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한 미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두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차츰 ‘창살 없는 감옥생활’에 짜증이 날 만도 합니다. 많은 부작용도 생기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실업률은 14.7퍼센트로 2007-08년 금융위기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현재 상황은 한마디로 ‘생명을 최대한 살리느냐, 경제를 살리느냐’의 기로입니다. 며칠 전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거리 두기’의 조속한 해제를 촉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습니다. 보통 대통령을 호칭할 때는 'Mr. President'로 부릅니다. 이날 쿠오모는 지난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했던 것처럼 트럼프를 ‘This man'으로 부르면서 연방정부 늦장지원을 비난했습니다.

그는 주정부는 최선을 다해 코로나와 싸우며 연방정부를 돕는데 ’This man'은 말만 앞세우고 지원하지 않는다며 “If not now, When?"(지금이 아니면 언제?)을 외쳤습니다. 이 말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1965년 앨라배마 셀마 평화행진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흑인 인권운동가 존 루이스의 명언입니다. 주지사가 그 말을 인용한 것은 그만큼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는 자신과 트럼프의 차이는 ‘팩트와 데이터 대 감정과 정치적 행동’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미네소타, 미시간 등에서는 트럼프의 격려에 힘입어 연일 청년들이 ”자유를 달라“며 시위하고 있습니다. 

최근 뉴욕주는 사망자가 하루 200여 명 수준으로 다소 안정되고 있지만 그래도 매일 수천 명 확진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의 변형으로 의심되는 어린이 괴질이 새롭게 돌고 있습니다. 롱아일랜드 어린이 병원에는 75명 넘는 어린이들이 혀가 빨개지고 관상동맥이 확장되는 등의 증상으로 입원했으며 상당수는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 받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인 것입니다.

사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지내는 것은 너무 갑갑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정폭력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저녁때나 마주했던 부부들이 24시간 함께 지내려니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에 신경질이 더해져 부부싸움으로 번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황혼이혼을 결심했던 부부가 팬데믹 기간 동안 상대방의 장점과 매력을 재발견해 사이가 돈독해진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 공통인 모양입니다. 

며칠 전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SNS로 세계에 중계된 미사강론을 통해 코로나19 전염병으로 가족들이 집에 갇혀 있는 동안 가족의 화합을 기도하면서 예수님께서는 가정의 화목과 단합을 원하신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교종은 전염병으로 인해 가족들이 집에서 외출하지 않는 동안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많은 일이 일어나는 가운데 이와 함께 많은 가정폭력이 증가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가족들이 이 기간 창의성과 인내심을 가지고 평화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오죽 코로나 사태에 가정폭력이 많으면 세계의 영적 지도자께서 가정평화를 전 세계에 외치셨는지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주어진 시간과 환경을 이용하는 방법은 각자 성격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든 이에게 ‘거리 두기’와 타의에 의한 ‘격리생활‘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가 늘 찾는 외딴 해변 갯바위에 걸터앉았습니다. 갈매기 한 마리가 눈앞에서 해면으로 수직하강 하더니 작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솟아오릅니다. 이때 다른 갈매기가 재빨리 날아와 빼앗으려고 서로 공중전을 펼칩니다. 그 바람에 입에 물었던 고기가 떨어집니다. 이 순간 어디서 날아왔는지 제3의 갈매기가 잽싸게 날아와 고기가 물에 닿기도 전에 입에 물고 멀리 날아갑니다. 제 눈앞에서 순간적으로 벌어진 ‘어부지리’ 속담의 재현입니다. 날짐승 세계도 인간세계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약육강식 생존경쟁의 현장입니다. 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부지리를 얻는 것은 어느 누구의 무엇일까요. 벗님 여러분 또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0년 5월10일

뉴욕에서 장기풍 드림

장기풍(스테파노)
전 <평화신문> 미주지사 주간
2006년 은퇴. 현재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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