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특별조치로 전-현직 주임사제 직무정지.. 성당 신자들 천막 농성 계속돼..

▲광주대교구 주교좌인 임동성당 위에 놓인 예수상이 지붕에 애처롭게 서 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임동성당이 일년 넘게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전임 주임사제(신동술 신부)와 전임 사무장의 '본당회계, 출납부정' 의혹에서 비롯된 것인데, 최창무 대주교(광주대교구장)가 전임신부의 입장을 비호한다고 믿고 있는 현재 주임사제인 송종의 신부와 성당 사목협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평신도들이 교구청에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임동성당 신자들은 의혹을 사고 있는 사제를 교구청 관리국장으로 임명한 교구장의 처사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이 사건을 보도해 온 <프라임경제>에 따르면, 지난 7월 27일 임동성당에서 "오전 미사 후 회계비리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신도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신부들이 신도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대한민국 천주교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인터넷신문은 최창무 대주교가 "회계비리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한 송종의 현 주임신부를 사실상 면직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부 신도들이 이날 성체의식을 거부"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신문은 당사자들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전임신부 S씨와 전 사무장 L씨" 등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취재한 바에 따르면, <프라임경제>에서 일부 사실을 전하면서 일부 사실은 생략하거나 과장보도했음이 밝혀졌다. 

이를테면 임동성당 사목협의회 부회장인 윤순희(테오도라) 씨의 증언에 따르면, "신자들이 최창무 주교의 처사에 항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미사가 끝난 뒤에 일어난 일이며, 성체배령을 거부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교구장은 송종의 신부에게 형식상 '휴가'조치, 내용상 '직무정지'를 명령하였으나,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한 신동술 신부 역시 직무정지 상태다. 따라서 송종의 신부와 신동술 신부는 현재 임동성당과 교구청을 떠났다. 

임동성당은 주교좌성당으로서 교구청과 나란히 있는데, 그 사이에 임동성당 신자들이 천막을 치고 "부당하게 면직된 송종의 신부의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주장하며 9일기도를 바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한 성당 사목협의회 측은 전임 사무장을 공금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교구청으로 통하는 길목에 천막을 치고, 임동성당 신자들이 본당 신부를 돌려달라며 9일기도를 바치고 있다.  

임동성당은 1년 예산이 3억 정도 규모인데, 지난 2002년과 2006년에 걸쳐 각기 8억, 12억 상당의 개보수 및 리모델링 등 큰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투명한 재정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목협의회는 건축자금뿐 아니라 현대 유치원과 성물 판매 수익금 및 혼배미사, 파이프 오르간 대금 지급 등과 관련된 회계상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2007년에 부임한 송종의 신부는 먼저 신동술 전임 신부에게 회계문제를 따져물었으나 결국 두 사제 사이에 감정싸움으로 비화되었고,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2008년 10월에 교구 감사가 실시되었으나 교구청은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의를 제기한 송종의 신부는 교구감사가 끝나자마자 공인회계사를 통해 임동성당 자체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부실한 회계관리 상태가 드러났다. 실제 사무장은 2007년 8월 인수인계 당시 통장만 남겨두고 모든 통장을 파기한 상태였으며, 사목협의회 측에 따르면, 사무장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관련 파일도 삭제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교구장은 그해 12월 임동성당 신자들에게 보낸 권고문에서 자체감사의 합리성과 적합성에 한계가 있다며, 사무장을 용서해 주라고 권한 바 있다. 

나중에 다시 추가로 발견된 통장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교구청 보조금 등이 성당 통장이 아니라 본당 사제의 개인통장으로 입금되어 있었으나, 대부분은 정상적으로 공사대금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이런 사정으로 입출금 내역이 장부에 정확히 기재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쪽에서 들어온 돈이 장부에 기재되지도 않은 채 다른 공사대금으로 나가곤 했으니 그 내역을 상세히 알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느정도의 금액이 유실되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지난 2009년 4월 말경에 사목협의회에서 사무장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통장 내역과 사용처가 대체로 밝혀졌는데, 경찰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입건하기를 주저하고 있으며, 사목회는 계속 '공정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중간수사 결과 밝혀진 바에 따르면, 장부상 내역을 알 수 없는 비용은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축소된 상태다. 

