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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우리의 아픈 손가락, 노숙인들[인연 - 김민 신부]
이 글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웹진 <인연>에 실린 글입니다.

 

(이미지 출처 =Pixabay)

제가 살고 있는 공동체에는 단체 채팅방이 있습니다. 이 채팅방을 통해서 공동체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 이곳을 통해서 같이 사는 신부님 한 분이 뉴스 하나를 공유했습니다. 이 뉴스에서는 편의점에서 무전취식을 한 노숙인의 사정이 소개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무료급식소들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끼니를 해결할 길이 없는 노숙인이 ‘무전취식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인용해 보겠습니다.

“그는 한 달여 만에 하얀 얼굴은 잿빛으로 변해 있었고,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처럼 마른 등 병색이 완연했다.”

매일 우리 공동체에서는 미사를 드리면서 기도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그때마다 항상 저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기도가 가장 필요한 분들이 누군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늘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기도를 드리곤 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형태, 노동 형태가 집단감염에 취약하고 무엇보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날 함께 사는 신부님이 공유한 뉴스를 보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노숙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노숙인만큼 우리에게 양가감정을 품게 만드는 존재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 이분들은 무척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의 노숙인의 역사는 1997년이 분수령이 되는데, 바로 IMF 사태가 있었던 때입니다. 1997년을 분수령으로 노숙인은 ‘걸인’과는 다른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됩니다. 성실한 이들조차 구조적인 악으로 인하여 노숙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 우리는 이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몇 주 전 서강대 앞 경의선 숲길을 산책하다가 노숙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왜 이곳에?’ 하는 궁금함이 올라왔습니다. 대개 노숙인들은 무료 급식소가 있는 서울역이나 용산역, 영등포역 등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료급식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이들은 다른 곳으로 밀려나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시 놀랐던 것은 제 마음속의 공간 감각 때문이었습니다. 노숙인의 공간/ 노숙인이 부재한 혹은 부재해야 마땅한 공간이라는 공간 감각 말입니다. 이는 노숙인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이 얼마나 이들을 배제의 대상으로 삼는 데 익숙해 있는지를 여실 없이 폭로해 줍니다.

사실 저는 신학 공부를 하던 시절 한 주에 한 번씩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대학인 성공회 프랜시스 대학의 자원봉사자(봉사라기보다는 함께 수업을 듣는)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웃리치(현장 지원활동)도 함께 나서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어려웠던 것이 ‘냄새’였습니다. 그 냄새는 솔직히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예전에 모리스 블랑쇼가 이미지에 관해서 설명하면서 이미지는 시체와 같아서 이미지가 머문 자리는 시체가 머문 자리처럼 어떤 흔적을 남긴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노숙인과 함께했던 시간 동안 이 말이 제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노숙인이 머문 자리는 지우기가 쉽지 않은 냄새의 흔적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웃리치를 한 날이면, 돌아온 후 반드시 옷을 빨아야 했습니다. 제가 서강대 옆 경의선 숲길에서 노숙인을 만나고 흠칫 놀랐던 데에는 이러한 연유도 있었습니다. 좋은 낮볕을 즐기기 위해 나온 이들과 노숙인의 모습이 너무 대조되었던 것입니다.

성공회가 운영하는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의 총무팀장 안재금 선생님에 따르면 현재 무료급식소의 상당수가 문을 닫은 상태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감염, 무엇보다 감염에 뒤따르게 될 지역감염의 위험성을 간과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대단한 것이, 여전히 서울역에서는 무료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서울역 급식소가 모든 노숙인을 대상으로 할 수도 없고, 노숙인마다 고유한 영역이 있습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현재 노숙인이야말로 코로나19에 대단히 취약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성공회 다시서기센터처럼 용감하게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노숙인을 위한 사도직을 계속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여전히 노숙인의 주거 형태(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쉼터 환경, 감염에 매우 취약한 노숙)나 그들의 영양상태를 생각해 보면 이들이야말로 우리가 함께해야 할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안재금 총무팀장님께 현재 노숙인에게 가장 시급히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여쭈었을 때 그분이 하신 대답이 있습니다.

“속옷입니다. 우리 센터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구비하고 있지만, 노숙인들은 이를 잘 활용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속옷을 빨아 입기보다는 같은 속옷을 어느 정도 입고 버립니다. 당장 노숙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물품인 속옷이 많이 필요합니다.”

혹시 노숙인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 연락처를 통해서 연락하시면 되겠습니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02-777-5217

김민 신부(사도 요한)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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