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이미지 출처 = Pexels)

내 영혼의 이름은

- 닐숨 박춘식

 

 

예쁜 엉덩이 선발 대회에서 1등 한 여자가 죽어

그 영혼이 저승 가는데 이상한 느낌으로 뒤를 보니

예쁜 엉덩이만 가방에 넣어 가라고 육체가 애걸합니다

영혼은, 가방을 발길로 꽝꽝 차면서

같이 사는 동안 오늘까지 이름을 붙여주거나

‘내 영혼아’ 하고 불러준 일도 없었는데, 이딴 짓을 하느냐

 

꿈같은 이야기를 듣고 당장 작명을 합니다

내령아, 내혼아, 내님아, 내얼아, 내넋아, 내사랑,,,

 

사차원의 문을 여는 순간

함께 살았던 육체를 멀거니 바라보면서

두렵고 신비스러운 하느님의 빛살을 만나리라 여깁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의 미발표 시(2020년 7월 20일 월요일)

 

사람들은 이승에서는 영혼이라는 단어를 자주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생각하는 주체를 육체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영혼에 대하여 무례할 정도로, 오관을 가진 자신의 육체를 먼저 생각하고, 육체의 소중함 특히 건강에 대하여 늘 걱정합니다. 나이 70 넘어서면 그때 가서 영혼을 자주 생각하는 분이 많을 듯합니다. 엄격히 따진다면, 인간에게는 단연 영혼이 막중하고, 보이는 육체는 보조 역할처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신학자는, 사람은 결국 천사처럼 또는 천사가 되는 과정의 피조물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고 합니다. 자연계와 초자연계가 한 존재로 합친 인간은, 하느님의 창조물 중에 걸작품으로 가장 아름답고 놀라운 존재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묵상기도를 하실 때 자기 영혼을 부르면서 함께 기도하자고 하면 좋으리라 여깁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