▲성당 게시판에 붙은 '사제 성화의 해' 포스터

한편 교구청 측에서는 송 신부와 사목협의회 측에 고소취하를 줄곧 종용해 왔는데, 지난 7월 14일 보낸 서한에 따르면 "교회 내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을 사이버공간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 까지 드러냈으며, 급기야는 전 사무장을 형사고발함으로서 교구장의 권위와 교회의 명예를 실추 시켰다"는 것이다. 이 당시 교구장은 "2009년 7월 18일 정오까지 지금과 다른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나는 교구장으로서 책임감과 교구장에게 주어진 권한에 따라 이번 건에 대해 최종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지난 7월 25일 교구장은 이 사안을 교회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특별조치'를 발표했다. 대주교는 "임동성당의 회계, 출납 부정 의혹으로 그동안 교구 감사(2008.10.8-14)와 본당 자체감사(2008.10.20-11.20), 사제평의회(2009.5.19)까지 진행했으나,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사제들 간의 갈등과 불신은 공동체 신자들의 분열과 피해의식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동성당 주임 ‘송종의’ 신부와 교구 관리국장 ‘신동술’ 신부는 2009년 7월 25일자로 현 직무를 떠나 『휴가』를 가질 것을 명하며, 임동성당과 관리국의 업무를 대리할 사제로 사무처장 김계홍 신부를 임명한다"는 것이다. 또한 직무대행 동안 본당사제의 자문기구인 사목협의회는 교회법에 따라 자동 해산된다고 밝혔다. 

한편 26일에는 '교구장의 명에 따라 사무처장 김계홍 신부'의 이름으로 임동성당 신자들에게 권고문이 전해졌다. 광주대교구는 이번 사태를 '내홍'으로 규정하고, 그 중심에 있는 두 사제가 의혹과 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혹과 불신이 교구장에게까지 번져 교구장이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 문제가 전임 본당신부와 연계되어 있다면 전임 사무장에 대한 수사결과에 따라 조치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이들의 회심을 촉구”하며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언행에 신중을 기하자”고 말했다. 이 권고문은 이러한 조치가 "공동체의 일치와 두 사제의 일치, 사제단의 일치를 위해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권고문은 마지막으로 신자들에게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실수가 있고 허물이 있고 약점이 있다"면서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가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 너희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는 성경구절을 인용했다.

▲천막에서 묵주기도 하는 신자 할머니. 임동성당은 주로 노인 교우들이 많은 편이다.

이에 임동성당 사목협의회를 비롯한 성당 신자들은 "주교가 두 신부를 불러다가 진작에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를 질질 끌다가 이제와서 교도권 운운하면서 순명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주교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며 여전히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광주대교구의 어느 신부는 "교구재정이 허술하게 관리된 것은 사실이며, 사무장에 대한 고발사태로 교회 안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 경찰에게 맡겨진 셈이다. 이는 교우들이 교구의 판단을 믿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이 신부는 "그동안 사제들이 관행적으로 해 오던 성당 재정관리를 반성할 기회가 주어졌으며, 세상을 화해시키는 성사인 교회가 자신의 문제를 먼저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임동성당 사건은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투명한 재정관리의 필요성과 교회 내 분쟁을 다루는 교도권의 공정한 리더십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설령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더라도 잘잘못을 떠나 임동성당 신자들 가운데 그동안 상처입은 교우들을 치유하는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막에서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임동성당 신자들은 지난 1년여를 끌어온 이 사건으로 교구장과 사제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고, 전임사제를 지지하는 신자들과 신임사제를 지지하는 신자들 사이에 갈등도 적지 않았다. 마지막 권고문은 지난 6월 15일부터 시작된 사제성화의 해를 기억하며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대리하는 사제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 기도하자"는 말로 시작된다. 임동성당 교우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며, 이들은 다시금 교도권과 일치하여 평온을 되찾은 성당을 기대하고 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