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청년 떼제에서 만난 나 그리고 청년들
새로운 소통 공간(가상공간)에서 다시 하나 된 우리[떼제에서 만난 나 그리고 청년들]

가상합창단(virtual choir)으로의 초대

지난 4월, 부활을 앞두고 성주간에 떼제공동체의 수사님 한 분께 연락을 드렸다가 떼제공동체 수사님이 기획하고 진행 중인 음악 프로젝트가 있는데 함께 할 의향이 있냐는 제의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할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 음악 작업 등을 이미 하고 있었기에,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음악을 나눈다는 것이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었기에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다음 날, 이 음악 프로젝트 담당 수사님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금지령 등으로 각자 집안에 갇혀 교회나 성당에도 가지 못하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부활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가상으로 떼제공동체의 부활 노래를 함께 부르고 연주하자는 기쁜 초대였다. 당연히 쉬운 작업이 아니지만 수사님 뒤에는 음성과 영상을 최종 편집하고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작업을 코디네이팅해 줄 능력 있는 청년들이 있었고, 또 떼제공동체와 그 노래를 사랑하며 가상합창단에 흔쾌히 참여할 음악적 재능이 있는 많은 이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이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 신뢰하는 떼제공동체가 중심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떼제공동체의 크고 작은 여러 기도 모임에서 성가대나 선창자, 독창자, 연주자로서 경험이 있는 여러 청년을 이 프로젝트로 초대해 함께하도록 이어주었다. 나 역시 그렇게 초대되어 기쁘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성주간에 이루어진 가상 합창 프로젝트

다양한 나라의 청년들이 모였지만 마음이 하나로 모이니 쉽게 소통해, 성주간 안에 단 며칠 만에 모든 작업이 시작되고 완성되었다. 성주간 동안 최종 편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동영상 촬영 및 녹음 방법 등에 대한 자세한 안내 사항이 담긴 이메일이 몇 차례 왔다. 하루하루 바쁘게 준비과정과 전달사항이 업데이트되었다.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나중에 동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논란이 없도록, 이번 프로젝트와 그 결과에서 자신의 이름과 국가가 노출되는 것과 초상권 등을 떼제공동체에 위임하는 동의서를 받는 부분과 동영상 공개 전까지 비밀유지를 부탁하는 것도 프로페셔널하며 여러 방면으로 신경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함께 부를 노래는 떼제공동체의 부활 노래 중의 하나인 ‘In resurrectione tua’(온 세상 만물들아 기뻐하라)였다. 이 노래를 어떻게 나누어 연주하고 노래할 것인지, 총보와 함께 가상 악기로 파트별로 듣고 따라 할 수 있는 데모 음원도 친절하게 만들어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 음원의 시작 부분에서 손뼉을 명확하게 쳐주어 나중에 최종 편집이 가능하도록 하는 부분, 카메라 앵글은 어느 정도의 각도로 촬영해달라는 등의 자세한 안내가 있었다. 그럼에도 궁금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WhatsApp에 채팅방을 만들고 시간을 정해 그곳에서 음악팀과 편집팀이 질의응답과 좋은 의견을 나누었다.

그렇게 준비과정을 성목요일까지 나누고 정리하여 성금요일부터 약 이틀 내로 시간을 주어 전 세계에 여러 청년이 각자 맡은 파트를 노래, 연주하여 보내었다. 나는 4성부에서 소프라노로 노래를 하고 중간에 리코더 선율을 오카리나로 연주했다.

오카리나 연주하는 메리유(이미지 출처 : 떼제 유튜브 채널 동영상 갈무리)

사순 시기에서 가장 극적인 시간이 성금요일과 예수님의 부활을 하루 앞둔 토요일일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시간에 부활 노래를 부르고 촬영하며 보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부활을 기뻐하며 노래한다는 것이 다소 어색한 느낌도 있었으나, 이 영상을 볼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안이 되길 바라며 기쁜 마음으로 작업했다.

