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조사, 천주교계 3곳 질의 결과

지난 2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6호 처분 위탁시설’인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서 아동 성추행과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보도하고, 이에 대해 시설의 사과와 반박이 이어진 바 있다.

6호 시설은 소년법에 따라 ‘6호 처분’을 받은 아동이 보통 6개월(6개월 연장 가능) 정도 지내는 곳으로, 사법적 처분이란 낙인을 막고, 사회 적응력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6호 처분은 소년법상 소년원에 보낼 정도는 아니지만 가정과 지역사회 안에서 보호관찰하기 어려운 경우 내려진다.

각급 법원이 지정한 6호 시설은 전국에 7개 있으며, 그 가운데 3곳(이하 시설의 앞글자 M, S, H로 표기)을 천주교계가 운영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2017년 아동보호치료시설 방문조사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천주교계가 운영하는 ‘6호 시설’ 3곳에 현재 상태를 질의하고, 국가인권위 권고의 이행상태 및 6호시설의 인권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점을 짚어 봤다.

국가인권위는 2017년 6-8월 6호 시설 7곳을 방문해 아동의 생존권(의식주 환경, 의료보건 등), 보호권(상벌, 징계 등), 발달권(교육, 외부소통, 문화생활 등), 참여권(의사결정, 사생활, 자치활동)별로 조사한 뒤, 각 시설에 권고사항을 전달하고, 관계기관에 관리감독 및 법률 정비를 제안한 바 있다.

권고 내용은 “시의적절한 의료서비스 및 심리상담서비스 제공”, “공식적 지위체계에 따른 아동에 의한 아동의 통제 방식 폐지”, “상벌 및 징계제도 개선”, “기초학력과 직업교육 다양화”, “개인생활 선택권과 자치활동 보장”, “인권교육 규정 마련과 내실화” 등이다.

국가인권위, 지위체계 재점검 권고.... 3곳 중 1곳 개선 

이 가운데 시설 내 공식적 지위체계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입소기간과 상벌에 따라, 아동마다 공식적 지위를 달리 부여해 아동 간 질서를 만드는 것은 “아동이 아동을 통제하는 것으로 사실상 종사자의 시설관리와 통제 등 편의를 위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조사 당시 7개 시설 가운데 5곳에 공식적 아동 간 지위체계가 있었고, 천주교계 시설 3곳은 모두 포함됐다.

이 지위체계는 미국의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TC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으로, 입소시기와 적응상태, 생활태도, 상벌점 등에 따라 아동의 지위(단계)를 설정하고 역할을 준다. 단기간 행동교정 효과가 높아 여러 보호치료 시설에서 쓰이고 있다.

