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비상행동, 코로나19와 종교 과제 좌담회

코로나19를 통해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 일변도로 가는 것을 경계하고, 종교의 사회적 역할도 더 확대돼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7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마련한 “코로나19가 던진 생태적 질문, 종교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다.

이날 좌담회에는 강법진 교무(한울안신문) 김선철 집행위원(기후위기비상행동) 박문수 편집위원장(가톨릭평론), 이성호 목사(연세대 강사), 여암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이 참여했고,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먼저 패널들은 코로나19 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기존처럼 경제성장 극대화로 가서는 안 된다고 봤다.

김선철 집행위원은 공공의료, 일자리 안정 등 공공적 가치 보장과 경제성장 극대화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을 얻게 될 것이며,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이 정말 코로나19의 교훈인가 아니면 경제성장의 방편만을 찾는 것인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 등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코로나19로 약해진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다.

박문수 편집위원장은 디지털 중심의 경제일수록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에는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얼마나 많은 이가 생계의 위협을 받는지 드러났다. 생산성만 강조하면 GDP는 올라가겠지만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고 소외되는 사람이 생긴다”면서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전처럼 생산성만 높이는 것은 진정한 교훈이 아니”라고 말했다.

생명의 가치 깊게 돌아보고 소외계층 살펴야....

사람과 생명의 가치를 더 중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법진 편집장(원불교 교무)은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한 만큼 경제도 빨리 회복하려고 하지만 무엇보다 서로 가까이 지켜보면서 소외계층을 살피는 시기를 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호 목사도 “위기 상황에서 진정한 반성이나 대안을 말하기보다 경제를 빨리 풀려는 위주로 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생명이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더 우선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의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학과 의학이 발달해도 인간 사회의 배제와 혐오, 차별은 여전하다는 것이 위기 때마다 드러난다. 이는 현대 문명이 발전해도 여전히 남는 문제로 종교는 포용과 협력의 메시지로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담회 참석자들. (앞줄 왼쪽부터) 여암 스님, 김선철 집행위원, 박문수 편집위원장, 강법진 교무, 이성호 목사. (사진 제공 =가톨릭 기후행동 공동대표 김종화 신부)

코로나19 위기 때 종교의 역할 미약했다
“온라인 예배 이상의 역할 찾아야”

종교계가 코로나19 위기 때 사람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보다 상황을 지켜보고 소극적으로 따라가지는 않았는지도 돌아봤다.

이성호 목사(연세대 강사)는 여러 교파와 개별교회 중심인 개신교의 특성 때문에 교계 차원의 역할에 아쉬움이 많았다면서 “앞으로 있을 위기에서는 온라인 예배 이상의 더 나아간 역할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계가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려면 성직자는 물론 신자들의 자발적 의지도 중요하며, 정부 정책에 끌려가기보다는 사회와 정부에 구체적 제안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종교활동에 대한 성찰도 이뤄졌다.

패널들은 미사, 법회, 예배 등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면서 종교인들이 그동안 당연하게 해왔던 신앙생활을 성찰하고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번 경험을 통해 가정 단위의 신앙생활, 디지털 시대의 종교활동을 준비하고 시설 안에 머무는 종교를 넘어 세상 속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활동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문수 편집위원장은 “어떻게 종교인답게 살까를 고민하지 않았던 이들이 종교인이란 이타적이고 협력적 삶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를 맞았다”면서 “이 깨달음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쇄신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종교계 더 기여하자

종교계가 자기 안위나 내부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사회적 의제에 더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성호 목사(연세대 강사)는 “종교계는 의제를 제안하고 논의의 방향과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보통 (개신교) 교단은 내부의 정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데 이를 생산적으로 바꿔 사회에 기여하도록 교단 내에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박문수 편집위원장은 “생태에 대한 가톨릭의 가르침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과 우주 전체가 연결돼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를 실천하려면 자기 안위에만 급급했던 기존 삶의 방식을 자연과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꾸는 생태적 회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암 스님은 “중생이 아프면 부처가 아프다는 말처럼 자비의 실천이 불교가 추구할 가치”라면서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불교의 연기적 관점을 바탕으로 자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회복도 강조됐다.

김선철 집행위원은 “우리는 힘들게 들어왔는데 어떻게 비정규직과 같은 급이 되느냐”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정규직 노조의 사례를 들었다.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국외 추방당하는 것이 인권에 반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을 소개한 뉴스에 달린 댓글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중요하다”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 사이를 끊임없이 가르며 인간을 이익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 내면화됐다. 공감, 배려, 자비, 소통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한국 종교계가 추상적으로 사랑과 자비, 책임을 강조하기보다는 설교나 설법 또는 종교 공간을 활용해 신도 개인의 행복 추구가 사회 공동체의 행복으로 연결되도록 구체적, 실제적으로 신도들과 소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좌담회는 국제기후종교시민(ICE) 네트워크,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우리신학연구소, 원불교환경연대, 작은형제회JPIC, 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가 함께 했다. 다음 링크로 들어가면 다시 볼 수 있다. youtu.be/fe3ViH2ah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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