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자 2659호 <가톨릭신문>과 1030호 <평화신문> 모니터링

100번째 신문비평이다. 지난 2007년 8월 5일 「미디어흘겨보기」란 이름으로 글을 시작한 것이 벌써 꼬박 두 해가 되었다. 교계신문들과는 ‘고운 정’ 없이 ‘미운 정’만 쌓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러면서 100주간이 흘러갔다는 것 또한 교회언론의 한 기록일 것이다. 그러나 100주간이 흘러가는 동안 사회는 예전보다 행복하지 않았고 오히려 많은 부분 그리스도의 가르침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기에 교회와 교계신문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금세기 최고의 개기일식이 벌어지기 전 날인 7월 22일 국회에서 처리된 언론관련법안에 대해서 여전히 사회적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언론관련법안은 일반 국민은 물론이지만 언론종사자들에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첨예한 관심사이다. 물론 그 개별적인 내용에 들어가서는 입법부의 의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복잡한 내용들이다. 한마디로 미로와 같은 세력다툼의 종합편이 언론관계법안인 것이다. 그 정도로 언론의 역할은 정부와 여당은 물론이지만 야당에게도 사활이 걸린 길목인 것이다.

그 법안이 지난 22일 대리투표와 재투표 등의 논란 속에 처리된 후, 아마도 그것을 다루지 않은 대한민국 언론은 없을 것이다. 이웃종교인 <불교신문>과 <크리스천투데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천주교회의 두 교계신문 만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도 없고, 관심도 없는 모양이다. 법안에 대한 보도시점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주 8월 2일자 신문에는 일언반구도 없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다. 종교신문은 이와 관련이 없다고 여기는가? 그렇다면 <불교신문>과 <크리스천투데이>는 스포츠신문이란 말인가?

일단 언론관계법중 방송법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야 확정이 될 일이지만, 이번 법안이후 당장 언론계, 특히나 방송계 앞으로 다가올 것은 보나마나 연말로 예정된 ‘민영 미디어렙’에 대한 문제이다. 사실 영화제목 만큼이나 법률제목들에 영어를 남발하다보니 뭐가 뭔지도 모를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언론관계법’도 ‘미디어법’이라 부르고, ‘방송광고 판매대행사’도 ‘미디어렙’이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마치 아파트 이름을 애매모호하게 만드는 이유가 부모님 찾아오지 못하게 한다는 말처럼 국민들 못 알아듣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쩍다.

‘민영미디어렙’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미디어흘겨보기」시절인 2008년 9월 28일 ‘미디어 렙이 도대체 뭐예요?’라는 제목으로 필자가 쓴 적이 있다. <평화신문>은 이 문제를 ‘제한적 미디어렙’이란 주제로 2007년 대선후보들에게 공식질문을 했으며, 이후 ‘민영미디어렙 도입, 왜 문제인가’ 시리즈를 2008년 10월 이후 4번 연속 실었고 그 외에도 관련 기사와 사설을 게재한 바 있다. 또한 2008년 9월 28일에는 방송광고와 관련하여 “정부는 종교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는 의견광고를 CBS․ 불교방송․ 원음방송․ 평화방송 공동명의로 했었다.

그나마 <평화방송>과 공동운명체인 <평화신문>이 2008년에 줄기차게 제기하던 이 문제가 올해 들어 지면에서는 볼 수 없었다. 아마도 보도시점을 벼루고 있겠지만 지금이 그럴 시기가 아닐까? 버스 떠난 후 손드는 어리석음을 행하지 않으려면 아직 남아 있는 햇볕도 긴 것이 아니다. 사실 <가톨릭신문>은 애초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지역방송사는 이 문제에 사활이 걸려있다. 더욱이 지난 7월 26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미디어렙을 몇 개로 할지에 대한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과도기적 체제가 될 것”이라 밝힌 이후 결국 이 문제는 살아서 다가오는 화두가 된 것이다.

결국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지역․ 군소․ 종교방송을 지원해오던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기능이 사라져 이들의 생존이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광고매출상한제’와 ‘광고매출 의무할당제’등의 어려운 용어가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눈앞에 와있지만 두 교계신문은 아무 말이 없다. 한국천주교회에 하나 있는 종교방송에 대해 <평화신문>은 단지 ‘우리 회사’란 마음을 넘어서야 하고, <가톨릭신문>은 단지 ‘남의 회사’란 마음을 넘어서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다시 공부합시다!

미디어 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방송사를 대신해 광고주에게 광고를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사다. 1981년 설립된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모든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판매를 대행했지만, 미디어렙은 개별 방송사가 개별 대행사를 통해 광고를 수주하는 것이다.
코바코는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광고와 나머지 방송사 광고를 연계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체 광고물량의 10~15%를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에 나눠주고 있다.

민영 미디어 렙 반대 이유
민영 미디어 렙이 도입되면 결국 좋은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인색해지고, 광고수주를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만 양산될까 우려하기도 한다. 결국 민영미디어렙 도입이 광고유치를 위한 방송사들의 무한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방송의 상업주의와 선정주의가 심해져 종교 및 지역방송들의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광고매출상한제
가령, 서울MBC, SBS, KBS2 등이 광고매출을 100을 올렸을 때 서울이 가져갈 수 있는 몫을 75로 상한선을 정하는 것. 그리하여 매출액 100을 기준으로 서울MBC는 75를 가져가고, 나머지 25는 지역MBC 몫으로 가져가게 하는 것. ‘SBS:지역민방’, ‘KBS2:종교방송 등 취약매체’의 관계도 그런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광고매출 의무할당제
광고매출상한제와 같은 개념. 지역방송과 취약매체에 대한 광고 매출을 일정량 의무적으로 할당하게 하는 것. 가령, 지역MBC에 대한 의무할당비율을 25로 규정하고 나머지 몫을 서울MBC가 가져가도록 하는 것. ‘지역민방:SBS’, ‘종교방송 등 취약매체:KBS2’ 의 관계도 그런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미디어 오늘> 및 <광주MBC> 자료참조

김유철(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위원, 경남민언련 이사,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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