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응하는 연대의 팬데믹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미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을 돌보려는 이들의 작은 손길들이 커다란 연대가 되어 가고 있다.

“죄송합니다. 개봉한 것(마스크)밖에 없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스크는 구하지 못해서, 손소독제라도.... 너무 작지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혼란 속에서도 이웃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가 되도록....”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에 물품과 함께 도착한 메시지 일부다.

대구경북지역 이주민과 난민들에게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지원하고 있는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에는 매일 전국의 교구, 수도회, 단체들의 지원과 격려가 도착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소식을 듣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는 이들의 사연도 가득하다.

서울대교구의 한 신자는 마스크는 구하지 못해 손소독제만 보낸다며, 적은 양이지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또 한 교구의 사제는 가지고 있던 마스크 전부를 보내며, 온전한 것이 아니라 미안하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특히 서울 지역 에티오피아 이주민 공동체는 이주민들을 도와줘 고맙다며 마스크 500개를 보내기도 했다.

한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직접 만든 면마스크를 이주민과 나누고 싶다며 보내왔고,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는 이들은 구입에 보태 달라며 2-3만 원씩 보내기도 한다. 그동안 가톨릭근로자회관을 통해 나눔에 참여한 기관, 단체, 개인 등은 약 70여 곳이다.

대구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이관홍 신부는 부산교구 한 본당의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가기 위해 모았던 돈을 그대로 보내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여전히 마스크 수량이 모자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고 물품을 나누는 과정은 조금 고단하지만, 이주민 지원에 동참하려는 이들로 인해 마음만은 매일이 감동”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극복을 담은 그림. (이미지 출처 =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수도회들의 각 지역 지원이나 후원 활동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2월 말부터 각 지역 선별진료소나 보건소, 소방본부를 찾아 간식과 밥을 나누기 시작한 여자수도회들은 의료진과 방역 관계자 지원에서 폭을 넓혀, 지역 독거노인을 위한 반찬 나눔을 하고, 지역민들과 나누기 위해 수도원 재봉실에서 천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또 어떤 수도회는 작은 모금함을 만들어 세뱃돈, 휴가비를 모아 현장 의료진을 위한 간식비에 보태고 있다.

각 수도회들은 “무엇을 했다고 자랑하기보다는, 서로 주고받은 이야기와 소식을 나누면서 ‘나눔의 팬데믹’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각 기관과 시설을 방문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의료 일선에 간호 인력을 파견한 수도회도 있다. 예수성심시녀회는 병원 간호사 소임을 마치고 해외선교를 준비하던 수도자를 지역 선별진료소에 파견했다.

해외선교를 준비하던 중에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 수도자는 선별진료소 봉사에 지원했고 본원은 별도의 숙소를 마련해 주며 적극 배려했다.

문 루시아 수녀는 13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고, 또 혹시 감염이 되면 선교 계획이 미뤄질 수 있어 우려가 됐지만, 선의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수도회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었고, 신앙인으로서 응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이주민들을 위해 마스크를 보낸 에티오피아 이주민 공동체의 메시지. (사진 제공 =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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