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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기억을 화해와 평화의 자원으로”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심포지엄

6.25전쟁은 안보와 반공논리를 기반으로 나와 다른 남을 적대하고 증오하는 문화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기억되었다. 27일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주최한 ‘전쟁의 기억과 화해의 소명’ 심포지엄에서 전쟁의 기억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되었고, 전쟁의 기억을 화해와 평화의 자원으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색했다.

발표자 이수정 교수(덕성여대)는 “현실에서 기억은 종종 적대적 주체들을 생산하면서 또 다른 폭력과 전쟁을 예비하고 촉발시키기도 한다”면서 “전쟁에 대한 기억 그 자체가 아니라,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부터 민족화해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전쟁의 체험이 모두 같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 별로 기억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남북한 정권은 전쟁의 기억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서로 다른 ‘단일한 공식적 기억’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한 정권은 이 전쟁을 ‘전쟁을 통해’ 기억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생생히 살아 있는 사건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두 정권은 전쟁과 관련된 상징물, 기념일 등을 만들어 전쟁의 참혹한 체험을 조국을 위한 고귀한 희생으로 전유하고, 한편으로는 ‘적들이 언제 우리를 침략해 모든 것을 파괴할지 모른다’는 ‘위기상태’에 놓여 있다고 각인시키는 방식으로 국민/인민을 길들였다.”

남과 북의 6.25전쟁에 대한 공식적 기억은 전혀 달랐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미제의 지시에 따라 그 주구들”이 “괴리 ‘국방군’을 동원해 북반부를 침공”한 사건으로, 남한은 ‘공산군의 갑작스런 남침으로 일어난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6.25전쟁의 기억을 공식화했다. 

이 교수는 “남북한 모두에서 이런 공식적 기억을 지지하는 사람과 공식적 기억에 부합하도록 구성된 체험들만 정당성을 얻었으며, 이에 반하는 기억은 위험한 기억으로 억압되고 통제되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남북한 모두 자신들이나 동맹군이 저지른 폭력에 대한 기억에 대해서는 망각과 침묵을 강요하였고, 적의 잔혹함만 기억하도록 했다.”

27일 전쟁의 기억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되었고, 전쟁의 기억을 화해와 평화의 자원으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색하는 심포지엄이 있었다. (사진 제공 =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그는 전쟁의 기억이 불안하고 분노에 쌓인 갈등적 주체를 생산하기보다는, 치유와 성찰, 화해로 나아가는 사례를 제주 하귀리 마을에서 찾았다. 제주 4.3을 겪으며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과정에서 하귀리 마을 사람들은 서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었다. 그 후 오랫동안 주민들은 갈등 속에 있었으나, 1990년 마을발전협의회를 만들어 오랜 소통을 거쳤다. 그 결과 정치적 입장을 가리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 구도를 벗어나, 희생자를 함께 추모하는 기억의 공간을 만들었다.

이 교수는 “이분법적 냉전의 관점을 벗어나 나와 타인의 기억을 구체적으로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명확한 구분이 왜 쉽지 않은지, 가해와 피해가 얼마나 쉽게 뒤섞일 수 있는지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견은 나의 피해가 타자의 피해를 무화시키고 타자의 가해가 나의 가해를 변명하는 방식이 아닌, 나의 피해로 타자의 가해를 이해하는 계기, 타자의 피해를 나의 가해를 성찰하는 계기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호적 과정을 통해 기억은 화해와 평화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의 출구가 될 수 있다.”

정전협정 67주년,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 전쟁의 문화가 일상에 남아 있다. 이수정 교수는 “전쟁의 직접적 기억들은 희미해진 듯 보이지만, ‘우리’와 ‘적’의 이분법에 기반한 적대와 폭력의 문화는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형태로 남아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전쟁의 ‘경험들’과 그 ‘현재성’을 ‘잘 기억’해야 한다.”

7월 27일 주교회의 민화위가 '전쟁의 기억과 화해의 소명'을 주제로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심포지엄을 열었다. (사진 제공 =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토론을 맡은 김성경 교수(북한대학원대학)도 “6.25전쟁에서 우리는 가해자/피해자와 같은 이분법적으로 소급되지 않는 다양한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6.25전쟁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금껏 역사 속 사실이라는 미명 아래 삭제되거나 곡해된 다양한 경험, 목소리, 서사 등을 복원하는 일은 결국 여전한 영향력으로 현재를 만들고 있는 과거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이문동 성당 주임)는 주교회의 민화위가 평화학 교재를 만들어 교회 생활 전 영역에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그 교재를 만드는 과정에는 교회와 국가, 교회와 사회, 교회와 문화 사이의 ‘경청과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며, 그 자체가 평화 실현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교회의 민화위는 '평화와 화해의 교육' 교재를 만들고 있다.

한편, 발표에 앞서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의 기조연설이 있었다. 이 주교는 우리 민족의 족쇄와 같았던 전쟁의 잔재를 털고 새로 시작해야 하며, 70년 동안 갈라졌던 우리 민족의 동질성과 형제애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위한 교회의 기도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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