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성광. (이미지 출처 = Pixabay)

령시인의 팬데믹 망상 - 4

- 닐숨 박춘식

 

 

매일 한 시간, 성체조배 하는 유럽 모 추기경이

어느 날 신문에 광고를 크게 발표합니다

 

< 성당 감실을 가장 아름답게 설계하는 분을 찾습니다

< 최고의 작품을 만든 그분과 그분 가정을 위하여

< 제가 매일 미사 때 반드시 기억하는 상을 드리겠습니다

 

수 백 점의 디자인이 도착, 한 달 동안 전시하면서

가장 좋은 작품 밑에 감상자 이름을 적도록 하였습니다

3,000명 이상 이름이 적힌 두 작품을 발표한 다음

커다란 사진으로 멋있게 인쇄하여 나누면서

추기경은 울먹울먹 신자들에게 호소합니다

 

“또다시 펜데믹(pandemic)으로 성당 문이 잠기면

이 사진 감실을 보며 원거리 조배를 꼭 하시기 원합니다

반드시 주님을 멀리서도 한참 바라보시기 원합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의 미발표 시(2020년 7월 27일 월요일)

 

팬데믹에 주일미사를 못 보고 집에서 대송하면서 많은 생각이 뒤엉킵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믿음을 꾸준하게 잡고 변함없이 기도와 선행에 힘쓴다면 조금도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뿌리가 단단히 내려진 나무는 넘어지더라도 죽지 않습니다. 널리 알려진 말로, 내공(內功)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훈련과 경험을 통해 안으로 쌓인 실력과 그 기운이라고 사전에서 말합니다. 회사 직원들이 대부분 내공이 쌓이면, 회사 전체가 큰 화재로 사라져도 금방 다시 살아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봅니다. 어떤 어려움 안에서도 신앙적인 내공이 단단하면 아무런 걱정이 없지만, 믿음의 내공이 부실하면 쉽게 냉담자가 됩니다. 천주교회 신자의 신앙적 내공은 성체성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시적인 성체성사는 미사와 그리고 감실입니다. 성체성사로 내공을 다지는 방법은 신자들의 참여와 함께 여러 가지 있다고 생각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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