도원에는 없을까?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수도자의 의무라면, 왜 우리 안에서 해결할 수 없고, (미사 집전을) 부탁해야만 할까.”

지난 6월 우리신학연구소의 팬데믹 시대 신앙실천을 주제로 한 워크숍에서 이현숙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의 말이다. 코로나19로 미사가 중단되면서 여성 수도자로서 이런 고민이 자연스럽게 들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여성 사제 문제와 연결된다.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선교학을 전공한 이현숙 수녀에게 코로나19 시대 사목과 여성 사제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자 다시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인터뷰는 ‘팬데믹 시대를 사는 한 여성 수도자의 소회다. 거창한 교회론이 아니라, 교회쇄신을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좌절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한 수도자의 고민이다.

여성 수도자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 코로나19로 미사 중단이 되었을 때 매일 미사를 봉헌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힌 여성 수도자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요.

“그때 이런 의문이 더 커졌지요, 남자 수도회에는 미사 집전할 사람이 많은데, 우리는 왜? 그게 안 될까? 팬데믹 시대를 보내면서 수녀들이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는 현실이 피부로 와닿았고, 만나지 않고 어떻게 종교간 대화를 할지, 이 시대에 맞게 내가 수도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해요. 한 번은 공동체에 우리가 말씀의 전례를 하고 축성된 성체를 모실 것을 제안했는데, 이런 이야기는 너무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져요. 팬데믹으로 수녀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삶에 직격탄을 맞았는데, 이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어요. 팬데믹 시대에 여성 수도자의 목소리가 나와야 해요.”

- 남자 수도회에는 사제가 있지만, 여성 수도회는 남성 사제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상황이 코로나19로 절박한 현실 문제가 된 셈인데요. 그러다보니 교회 내 여성의 위치를 고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여성 사제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여성 사제 문제를 논의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가톨릭교회에서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다. 지난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사랑하는 아마존’에서도 “아마존 공동체 안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들은 성품성사의 품계를 요구하지 않는 교회 직무나 역할에 받아들여져 여성 고유의 위상을 더욱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103항)라고 여성이 성직자가 될 수 없음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교회가 파문하거나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전 세계에서 사제와 주교로 활동하는 이들은 적지 않다.)

“(왜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없냐고) 의문을 드러내는 것조차 이상하게 여겨요.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반대해도, 교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말을 반복하죠. 평신도들에게 자기 손녀가 나중에 커서 신부님처럼 사제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뭐라고 대답하겠는지 물어봐요. 그러면 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교회가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국에는 여성 사제 그리고 여성 주교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여성신학은 자신의 전공이 아닌데, 살다 보니 안 되겠어서 공부했다는 이현숙 수녀. 그는 교회 안의 여성 문제, 여성 종교인과의 대화에 계속해서 집중하려 한다. ⓒ배선영 기자

- 교회와 다른 입장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렵고 부담스럽다는 것에 공감이 갑니다.

“그런 행동은 교회에서 환영받지 못할 뿐 아니라 교회 내 활동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이런 것을 생각하면 침묵하거나 우회하거나, 정면 돌파하거나.... 주변에서 나를 개혁적이고 급진주의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나에게 천주교 수녀의 전형적인 분위기가 짙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교회 안에 길들여졌고, 한계가 있는 거죠. 다만 베일을 쓰지 않아서 겉보기에도 전형적인 수녀의 모습과는 달라 보일 수 있지만요. 우리 수도회는 국제 선교 수도회인데, 회색 혹은 흰색의 단정한 복장이면 돼요. 베일이 의무가 아니에요. 그래서 가끔 아줌마라고 불려요. 그러면 옆에 있던 수녀님들이 깜짝 놀라면서 ‘아줌마 아니에요’라고 하는데, 나는 아줌마이고 수도자죠. 정체성 순서로 따지면 64살 된 한 인간이며, 여자인 게 먼저이겠지요. 이런 모습이 자유로워 보였는지 원불교 여성 교무들의 모임에 강연을 부탁 받은 적이 있어요. 올해 원불교는 여성 교역자 복장을 검정 치마와 흰 저고리만 고집하지 않고, 활동성이 높은 양장을 자유롭게 선택해 입기로 결정했어요.”

평신도 운동에 기대를 걸다

- 현재 제도화된 교회를 어떻게 보시나요?

“제도로서의 교회는 어느 정도 필요해요.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트리엔트공의회(1545-63)가 지금의 교회 모습을 갖췄는데, 이는 개신교가 로마가톨릭에서 분리라는 아픔과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교회가 제도화된 거죠. 그 당시에는 그게 필요했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했고, 제도화된 교회가 무거운 짐이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종교학에서 종교의 본질은 사람들이 힘들고 어렵고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 해요. 그렇다면 사목의 본질 개인적, 사회적 어려움 앞에 있는 신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거죠. 새로운 힘을 찾고, 도전하도록 해주는 거요. 이탈리아교구 곳곳에 'Centro D'ascolto'(듣는 센터)가 있어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와서 무엇이든 털어놓는 곳이에요. 이 사람들을 의료, 복지, 심리, 영성 치료.... 등등 필요한 곳에 연결해 줘요. 교구에서 이런 활동을 하면 좋겠어요.”

