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노선에서 저어새 발견, “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

파주시 교하동, 연다산동 일대 주민들의 GTX-A 공사 중단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GTX-A) 사업은 2018년 환경영향평가서 심의 과정부터 착공까지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고 주민 의견 수렴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졸속 진행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지역은 겨울철새 주요 도래지, 법정보호종 동식물 서식지와 가까워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는 한편 현 노선이 1000여 세대, 3000여 명이 사는 아파트 단지와 열병합발전소(한국지역난방공사 파주지사) 지하를 지나게 돼 있어 안전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애초 국토교통부 고시 노선을 환경부가 재두루미 서식을 이유로 반대해 현재 노선으로 바꿨다는 것이 2019년 1월 주민설명회 당시 국토부의 설명이었지만, 주민들과 지역 환경단체는 노선 변경의 근거가 맞지 않고, 환경영향평가도 부적절했다는 입장이다.

기존 노선에서 재두루미 서식을 확인하기 어렵고, 변경된 노선이 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데도 노선 변경에 대한 고지와 설명, 의견수렴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장치도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보고 2019년 5월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적힌 리본. (사진 제공 = GTX 열병합 관통노선 폐기 주민투쟁위원회)

재두루미 때문에 노선 바꿨는데 바꾼 노선에는 저어새 있어
“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

한편 현재 노선의 차량기지 예정지인 연다산에서 5월 20일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1급 저어새가 관찰됐다.

이에 ‘GTX 열병합 관통노선 폐기 주민투쟁위원회’는 21일 “국토교통부는 새 때문에 지금의 노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 했고, 윤후덕 국회의원도 ‘새 때문에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안 된다고 해 이렇게 정해졌다’고 했는데, 주민의 위험을 무릅쓰고 변경된 그 노선에서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1급이자 전 세계에 2400마리뿐인 저어새가 평화롭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송촌, 탄현, 월롱의 넓은 농경지를 가로지르는 이곳은 모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법정보호종인 수원청개구리와 2급인 금개구리가 살고, 연다산동은 송촌과 지근거리인데도 환경영향평가가 다르게 나왔다”면서 “국토부의 환경영향평가는 거짓, 부실 작성됐다. 환경부는 공사를 당장 중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주민들은 2020년 4월 18일부터 연다산에서 매일 아침마다 공사차량의 공사장 진입을 막으며 공사를 저지하고 있지만, 연다산의 숲은 지금 거의 벌목이 끝난 상태다.

멸종위기종 1급이자 전 세계에 2400마리 뿐인 저어새. 지난 20일 아침, 연다산 주민 GTX반대 투쟁장소 근처에서 관찰됐다. ⓒ황순임

“안전하게 살고 싶다”
“토목공사보다 생명, 안전이 먼저”

지역주민이자 ‘GTX 열병합 관통노선 폐기 주민투쟁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임미경 씨(마리아, 교하 성당)는 “주민들의 뜻은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열병합발전소가 아파트 옆에 있는 것도 불안한데 이제는 지하로 GTX까지 들어온다니 걱정이 크다”고 21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연다산에서는 벌목 전까지 딱따구리 소리가 들렸다”면서 “아침에는 주로 할머니들이 나와서 공사 저지 투쟁을 벌인다. 국토부는 이곳이 기존 노선보다 주민 민원이 거의 없는 곳이라고 했지만 이곳에도 사람과 생명들이 산다. 민원이 적다고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환경영향평가도 짜맞추기로 진행됐고, 주민들 뜻도 무시됐기 때문에 GTX 열병합 관통노선 폐기를 외치고 있다”면서 “주민의견 수렴 당시 시행사와 국토부가 공청회 공고를 관공서 일간지에만 싣고, 현수막도 다른 동네에 걸어 주민들이 알기 어려웠다. 특히 변경된 노선이 열병합발전소 지하를 지난다는 것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GTX 열차는 보통 지하 45미터 깊이에서 운행되지만 차량기지가 시작되는 구간은 깊이가 점점 낮아지는데, 그 구간이 바로 열병합발전소 지하다. 이 구간에서는 열차가 지하 10미터 내외에서 운행된다.

주민들은 이 구간에 열병합발전소의 고압가스관과 바로 옆 아파트에 열과 온수를 공급하는 열배관이 묻혀 있어 폭발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안전성 문제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지 파주시청 철도교통팀에 21일 답변을 요청했으나, 22일 보도시점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한편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행정심판 결과는 3주 뒤쯤 나올 예정이다.

공사 저지 투쟁 2일째인 지난 4월 19일 한 주민이 중장비를 막고 있다. (사진 제공 = GTX 열병합 관통노선 폐기 주민투쟁위원회)

환경영향평가 무엇이 문제였나?

국토교통부가 2018년 11월 환경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본안)는 검토 단계에서 부실하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의견이 있었음에도 환경부의 '조건부동의' 결정부터 착공식까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은 당시에도 나왔었다.

2018년 12월 21일 이 본안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이 “생태계 조사 결과 부실작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거짓부실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생태계 조사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검토의견을 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사업 대상지가 “겨울철새의 주요 도래지이며, 인근에 36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해 전략환경영향평가시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안4나 인근지역 선정을 우선 검토할 것을 제안”했지만, “입지가능한 지역이 아니라 입지가 불가능한 노선과 입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면서 입지 가능성이 높은 대안부지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에도 환경영향평가서 거짓, 부실 여부 평가부터 환경부의 조건부동의 결정, 착공식까지 단 6일이 걸렸다.

12월 24일 ‘GTX-A 노선 환경영향평가서 거짓 부실 평가 위원회’는 국토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 부실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 냈고, 같은 날 환경부는 ‘조건부동의’ 결정을 내렸으며, 3일 뒤에 착공식까지 진행됐다.

GTX-A 사업은 국토부가 승인했으며, 사업시행자는 에스지레일웨이(주)다. 사업구간은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에서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을 잇는 총 45킬로미터 구간으로, 예정된 사업기간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다.

GTX-A 노선의 차량기지 예정지인 연다산의 숲은 현재 거의 다 벌목된 상태다. (사진 제공 = GTX 열병합 관통노선 폐기 주민투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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