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기도. (이미지 출처 = Pixabay)

내 영혼과 대화를 하면서

- 닐숨 박춘식

 

 

순교자들이 외우면서 공부한 천주교요리문답*에

‘사람은 영혼과 육신으로 결합한 자니라’ 하였고

‘영혼은 신령(神靈)하여 불사불멸하는 체(體)니,

육신과 합하여 그 생명이 되느니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천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救)하기 위하여

세상에 났느니라’라고 명료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육신+영혼=사람, 이 엄중한 공식(公式) 안에서

무엇이 중요하냐고 물으면 벌떡 ‘영혼’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알맹이는 영혼이고 껍데기는 육신이라면,

육신 구령이 아닌 영혼 구령에 온 정성을 바쳐야 한다면,

영과 육이 서로 맨날 싸운다면,

 

영혼과 육신은 자주 대화하라는 말은 듣지 못하면서,

영혼은 하느님 편이고 육신은 늘 죄만 짓는다면서,

덮어놓고 성경을 읽어보라는 말만 들으면서,

 

하느님 생각으로 70년 살아오다가 어느 날

영혼에 대한 시상(詩想)을 끌어당기면서

저의 육신이 저의 영혼에게 대들고

영혼은 아무 말 없이 육신을 바라보기도 하고

서로 마주 보고 웃다가 다투거나 찡그리고 삐죽거린다면

정상일는지 비정상일는지, 먹먹할 때도 있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의 미발표 시(2020년 6월 22일 월요일)

 

*<<< 천주교 요리문답 天主敎 要理問答

(1) 사람이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났느뇨? 사람이 천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救)하기 위하여 세상에 났느니라. (33) 사람은 무엇이뇨? 사람은 영혼과 육신으로 결합한 자니라 (34) 영혼은 무엇이뇨? 영혼은 신령(神靈)하여 불사 불멸하는 체(體)니, 육신과 합하여 그 생명이 되느니라>>>

종교마다 수련회 등 여러 명목으로 즉 마음 다스리는 법, 깨달음을 얻는 방법, 명상하는 법, 신과 교류하는 법, 잠재의식을 깨우는 방법,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법, 행복을 누리는 법 등등을 가르치거나 수련회를 통하여 체험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천주교도 피정 등으로 개신교는 부흥회 등 여러 가지 모임이나 강좌들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시를 쓰기 위하여, 우리 천주교회의 영성 신학 등 여러 귀중한 책들을 보면서 무언가 좀 애매한 점이 보일 때에는 걱정스럽습니다. 예를 들면,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과 하느님을 느끼는 것은 분명히 다른데 혼돈되도록 말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신앙적인 생각이나 마음은 기도에서도 전례에서도 수시로 변하면서 증폭되기도 합니다. 어느 때는 주일 미사가 온통 주님 안에서 느끼는 개인적인 평온함으로만 경험하는 때도 있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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