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교황청 내사원이 ‘세계화 시대의 신(新) 칠죄종’을 소개했다고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지가 전했습니다. 이 신문이 열거한 ‘세계화 시대의 신 칠죄종’은 (1) 환경파괴, (2) 윤리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과학실험, (3) DNA 조작과 배아줄기세포연구, (4) 마약 거래, (5) 소수의 과도한 축재(蓄財), (6) 낙태, (7) 소아성애입니다. 본래 ‘칠죄종(七罪宗)’ 즉 일곱 가지 대죄는 교만, 인색, 음욕, 탐욕, 분노, 질투, 나태 등 그 자체가 죄이면서 동시에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죄를 뜻하는 말로, 6세기말 교황 그레고리오 1세에 의해 교리화 되었습니다.

이번 새로운 칠죄종은 최근 이탈리아 가톨릭 신자의 60%가 고해성사를 회피한다는 통계가 나오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세속화된 세상에서 죄의식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개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됩니다. 또 교황청 부내사원장 잔프랑코 지로티 주교는 “기존의 칠죄종은 개인적 문제에 기인하지만, 오늘날에는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죄악들이 존재한다”면서 “전 세계 사제들은 이제 세계화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죄악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하였습니다.


세계화, 시장논리의 지배 가치관

이번에 교황청에서 새로 발표한 현대 사회의 칠죄종은 교황청 부내사원장 지로티 주교의 말대로 과거와는 달리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죄악들이 존재한다는데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한 칠죄종의 전제로 ‘세계화 시대’라는 말이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세계화’라는 말에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사고파는 시장교환의 논리에 지배되는 사회를 뜻합니다. 이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상품화됩니다. 이번 교황청의 발표는 물과 공기, 먹을거리와 생각과 지식 모두를 사고 팔수 있는 세계화 시대가 바로 새로운 중대한 죄악의 상황을 만든다는 의미 있는 지적입니다. 바로 환경을 파괴하고, 자연과 동물을 인간의 목적에 따라 실험하고, 나아가 유전자조작을 합니다. 이런 시도가 결국 일부 아주 적은 소수의 자본 축적을 이루고, 이러한 희망 없는 세상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은 사라져 낙태와 마약을 통해 스스로를 방치합니다.


경제적 가치보다 더욱 소중한 가치가 있으니

경제적 가치만을 최선, 최상의 가치로 바라보는 세계화 시대 속에서 우리는 다른 가치를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인간과 자연과 모든 피조물의 생명어린 관계성은 돈으로 사고 팔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는 경제적 가치보다 더욱 소중한 가치들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문화와 공동체, 유유히 흐르는 생명의 강, 그리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소중한 마음과 웃음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모든 피조물들이 함께 부활한 새로운 희망의 시기, 부활은 바로 생명의 부활이며, 우리 신앙인들은 ‘생명의 가치’로 생각하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생태적 소명입니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주님은 너희의 생명이시다.”(신명기 30,19-20)

/맹주형 200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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