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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 방귀는 꽃방귀[살아 있는 노래랑 아이들이랑 - 25]

어느 날 다울이의 질문.

“엄마, 옛날이야기에 보면 셋째가 최고라고 그러는 것 같아. 얼굴도 성격도 꾀도 뭐든지 첫째 둘째보다 낫다고.... 도대체 왜 그런 걸까?”

“글쎄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우리 집 셋째 다나를 한번 떠올려 봐.”

“다나는 괴물이지. 얼굴도 못생기고 성격도 괴팍하고 꾀도 없고....”

다울이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다나가 벌써 눈물을 글썽이며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엄마, 오빠가 나 보고 괴물이래. 내가 정말 괴물이야?”

“무슨 소리야. 이렇게 예쁜 괴물이 어디 있다고. 다나는 이쁜이야. 엄마의 사랑 이쁜이!”

내가 다나를 안아 주며 위로해 주고 있는데 옆에서 다울이와 다랑이의 눈총과 시샘이 느껴진다. 다 느껴지긴 하지만 다나를 향한 나의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내리사랑이라서 그런가, 다나가 고명딸이라서 그런가, 그냥 막 마음이 간다. 다울이가 엄마 아빠는 다나한테 더 친절한 것 같다고 할 때마다 “다나가 어려서 그런 거야. 너희들 어렸을 때도 그랬어.“라고 말하고는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다나를 대하는 내 모습이 더 각별한 건 사실이다. (우리 신랑은 나보다 더하다. 목석 같은 사람이 다나 앞에선 비단이 된다.)

그럼 이쯤해서 콩깍지를 떼어 내고 현실 속의 다나를 살펴보자. 다나는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싶은 가냘픈 여자아이가 아니다. 또래에 비해 체격이 작은 편인 오빠들과 달리 다나는 건장하다. (덩치로만 보면 둘째 다랑이보다 덩치가 큰 것 같다.) 성격은 또 얼마나 센지 오빠들 하는 건 기를 쓰고 따라 하고, 뭣이든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더 큰 거 먹으려고 안달이다. 오죽하면 동네 할머니가 다나를 ‘억척이’라고 부를까. 나 어렸을 때나 다울이 다랑이 어릴 때 다 떠올려 봐도.... 이런 엄청난 캐릭터 요소는 없었다. 어떻게 내 속에서 저런 기질의 아이가 나왔을까 싶게 예측불허 상상불가 여전사!

예쁘게 차려입은 다나. ⓒ정청라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빠들에게 미움을 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기가 상상했던 여동생이 아니라며 씁쓸해 하는 다울이, 허구한 날 다나가 저지른 만행을 신고하며 활화산이 될 기세다. 다나가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문을 닫고 나와 더 이상 동생이 없는 것만도 천만다행이라는 다랑이, 이웃집 다울이한테는 자기가 아끼는 목걸이까지 선물하면서 다나한테는 얄짤없다. 다울이는 귀여울 때가 많은데 다나는 안 귀여울 때가 많다는 충격고백으로 다나를 울부짖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은 오빠들을 향한 다나의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하면 “흥! 오빠 미워! 오빠랑 안 놀아! 오빠 사탕 안 사 줄 거야!” 하며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꺼내어 싸우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내 오빠’ 자랑을 한다.

“엄마, 내 오빠가 나 지켜줬다. 내가 넘어지려고 했는데 손 잡아 줬어.”

“아까 내 오빠가 내가 무섭다고 하니까 나 돌봐 줬어. 그래서 내가 무섭다가 안 무서워졌어. 신기하지? 내 오빠 착해?“

“나는 내 오빠가 두 개야. 엄마도 오빠 있으면 좋겠지? 엄마도 다나 될래?”

다나가 이런 말을 툭툭 뱉어낼 때면 다나 입에서 꽃송이가 펑펑 터져나오는 것만 같아 나는 또 황홀경에 빠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를 치지만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못 말리는 꼬마 아가씨! 옛날이야기에서 셋째를 칭송하는 건 어쩌면 의외성에 대한 경외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첫째 둘째 셋째 저마다 다 다르지만, 셋째에 와서 우주가 공중제비를 도는 듯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데, 그것이 주는 충격과 감동이 옛이야기 세상에까지 녹아들어간 것은 아닌지....

오늘도 다나는 별난 하루를 산다. 겨울왕국에 나오는 엘사랑 안나로 변신한다며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빙그르르 돌면서 춤을 추다가 어느 새 감나무에 올라타려고 바둥거리고 있기도 하다. 별난 다나 덕분에 별처럼 빛나는 오늘, 매화나무가 뀐 매화꽃 방귀 냄새에 취해 노래 한 곡 불러 본다.

밭에서 놀고 있는 다나 공주님과 다랑이. ⓒ정청라

우리 집 방귀 노래

(글 / 곡 : 정청라)

 

다울이 방귀는 천둥 방귀

다랭이 방귀는 사탕 방귀

다나 방귀는 꽃 방귀

엄마 방귀는 노래 방귀

아빠 방귀는 잔소리 방귀

 

다울이 방귀는 천둥 방귀

다랭이 방귀는 사탕 방귀

다나 방귀는 꽃 방귀, 다나 방귀는 꽃 방귀!

뿌웅~~~!

정청라
인생의 쓴맛 단맛 모르던 20대에 누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막상 엄마가 되고 1년도 채 안 되어 좋은 엄마는커녕 그냥 엄마 되기도 몹시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엄마'라는 허상을 내려놓았다. 그 뒤로 쭈욱 내려놓고, 내려놓고, 내려놓기의 연속.... 이제는 살아 있는 노래랑 아이들이랑 살아 있음을 만끽하며 아무런 꿈도 없이 그냥 산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스스로 길이 된다는 것'임을 떠올리며 노래로 길을 내면서 말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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