- 우신연 워크숍에서 평신도의 주체성을 강조하셨어요.

“(교회쇄신에 있어) 평신도 스스로 답을 찾고 변화돼야 해요. 교황 요한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도 새로운 형태의 평신도 운동을 격려했고, 교회쇄신의 희망을 봤습니다. '공동합의성'도 계속 강조해야 하고, 교구와 수도자, 평신도 단체가 상호보조하면서 함께 실행해 나아가야 해요. 코로나19 이후의 사목적 대안에 있어서도 평신도가 답을 찾아가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초기 교회를 빼면 평신도의 힘이 약해요. 성직자는 신자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지도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봐요. 같은 상황을 다른 입장에서 보기 때문에, 이 시대 신자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70-80년대 이후 몰락해 가던 서구 교회를 봐도 평신도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창의적이고 다양한 활동으로 사목과 선교의 공동협력자로 부각되면서 서구 교회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죠. 사람들은 종종 교회가 성사를 통해 복을 주는 곳이라 생각하는데, 지금 독일에서 확산되고 있는 ‘교회는 나다’라는 의식이 한국교회에도 필요해요.”

- ‘종교간 대화’ 분야에서도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제 전공은 선교학, 그중에서 종교간 대화가 특수 전공이에요. 주교회의 종교간 대화 위원회 위원 말고도,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종교간 대화 모임과 종교인들의 모임 ‘댓돌’에 참여하고 있어요. 남녀 수도자, 성직자, 평신도 등 자신의 신앙에 확신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개방되어 있는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어요. 서로의 종교를 방문하고 대화하고, 사회적 현안에 대해 함께 공부해요. 그 열매로 매년 종교인들의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는데, 종교시민의식을 키우고 나누는 장이 되지요. 공식적인 종교간 대화에는 어떤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이 모임을 만들었고, 이 또한 평신도 운동의 하나에요. 공식 기구가 있는데 왜 따로 모임을 만든 것을 두고 이상하다는 말도 들었어요.”

- 얘기를 들으니, 고군분투하는 한 여성수도자의 삶이 그려져요.

“계속해서 교회 안의 여성 문제, 여성 종교인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싶어요. 내 생의 남은 시간에 계속해서 붙들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냥 죽을힘을 내 봐요. 사실 여성신학은 내 분야도 아닌데, 살다 보니 너무 안 되겠어서 공부했어요. 나도 교회에요. 내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는 교회의 한 부분이고, 여성 수도자라는 정체성 때문에 내가 해야 할 과제라 느끼고, 할 수 있는 무슨 일이든 하는 거죠.”

멀리서 보면 지구는 창백하고 푸른 점이다. 먼지 티끌에 불과한 지구는 특별하지도 않다. 인간의 자만은 어리석다. 이런 칼 세이건의 말에 이현숙 수녀는 위안을 받는다. (사진 출처 = wikimedia.org)

칼 세이건, 스티븐 호킹 그리고 BTS(방탄소년단)

- 위안을 주는 것에 대하여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진다고 해요. 우주 멀리서 보면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과 같아요. 그런 관점으로 보면 지구는 특별하지 않고 인간의 자만이 어리석다는 걸 깨닫게 하지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는 마지막 강연에서 인류가 더 이상 땅을 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고, 우주로 향하는 노력을 계속하라고 했어요, 그곳에 희망이 있다고.... 내가 좋아하는 BTS는 편견과 제약에 맞서 끊임없이 자신을 쇄신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젊은이들이에요. 세상과 교회 그리고 내 삶에 변화가 더디고 어렵게 느껴질 때, 이들을 통해 복음의 희망을 잃지 않게 되었어요.

절망하지 않으려면, 큰 그림을 잘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 안에서 내가 어느 위치에서 무엇을 하는지 자주 점검하고 용기를 얻어야 해요.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성 사제, 부제를 이야기하고, 제 종교 안에서 여성에 대해 말하기 위해, 지구에서 고통받은 인류의 80퍼센트가 여성임을 상기하면서 힘을 얻어요.”

끝으로 이현숙 수녀는 어느 광고 이야기를 했다.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어느 부부가 바닷속에서 쓰레기를 줍고 나오다가, ‘오염된 바다가 그런다고 회복될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최소한 우리가 지나온 길은 바뀌잖아요’라고 답한다. 이 대답은 그의 모토가 됐다.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적어도 내 자신이 그리고 내가 지나온 자리가 바뀔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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