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문서는 비밀문서 아닌 사도문서

교황청이 3월 2일 교황 비오12세에 관한 사도문서를 학자들에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비오12세 교황의 재임 기간인 1939-58년까지의 문서는 교황청 내부 문서, 일기나 편지와 같은 사문서, 외교와 교회 사업, 종교 및 정치 문제 등에 대한 문서다.

교황 문서는 일반적으로 마지막 재임 연도로부터 70년 뒤에 이뤄지지만, 이번 비오 12세의 문서는 8년 빠르게 공개됐다.

이는 비오 12세 재임 기간이 파시즘 등장과 제2차 세계대전 발발 등이 진행된 시기인 만큼 이와 관련된 교황청의 역할에 대해 많은 추측과 의혹이 있었으며, 이를 객관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오 12세 문서 공개를 결정하면서, ‘바티칸사도문서고’ 직원들에게 “교황 비오12세는 이미 조사, 연구되어 왔고 때로는 편견이나 과장돼 비판을 받았다. 오늘날 더 균형 잡힌 역사적 판단이 나올 것이라는 희망 안에서 비오 12세는 재평가되고 있다”며, “교회는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를 열람할 수 있는 이들은 교회 관련된 학문 분야의 석사급 이상 학자들, 또는 지역 주교의 허락, 추천을 받은 신학자들이다.

또 방대한 자료의 열람을 돕고, 사료 인용과 연구가 객관적으로 이뤄지도록 문서 공개 전후해 가이드(해제)를 내는데, 이는 공개 전부터 일부 학자들이 준비한다.

비밀문서 아닌 사도문서

흔히 교황 문서를 ‘비밀 문서’라고 해 왔지만, 사실상 70년 이후 공개되는 것일 뿐 특별한 기밀을 담고 있는 문서는 아니다.

‘비밀 문서’라는 명칭과 관련, 지난해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교서를 통해, ‘바티칸비밀문서고’를 ‘바티칸사도문서고’로 명칭을 변경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바티칸 문서고는 그동안 보유한 문서를 공개하면서 세계적으로 교회와 문화, 학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고 평가하면서, 이러한 문서고 사명의 교회, 문화적 목적을 재천명하는 것이 더욱 유용하며, 이는 기관명 자체와도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또 바티칸 문서고는 교황의 ‘비밀 도서관’에서 비롯됐으며, 이는 교황이 각별하게 여기는 법률 규약, 문서를 보관하는 서고로 ‘새 문서고’, ‘사도 문서고’로 불리다가 ‘비밀문서고’로 바뀌게 됐다고 설명하며, “그러나 이 비밀이라는 단어는 곡해돼 모호하고 부정적인 의미를 담게 됐고, 비밀보다는 ‘기밀’의 개념과 연결됐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비밀문서고’를 ‘바티칸 사도문서고’로 바꾸는 것이 그 정체성과 구조, 사명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며, “새 이름은 교회와 문화에 봉사하고자 하는 생생한 열의를 재천명하면서, 문서고와 교황청 사이의 긴밀한 유대를 명백히 드러내며, 교황 직속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오 12세. (사진 출처 = 교황청 홈페이지)

비오 12세 사도 문서, 한국 사회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비오 12세의 재임 기간인 1939-58년 사이 한국 역시 역동의 시기를 지나갔다.

일제강점기, 해방, 대한민국 정부 수립, 분단, 한국 전쟁, 제주 4.3사건 등은 국제사회와 밀접히 관련된 사건들로 이번에 공개된 문서 가운데 외교 섹션은 이 시기 교황청의 외교적 움직임이나 한국교회 관련 입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교회 안팎에서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밝혀진 내용 가운데는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의 승인을 얻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작용한 것이 바티칸의 외교였다는 것이다. 1947년 교황 비오 12세가 한국에 메리놀외방전교회 번 주교를 특사로 파견한 것이 국제관례상 주권국가로 승인됐다는 인식을 주고, 국제적 승인을 받는 데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또 비오 12세는 1948년 제3차 유엔총회에 참석한 한국대표단을 외교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성염 전 주교황청대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이제 막 공개됐기 때문에 사료를 연구, 조사할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교황청의 외교력은 대단하다. 그 당시 한국 사회가 겪었던 사건들과 연관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한 교황청의 입장, 외교적 태도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교회와 교황청은 2019년부터 5년간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지난해 9월 19일 양해각서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은 교황청 바티칸 도서관과 비밀문서고, 수장고(인류복음화성) 등 3개 기관이 보유한 관계사 사료를 발굴, 정리, 보존, 연구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했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바티칸 도서관 및 비밀문서고 총책임자인 조제 톨렌티누 멘돈사 대주교와 사업 추진을 합의하면서 시작됐으며, 문체부는 예산을 확보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위탁했다.

이 사업은 2019년부터 한국-바티칸 수교 60주년을 맞는 2023년까지 5년간 진행된다. 한국 총괄은 주교회의 사무처장 김준철 신부, 실무책임은 주교회의 관리국장 류한영 신부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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