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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열세 번째 편지

벗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가톨릭교회가 기념하는 예수승천 대축일입니다. 그러나 교회의 문은 아직도 굳게 닫혀있습니다. 엊그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종교시설은 필수적 장소이고 미국에는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며, 주지사들에게 지금 당장 교회 문을 열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는 일부 주지사들이 주류 판매점과 임신 중절 하는 병원은 필수적이라면서, 교회는 제외했다며 자신은 이 부당함을 바로잡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등단한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대응 조정관은 발병이 많은 곳에서 지금 당장 시설을 개방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고 반대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트럼프 회견이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들의 지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2016년 대선 때는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유권자의 81퍼센트가 트럼프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일종의 종교 근본주의(fundamentalism)자들입니다. 모든 종교가 평화를 염원하면서도 끊임없이 지상에서 종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종교마다 있는 근본주의(원리주의)자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170만 명 가까운 코로나19 확진자와 10만 명에 근접한 시민들의 사망에 비난이 쏟아지자 타깃을 중국에 돌렸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장관까지 연일 중국을 맹비난합니다. 얼마 전에는 한국인 교수라는 사람까지 이를 부채질하는 청원을 백악관에 올렸습니다. 스스로 ‘애국적 국가주의 크리스천’이며 태극기 부대라고 밝히고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까지 자신의 트위터 타이틀에 올린 그는 “문재인은 불법 대통령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에서 가져다 미국에 밀반입해 수많은 사람을 죽게 한 사람”이라며 미국은 주한 미군과 유엔사(유엔군사령부)를 동원해 가짜 대통령 문재인을 체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복위시켜야 한다는 황당한 청원을 올렸습니다. 주권 국가인 대한민국 대통령을 주한 미군을 시켜 체포하라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에 10만 4천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주로 한국에서 서명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는 최근 첨예하게 이슈가 된 미중 관계는 물론 전통적인 한미관계를 악화시키는 행동으로 해석됩니다. 하긴 이런 주장까지도 당당하게 펼 수 있는 자유의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요즘 뉴욕의 코로나19 기세는 한 풀 꺾였습니다. 불과 한 두 달 전 매일 7백여 명이 발생하던 사망자도 22일 처음으로 백 명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병실이 모자라 코로나19 중환자가 아니면 입원할 수 없던 병원 사정도 다소 숨통이 트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인구 3분의 1에 불과한 뉴욕주에 아직도 매일 천 명 이상 확진자와 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코로나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갈 길이 멀다는 반증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염병까지도 정치 논리로 대처한 것이 ‘코로나 지옥’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마스크도 고집스럽게 쓰지 않고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 첫날 골프장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유유히 수상스키를 즐기면서 자신에게 코로나19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한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함께 코로나19 감염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뉴욕 롱아일랜드 해변도 부분적으로 개방했습니다. 주차도 멀찍이 떨어져서 하게 했고 바닷가 산책길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수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하고 화장실과 샤워장은 절반 이하로 줄였습니다. 무료입장(주차비) 마지막 날인 어제, 저는 존스 비치 해안가를 둘러보았습니다. 먹구름이 뒤덮인 가운데 갑자기 천둥 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한참 뒤 수평선 쪽부터 개이기 시작하더니 바다 위로 오색 무지개가 솟아올랐습니다. 찬란한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문득 창세기에 노아의 홍수 뒤 하느님께서 무지개를 두고 “다시는 물이 홍수가 되어 모든 생명을 파멸시키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무지개를 보면서 “다시는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으로 모든 생명을 파멸시키지 않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아전인수로 받아들였습니다.

차츰 뉴욕에도 희망의 조짐이 보입니다. 벗님들께 드리는 저의 코로나 지옥 뉴욕의 소식도 속히 끝내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먼 것 같습니다. 벗님 여러분 또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0년 5월 24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장기풍(스테파노)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2006년 은퇴. 현재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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