시설들은 단계별 역할부여로 아동이 리더십과 사회성을 키운다고 설명하지만, 국가인권위는 하위체계 아동이 무력감과 실패감을 느끼거나 아동 사이에 권력관계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재점검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천주교계 시설 3곳 가운데 M은 전면적 재수정 작업을 거쳐 "TC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아동들의 의사가 반영된 새로운 3S예방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M은 지위체계 대신 교사와 개별 아동이 성장지표를 설정해 아동의 성취감을 높이고, 아동이 리더를 뽑거나 규칙을 바꾸는 데 참여하도록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조사 당시 M은 각층마다 다른 아동의 문제행동에 벌점을 줄 수 있는 ‘층장’을 두었고, 가장 낮은 단계인 신입생이 규칙을 어기면 그의 수호천사에게 벌점을 주는 제도도 있었지만, 권고 뒤 이러한 벌칙 규정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S와 H는 지위체계를 유지하되, 아동이 하위 단계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교사가 적극 개입하고, 이 지위로 인해 아동 간 권력관계가 생기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는 “지위체계는 혜택보다는 책임을 우선으로 하고, 지위 상승은 일회적 행동이나 특정 교사에게 잘 보여서가 아니라 객관적 평가를 통해 평상시 모습을 반영하도록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H는 “지위란 단체생활에서 동기유발 수단과 역할수행 및 성장 단계의 표시로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치료공동체의 도구”라며 “아이들 간에는 지위를 이용한 권력이나 어떠한 다른 부정행위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 당시 국가인권위가 “각 지위에 오를 때마다 주어지는 혜택이 다른데, 그 혜택은 주로 전화, 서신, 외출 횟수 등 아동의 기본권과 관련되고, 이는 아동 사이의 불신과 갈등을 일으킨다”며 이 제도의 운영 방식과 이에 대한 아동, 직원의 인식을 지속 점검하라고 지적한 만큼 더 구체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S는 "기본권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보장돼 있는 상태에서 포상 차원의 추가적 혜택을 지급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시설 내 서열이 있다고 응답한 아동의 비율. 표에서 천주교계 시설은 B, E, F. (자료 제공 =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대상 아동 83.7퍼센트 인권침해 느껴
인권교육, 아동복지법상 의무교육 돼야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느낀 아동은 83.7퍼센트로 주로 편지나 소지품을 검사받을 때, 아픈데 충분히 치료받지 못할 때, 건의사항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였다. 천주교계 시설 1곳은 치료받지 못할 때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느낀 비율이 전체 7곳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와 함께 국가인권위는 아동이 직원에게 언어폭력, 폭력, 성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조사결과를 들며 “여전히 시설에서 신체적, 언어적 폭력이 잔존"하므로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관할 지자체는 정기적 점검으로 종사자의 폭력 및 폭언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이를 관리, 감독”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3곳 모두 직원에게 폭언, 폭력, 체벌 금지 서약서를 정기적으로 받고 외부 전문강사가 진행하는 인권교육과 의무교육을 받게 한다고 답했고, 특히 M은 종사자의 소진을 막기 위해 휴가, 연수, 역량 강화 등 전문성을 높인다고 답했다.

또 3곳 모두 외부 전문강사를 통해 아동에 대한 인권교육을 하고, 인권보호관이 24시간 중 불시 방문해 감독하는 시설(H)도 있었으나,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하는 데 인적, 물적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S는 사무국장이 인권전문가 양성 교육을 받았으며, M은 인권전문가 양성을 위해 직원을 따로 선정하고 직원과 아동에 대한 인권교육을 법정 시간 이상 실시한다고 답했다.

국가인권위는 시설 차원의 인권교육 규정 마련과 교육의 내실화를 권고하면서도, 아동복지법에 따른 5대 의무교육에 인권교육이 빠져 있다며 인권이 필수교육에 포함되도록 아동복지법이 개정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동복지법 5대 의무교육은 ‘성폭력 및 아동학대 예방’, ‘실종유괴 방지예방’, ‘약물오남용 예방’, ‘재난대비 안전’, ‘교통안전’으로, '인권교육'은 없다.

이에 따라 시설 자체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만큼 법적 체계 안에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아동이 시설에서 인권침해를 경험한 비율. 표에서 천주교계 시설은 B, E, F. (자료 제공 = 국가인권위원회)

소년원과 달리 아동의 외부소통 중요해
광범위한 서신검열 법적 근거 마련해야

이밖에도 국가인권위는 아동이 가정과 사회, 학교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다양한 교육과 외부 소통을 주문했다.

6호 시설은 소년원 보호처분과 달리 아동의 외부, 지역사회와 소통이 중요하므로, 부모와의 접견권, 통신 및 인터넷 등 정보 접근권이 기본권으로 제공돼야 하지만 “어느 시설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통제의 정도가 매우 달라 아동보호시설에 공히 적용되는 전화, 면회, 외출, 외박 등에 대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이에 대해 S는 "추가범죄나 이탈, 비행방지를 위해 아동 단독 외출은 제한하지만, 보호자, 직원 및 봉사자 동반 외출, 모둠활동, 지역사회 봉사활동, 각종 야외 활동 등을 통해 아동의 욕구를 충족해 주려 하고 면회는 매주 주말마다 실시된다"며 "매일 저녁 부모님 안부전화시간이 있고, 주말에도 안부전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6호시설에서 법적 근거 없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서신검열도 지적했다.