편집을 담당한 청년은 금요일부터 동영상을 받는 대로 취합하고 편집하여 본인 이름과 나라 이름에 오타는 없는지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토요일 밤을 꼬박 새워가며 음향과 동영상을 각각 편집하고 합쳐 마침내 유럽 시각으로 부활절이었던 4월 12일 오후에 최종 동영상을 올렸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미지 출처 : 떼제 유튜브 채널의 부활 동영상 갈무리 youtu.be/M-hybuhxJg8 )

가상합창단이 부르는 떼제 성가로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다

우리나라는 떼제공동체가 있는 프랑스가 속한 서부 유럽의 시간(GMT+1)보다 7시간 빨라서, 이미 다음날 월요일이 된 새벽 시간이었다. 기다리다가 아무래도 동영상을 보고 잠들기는 어렵겠다 싶어 포기하고 자려던 새벽 1-2시 경이었다. 친구가 부활 동영상이 올라왔으니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서 받자마자 바로 보았는데, 올린 지 몇 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조회 수도 엄청나고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떼제공동체를 사랑하는 능력 있는 많은 청년이 참여한 것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기대를 했는데도, 최종 영상을 실제로 보니 너무 기쁘고 행복해서 어쩔 줄을 몰랐었다. 가상의 공간이라고는 하나, 한 공간에서 함께 부르듯 50명의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청년들이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과 노래는 너무 아름다웠다.

이 깜짝 프로젝트에 많은 사람은 전 세계의 여러 청년이 함께 마음을 모아 가상공간에서 하모니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떼제공동체 공식 채널로 동영상이 올라온 지 한 시간도 안 돼, 각 몇천 건 이상의 조회 수와 기쁨의 메시지들이 넘쳐났다. 다른 이들에게 부활의 기쁨을 전하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정작 프로젝트에 참여한 우리가 그 누구보다 부활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 가장 행복하고 기뻤다.

나도 다음날 지인들에게 기쁜 마음을 담아 영상을 공유했다. 많은 사람이 함께 기뻐하며 참 좋은 세상이라고, 같은 공간에 있지 않고, 각자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이렇게 아름다운 하모니로 하나가 되어 노래한다는 사실에 감격스럽다는 얘기가 많았다. 모두가 함께 이렇게 힘든 시기에도 부활의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나누면 그 기쁨이 배가 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 페이스북에서 영국 친구가 나를 언급했다는 알림이 와서 들어가 보니 영국의 <Church Times>라는 기독교 잡지 전면에 우리 가상합창단 사진이 실렸다며, 반가운 얼굴들이라고 나를 언급한 것이었다. 며칠이 지나고서도 기쁨은 한동안 이어졌고 지금도 그 영상을 보면 그때의 아름다웠던 기억들과 함께 자연스레 미소가 띠어진다.

코로나19사태 속에서 각자의 공간에서 맞이한 2020년에도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에게 어김없이 찾아왔고 어려움 속에서 더 큰 기쁨과 희망으로 찾아와 따뜻함을 오래 안겨주었다.

기독교 잡지<Church Times>에 실린 가상합창단 청년들. (사진 제공 : Yin-An Ian Chen)

이 프로젝트 외에도 다른 가상합창단 혹은 작은 콜라보레이션의 형태로 함께 만드는 떼제 음악을 이어가고 있다. 성주간 초에 일본 친구들의 떼제 노래 가상합창단에도 함께 노래와 오카리나 연주로 참여했고, 또 베트남 친구들이 이 프로젝트 영상을 보고 시작하는 가상합창단에도 오카리나 연주로 초대받아 참여했다. 가상공간에서나마 여러 친구와 함께 찬양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참 감사하고 기뻤고, 또 그 결과물이 다른 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데에 더 의미가 있었다.

떼제 음악이 아닌 다른 음악으로도 여러 뮤지션과 가상공간에서 하는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이어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훌륭한 오카리나 연주자인 이바라키 씨와 오카리나 듀엣을 연주했다. 이바라키 씨의 자작곡인 ‘빛에 이끌려(Guided by Light/光に導かれて)’라는 곡을 연주했는데, 그리스도교 신자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그분을 느끼며 작곡한 느낌의 곡이라 아름다워 이 곡을 선택했다.

음의 길이가 늘어나거나 속도가 변화하는 구간이 종종 있어 가상공간에서 맞춰 연주하기에는 어려운 곡이었지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다. 한 지인께서는 듀엣 영상을 보고 아름답다며 “남녀가, 더 나아가 인류가 이렇게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세상이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 “결국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라고도 해주셨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아름다움과 기쁨을 배로 나누며 살아가는 메리유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유혜진(마리아)
MaryU(메리유)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카리나 연주자이자 강사. 공연기획 및 진행, 영어 통•번역 일도 하고 있으며 떼제 기도모임에서 선창과 솔리스트를 맡고 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 사회복지학, 실용음악학(오카리나)을 전공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유혜진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