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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이도 살 수 있는 날” 오길박로사리아 씨 인터뷰, “장애인의 일과 자립 절실”

“저 없이 요한이가 스스로 살 기반이 없는 게 가장 힘들어요. 이 문제를 해결해야 제가 눈을 감을 텐데.... 요한이가 성격이 밝아요. 시설보다 자기 발전을 하며 살도록 직장 일과 사회생활을 계속하면 좋겠어요.”

37살 아들 걱정으로 애태우는 엄마가 있다. 뇌병변장애 아들(오 요한에우데스, 이하 요한)과 함께 사는 박로사리아 씨.

요한 씨는 보조기 없이 걷지만 몸 왼쪽이 불편하다. 갑자기 근육강직이 일어나 종종 넘어지기기도 하지만, 대학을 마치고 6년 가까이 일한 첫 직장 퇴사 뒤 오랜 실업 상태를 거쳐 지금은 대형 유통센터 전산실에서 일하는 어엿한 직장인이다.

최근 아들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직장 동료들과 총무과가 사무실 입구 계단에 난간을 만들어 줬다. 취업도 반가웠지만, 회사의 배려까지 더해져 가족들은 무척 감사하고 행복하다.

“남들 이야기는 들어 봤어도 우리는 처음이라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회사와 동료들에게 무척 감사해요. 장애인 고용이나 지원이 제도화됐다 해도 이런 배려는 우리 가족에게 제도 이상의 의미에요.”

요한 씨는 지난해 12월, 무기계약직(6개월)으로 입사했다. 회사 이전과 경영자 교체로 부득이하게 첫 직장을 그만둔 뒤 온라인 모니터링 재택근무와 사회적 기업에서 짧게 일했고, 장애인직업학교를 두 차례 더 다니는 등 오랜 시간 사실상 일자리가 없었기에 이번 취업의 기쁨은 남달랐다.

불시의 근육강직과 불편한 걸음으로 안전을 위해 박 씨가 매일 아들의 출퇴근을 돕는다.

“마음을 놓으려 해도, 제가 돕지 않으면 안 되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예요. 지금은 무척 행복한데 얼마 안 있으면 계약이 끝나요. 연장되지 않을까 봐 걱정이 큽니다. 아들이 최저급여를 받더라도 지금처럼 사회생활을 하길 바라요.”

아들은 2006년 대학 졸업 뒤 6개월 만에 성당 지인의 소개로 첫 직장에 들어갔고, 6년 가까이 컴퓨터 세팅, 도서와 우편물 관리 같은 운영지원 업무를 해왔다.

당시 첫 회사의 대표는 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 요한 씨에게 맞는 일을 맡겼다. 박 씨는 단지 고용해 준 것을 넘어 아들에게 맞는 일을 찾아준 것에 감사했다.

오요한 씨가 일하는 사무실 입구 계단에 직장 동료들과 총무과가 난간을 만들어 줬다. (사진 제공 = 박로사리아)

하지만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 계약이 더 연장되지 않으면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을 놓을 수 없다.

“여러 일을 겪다 보니 앞날이 무척 걱정돼요. 아들은 나이를 점점 먹어 가고, 저는 늙어 가는데, 얼마나 이 상태를 지속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하느님이 보호하셔서 살아왔지만, 앞으로 이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해요.”

박 씨는 자신이 더는 일할 수 없게 돼도 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아들에게 안정된 일자리가 절실하다고 생각해, 그간 공공기관에도 몇 차례 응시했지만 계속 떨어졌다.

“공공기관은 채용인원 제한이 있어요. 아들이 나이가 많은 편이라 청년가점을 받을 수 없어 떨어진 것 같기도 해요. 안정적 일자리를 찾으려는 건 많은 월급을 바라서가 아니에요. 제가 없어도 아들이 살아갈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것이 중요해요.”

박 씨는 앞날이 지금과 같다면, 부모 없이 요한 씨는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아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자립할 수 있도록 안정된 직장을 구하는 것이 절박한 이유다.

“제가 올해 65살이에요. 아직 일할 수 있어 감사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까요? 아들이 있어 저는 늙을 수도 없는데, 이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나이가 안 되니까.... 저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들을 누가 돌봐 줄까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고용에서 민간(2.67퍼센트)과 정부 부문(2.79퍼센트) 모두 3퍼센트가 채 안 된다. 2010년 처음 2퍼센트대(민간 2.21퍼센트, 정부 2.4퍼센트)로 오른 뒤 10년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며,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른 2019년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장애인 신규채용도 전체 채용의 3퍼센트에 못 미친다.

2019년 기준 법정 장애인의무고용률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3.4퍼센트, 사업주 3.1퍼센트이며 현 상태는 이 기준에도 못 미친다.

장애인고용률 추이. 장애인 고용률 = (장애인 근로자 수 / 상시근로자수)*100. (이미지 출처 = 고용노동부)

요한 씨처럼 일과 자립이 필요한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실질적 지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사회 생활, 자립을 기본 권리라고 감히 생각도 못했고, 장애인 혜택을 은혜라고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현재 장애인 지원은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에 있어서는 전부 다 미달이에요. 취업교육이나 자동차 세제 혜택 정도 외에는 없어요.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사회가 해야 할 실질적 역할이 있어야 해요. 평가 기준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있는 장애인에겐 어려움이 많아요. 지금 같으면 우리 아들은 부모 없이 살기 너무 어렵죠.”

장애 등급에 따라 지원도 달라지는데, 평가 기준에 들지 않는 경우의 대책도 부족하다.

“요한이는 보조기 없이 걷고 일상생활도 해서 장애등급은 좋은 편이에요. 그렇지만 근육강직이 수시로 오기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이 있고 위험한데도 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없어요. 이를테면 뇌전증(간질)은 장애등급 평가에서 이중 가점이 적용돼 지원이 더 있는데, 요한이는 유사한 증세가 있어도 지원을 못 받아요.”

요한 씨는 장애 2등급이다. 장애등급제는 의학적 기준에 따라 1-6 등급까지 장애의 정도를 나눠, 복지혜택을 차등 제공한 제도였으나,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을 위해 2019년 7월부터 장애등급이 없어지고 ‘정도가 심한 장애인’(기존 1-3등급)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기존 4-6등급)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제도적 한계는 여전하다. 박 씨는 장애인이라면서 때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들도 봐 왔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정책적 한계를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아들의 모습을 볼 때면 아쉬움 또한 크다.

“뇌병변장애여도 우리 아이처럼 아주 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상태가 확실하게 좋은 편도 아닌 경우, 평가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세월이 좋아졌다지만 언젠가는 우리 아이도 혜택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되겠지요.”

요한 씨의 계약 연장 기한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요한 씨가 안정된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는 엄마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요한 씨 가족은 장애인이 계속 일할 수 있기를 인간답게 자립할 수 있기를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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