국가인권위는 교도소나 소년원 등 제한된 범위에서는 서신검열이 필요할 수 있지만, 서신검열 자체는 헌법상 사생활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법률에 근거한 구체적 규정에 따라 광범위한 서신검열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설들은 운영 경험을 통해 서신 등 외부소통이 재범으로 이어지거나 아동의 문제행동이 개선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예방과 대응책으로 서신검열과 외부 활동 제한을 주로 활용한다고 설명한 만큼 아동이 인권침해라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행동수정이 이뤄질 수 있는 대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당시 조사 대상 7개 가운데 5곳이 종교계가 운영하는 시설로, 3곳은 천주교계 2곳은 개신교계다. 조사결과 국가인권위는 종교계가 운영하는 시설은 입소 아동의 종교생활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하고 모든 시설은 두발 등 개인생활 선택권을 보장할 것도 권고했다.

종교생활에 대해 현재 세 곳 모두 미사를 선택해 참석할 수 있으며, 미사 참석을 원하지 않는 아동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두발의 경우 M은 긴 머리는 반드시 묶고 앞머리는 핀을 꽂아야 했으며, 남자시설인 S와 H는 처음 입소 시 스포츠형으로 잘라 준다고 했으나, 권고 뒤 M은 아동의 의견을 수렴해 공동생활의 위생 예의상 긴 머리만 묶는 것으로 바꿨다. H는 두발 자유로 아동이 원할 때에만 머리를 깎는다고 밝혔다.

의사, 임상심리상담사 등 전문인력 채용 어려워

한편 지자체와 관계부처의 지원이 필요한 권고 사항도 있다.

국가인권위가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따라 30인 이상 규모의 아동복지시설은 의사나 촉탁의사를 고용하게 돼 있으나 조사대상 7곳 가운데 1곳만 빼고는 없다”고 지적했지만, M은 “촉탁의사 지원자가 거의 없고, 지자체 지원도 없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S도 촉탁의사 고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근처 병원과 MOU를 체결해 의료서비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H는 지자체 예산 미확보로 아직 고용하지 못했으나 예산이 확보되면 고용할 예정이다. 세 곳 모두 30인 이상 규모다.

또 의사는 물론 임상심리상담사 등 복지시설 근무를 꺼리는 탓에 전문가 인력을 확보하기가 센터 차원에서 쉽지 않다는 호소도 있었다.

질의서에서 M은 "아동보호치료 시설의 특성상 아동의 일탈행동을 예방하고, 학업 및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양육시설과 달리 시설 안에서 학교, 가정, 사회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곳 모두 법적인력배치 기준에 따르며 추가인력은 자부담으로 운영하고 외부강사나 프로그램 등을 최대한 섭외하려고 하지만 시설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움이 많아 정부의 적극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

아동이 응답한 몸이 아플 때 의료서비스 제공 여부. 표에서 천주교계 시설은 B, E, F. (자료 제공 = 국가인권위원회)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김수정 변호사는 “6호 시설을 책임지는 전담부처를 정해 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라고 3월 6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6호 시설이) 일종의 수형시설이라 정부가 정확하게 전담해서 관리해야 하는데 책임부서가 불분명하고 민간위탁 상태라 균질하게 관리되지 못하는 데다, 시설 간 격차가 크고 시설 수도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설운영을 민간에 맡겨 놓고 약간의 지원을 해 주는 것으로 정부의 역할이 끝나 버리면 관리, 감독이 시설 우호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시설의 공적 기능이 많이 약화된 만큼 일률적, 공적 관리가 이뤄지도록 책임부처를 명확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설 대표자에 따라 개방형 혹은 폐쇄형으로 관리되는 곳 등 차이가 많다”며 “세계적 추세는 개방형 시설로 가는 것을 고려하고 아동의 인권에 부합하는 일률적 지침을 마련해 시설장이나 시설의 독자성에 맡겨 버리는 현재의 상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6호 시설은 아동복지법에 따른 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법원이 감호를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되는데, 복지시설이 위탁처가 되는 경우 시설 지정은 보건복지부, 위탁은 가정법원, 운영 관리는 지자체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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