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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0주년은 '희년'의 50주년 향한 시작[인터뷰]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김민석 신부

‘5.18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았다.

1980년 5월을 함께 지나 온 광주대교구는 지난해부터 ‘5.18민주화운동 40주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40년 전 광주의 정신을 이어 살기 위해 함께 할 일들을 모색했다.

옥현진 주교가 위원장을 맡은 준비위원회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11명으로 구성돼 지난해 6월 발족했다. 이 가운데 실무 총괄을 맡은 정의평화위원장 김민석 신부를 만나, 광주대교구가 40주년을 기념하며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이후에 궁극적으로 이뤄야 할 바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물었다.

“우리는 그날처럼 살고 있습니까”, “대동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나눔과 연대”라는 주제와 부제의 의미

김민석 신부는 먼저 올해 준비위가 40주년을 기념하며 던진 “우리는 그날처럼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의 의미를 짚으면서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이 지키고 살아냈던 대동 사회, 우리 안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공동체의식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교회적, 성서적으로 40은 기다림, 성찰의 시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완성과 충만의 시간이기도 하다”며, “40년의 역사를 안고 살아왔지만 그 정신이 희석되고, 사실이 왜곡되며, 증언자들이 점점 사라지면서 미래세대에 그 역사가 직접 전달되는 현실을 고려해 정점을 어디에 찍을 것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1980년 5월에 대해 말하면서 지난 40년간 끊임없이 언급된 것은 그 당시 광주 시민들이 서로를 살리기 위해 나누고 연대함으로써 이룬 공동체, 대동세상이었다.

김 신부는 “40주년에도 여전히 짚어야 할 5.18의 정신은 역시 공동체였다. 그 당시 광주가 꿈꿨던 대동세상은 오늘도 여전히 우리의 꿈이자 과제”라며, “지금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 필요한 연대와 나눔을 실현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고 공동체를 되살려야 한다는 요청이 40주년에 이루고자 하는 바의 첫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아직 40년 전의 상처와 아픔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그날처럼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무겁고 상처와 울분을 되살리는 일이며, 그것을 겪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그날을 사는 것인가’라고 되물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강조한 것이 ‘대동세상을 살기 위한 나눔과 연대’라고 덧붙였다.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에 전시된 5.18 당시 주먹밥을 담아 나르던 그릇. 주먹밥은 비폭력 평화 공동체, 나눔과 연대의 상징이었다. ⓒ정현진 기자

또 이번 40주년은 지난 30주년에 내세운 ‘기억과 식별’이라는 주제의 연장이자, ‘희년’이기도 한 50주년을 바라보는 시기라면서, “희년인 50주년에는 누구도 아파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또 아무 의문도 남지 않고 광주의 희생이 축제로 거듭나는 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광주대교구는 기도를 먼저 시작했다. 광주대교구 부제들이 3일간 함께 기도하며 공식 기도문을 만들었고, 광주 지역 남녀 수도공동체가 함께 40주년 ‘십자가의 길’을 만들었다. 십자가의 길은 사순시기에 함께 바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모일 수 없어 개별로 진행됐다.

또 ‘기억의 전승’을 위해 해외 교포 사목지 청년들을 광주로 초대해 5.18을 배우게 하고 이들이 각자 사는 지역에서 광주를 알리도록 ‘청년 홍보대사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이 역시 코로나19로 진행되지는 못했다.

5.18 당시에는 이야기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부치지 못한 편지’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구성했고, 9월부터 광주와 각 지역에서 무대로 올린다.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대중들과 이야기할 기회는 11월쯤 마련될 예정이다.

김 신부는 이러한 대중 행사뿐 아니라 교회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바가 있다면서, “40주년이 5.18정신의 정점을 확인하는 시기라면, 앞으로 매년 이 정신을 구체적으로 살 방법을 매년 짚어가야 한다”며, “이는 우리 모두의 몫이지만, 누군가 계속 건드려 주지 않으면 희석되어 사라질 수 있다. 교회는 매년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역시 40년째 진행 중이다. 2015년 광주대교구 사제들은 지만원 씨를 5.18 진실 왜곡으로 고소한 바 있다. (사진 제공 = 광주대교구 정평위)

김민석 신부는 여전한 5.18 폄훼와 왜곡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오늘의 5.18 왜곡이나 폄훼 이유는 40년 전 5.18이 일어난 이유와 같다”며, “정치권력, 경제 논리와 연계된, 힘 있는 자들이 힘 없는 이들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그 밑바탕이다. 사람들의 존엄이나 아픔이 아닌 자신에게 이익이 되느냐의 여부가 중심이기 때문이고, 권력과 경제 논리에 사로잡힌 흐름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폭풍 앞에 작은 불은 꺼지지만 큰불은 더 거세게 타오르는 것처럼 곤경과 재앙 앞에 약한 신앙은 더 약해지고 강한 신앙은 더욱 강해진다.”(빅터 프랭클)

40주년과 이후의 시간을 살아갈 이들에게 김 신부는 빅터 프랭클의 말을 함께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40년 전 광주의 나눔과 연대는 오늘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확인되기도 한다며, “우리가 방역 규정을 지키는 이유는 내 생명뿐 아니라 타인 생명을 함께 지키기 위해서이고, 손해를 보더라도 잠시 기다리고, 머무르며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것,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당신과 이 세상을 공유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40년 전 광주와 오늘의 코로나19는 “고통과 아픔은 분명히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것을 믿고 살아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이 바로 5.18민주화운동으로부터 배워야 할 정신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눔으로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면, 5.18의 정신은 분명히 그렇게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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