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에 명확한 반대 없이 종교적 의미 두며 전쟁 지원

독일 주교들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5주년을 맞아 나치 치하 주교들의 행위를 비판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에 독일이 폴란드를 침략하면서 시작됐으며, 유럽에서는 1945년 5월 8일 독일이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하면서 끝났다.

주교들은 4월 29일 낸 성명에서, 나치 체제 기간에 독일 주교들은 독일이 일으킨 절멸 전쟁 또는 범죄를 반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 전쟁에 종교적 의미까지 부여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가톨릭 통신사 <KNA>에 따르면, 독일 주교회의 의장 게오르크 바칭 주교는 그간 교회는 나치 치하에서 했던 자신의 역할을 기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를 깨끗이 털어놓지도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성명을 발표하는 영상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며, 이런 유산을 미래에 전해야 한다. 이는 지금 유럽이 좋지 않은 상황으로 보이는 것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바칭 주교는 “분열, 민족주의, ‘인종적’ 사고, 그리고 권위주의적 통치라는 옛날 악귀가 지금 여러 곳에서 다시금 머리를 들고 있다”면서, “무시무시한 반 유대주의가 확산돼 있고, 심지어 이곳 독일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의 교훈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향들을 격렬히 반대해야만 한다며, “이는 아무런 변명이나 핑계 없이 교회에 적용되는바, 교회는 평화와 정의의 복음을 천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9년 독일 주교회의 의장 게오르크 바칭 주교. (사진 출처 = CRUX)

한편,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를 인용한 여러 언론에 따르면, 독일 주교회의는 과거 독일 주교들이 나치가 권좌에 오르도록 허용하는 데 “공모”했으며 2차대전 동안 나치 편에 섰다고 인정했다.

독일 주교회의는 23쪽짜리 보고서에서, “당시 주교들이 명확한 ‘아니오’로 반대하지 않았고, 그들 대부분이 (독일이 전쟁의 고난을) 지탱할 의지에 힘을 줬다는 점에서, 그들은 스스로가 그 전쟁에 공모한 것”이라고 했다.

“주교들은 나치가 인종주의에 근거를 두고 전쟁을 정당화한 것을 공유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그들은 그 전쟁에 또 다른 목적 의식을 제공했기 때문에 그들의 말과 이미지는 전쟁을 수행하는 병사들과 체제 모두에게 원조했다."

<선데이 타임스>는 히틀러가 1937년에 인종법을 만들었을 때 교황청이 이를 비난했음에도 독일 교회는 대체로 다르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당시 독일 가톨릭교회가 수천 곳의 교회와 교회 자산을 군사병원으로 전환함으로써 나치 체제에 협력했으며, 수녀들은 독일군을 위한 간호사로 파견되어 일했고 사제들은 전선으로 가서 병사들을 위로하고 영적 지도를 했다고 강조했다.

독일 교회는 또한 전쟁이 끝난 뒤 있었던 연합국에 의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도 비 그리스도교적 보복 행위라고 비난했다.

바칭 주교는 <선데이 타임스>에 “이것이 우리에게 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숨길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이들을 심판하는 일에 우리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 어떤 세대도 자신들이 사는 시대의 선입견과 사고방식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중에 태어난 이들은 역사에서 배우기 위해 역사를 정면으로 대면해야만 한다.”

기사 원문: https://cruxnow.com/church-in-europe/2020/04/bishops-criticize-actions-of-their-predecessors-in-nazi-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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