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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현상 - 창의성과 열정 : 복음적 열정 회복의 토양[BTS의 ARMY가 된 어느 수녀의 이야기 : 새로운 복음화 - 3]

세상을 악의 세력이 가득한 곳, 우리가 거리를 두어야 할 곳이라고 말한 적도 있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하느님의 구원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라고 새롭게 규정했다. 실제로 세상에는 문제도 많지만, 드물지 않게 하느님의 선함과 거룩함을 반영하고 있다.1) 교회 역시 하느님의 선함과 거룩함을 추구하면서 세상의 부조리를 그대로 반영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시대의 표징을 통해 성령의 소리를 듣고 이에 응답함으로써 교회 쇄신과 복음화, 세상을 복음화에 협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소유의 정도에 따라 신분이 정해지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진실된 마음으로 노력하며, 자신으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혹은 인간관계에서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바꿀 수 없는 현실 앞에 울분을 품은 채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BTS는 희망의 아이콘이 아닐 수 없다. 

지난 글에서 BTS와 ARMY가 함께 사회문화적 부조리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BTS 자신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에는 대략 네 가지 요인–자율성, 창의성과 열정, Team Work, 새로운 남성성-이 작용하고 있다.2)

BTS의 '아이돌' 뮤직비디오 이미지. (이미지 출처 = 유튜브 Big Hit Labels 채널 동영상 갈무리)

일반적으로 K-POP 아이돌은 소속 기획사에 의해 제작된 결과물로 평가된다. 그러나 BTS는 직접 작곡하고 자신들의 경험을 표현하는 힙합 그룹으로 출발했다. 따라서 BTS의 음악과 영상, 메시지에는 자신에 대해 그리고 세상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자발성과 개성이 부각된다. 이는 BTS가 소속사의 사정으로 힙합 그룹에서 K-POP 아이돌로 전환되는 상황에 힘이 돼 주었다. 즉 자신이 겪어 낸 삶의 도전과 진정성을 중시하는 힙합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아이돌의 성격을 잘 조화하여 ‘힙합 아이돌’이라는 창조적 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음악, 영상, 메이크업, 의상, 무대들 통해, 음악을 보고 듣게 하는 K-POP 콘텐츠를 보다 더 예술적으로 승화했고, 이 안에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인상 깊게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BTS 멤버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외부로부터의 몰이해, 즉 힙합과 아이돌 양쪽 모두에서 비난과 압력, 의혹의 눈길을 받았지만, 창의성과 열정으로 그 어려움을 넘어섰다. BTS 노래 가사의 표현대로 피, 땀, 눈물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거친 뒤에 이룬 열매였다. 

‘너 자신을 사랑하고’, ‘너의 목소리를 내라’는 메시지 역시 이러한 자신들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BTS의 공연을 가까이 본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는 ‘무대 위에서 그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며 ‘마치 무대 위에서 7개의 바윗덩이가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일곱 멤버들이 발산하는 거대한 에너지 앞에 ‘우아!’ 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하!’ 하고 숙연해지고, 그 다음에는 ‘감동의 눈물’이 나고, ‘과연 나는 인생을 저렇게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 봤나?’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고 전한다.3)

BTS의 'LOVE MYSELF Global Campaign Video' 이미지. (이미지 출처 = 유튜브 Big Hit Labels 채널 동영상 갈무리)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BTS가 팀을 이루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젊은이들 사이에 갈등과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BTS는 Team Work를 통해 멤버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동반 성장했다. 곡 쓰는 능력이 없는 멤버가 곡을 쓰게 됐고, 안무 능력이 없는 멤버가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멤버 각자의 능력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으며 일곱 명이 완전체를 이루었다. 이는 모든 팀이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다. 그러면서도 멤버들 각자는 새로운 매력을 가진 남성미를 발산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은 전통적으로 지적이며 분석적이며 강한 에고를 가진 지배자로서의 모습을 이상화해 왔다. 그 결과 남성들은 자신의 희노애락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금기시했다. 이는 결국 남성 자신을 억압하고 제한하는 기제로 작용했고, 마침내 한 인간으로서의 진실한 모습을 분리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BTS는 굉장히 자유롭다. 감정 표현도 풍부하고, 화장도 하며, 심지어 얼굴도 여자보다 더 예쁠 수 있는 동시에 남성의 매력을 발산하는 매력적인 남성상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BTS의 모습은 아시아인에게뿐 아니라, 전 세계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새로운 남성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BTS의 특성은 이 시대 사람들의 보편적이고 존재론적 희망과 연결되어 있다. 그 증거로 ‘BTS의 경험은 한국 젊은이들의 경험을 한국어와 문화를 통해 토로하고 있는데, 이들이 한국적인 것(Koreaness)을 유지하면서도 세계를 향해 그리고 세계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4) 바로 이 지점은 복음으로 신앙하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복음적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할 자율성을 가지는지? 나의 현실 상황과 복음이 만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지? 그 지향하는 바가 복음적이면서 동시에 세상을 향하고, 세상을 대변하고 있는지? 

BTS의 '아이돌' 뮤직비디오 이미지. (이미지 출처 = 유튜브 Big Hit Labels 채널 동영상 갈무리)

한국 땅에 처음 그리스도교 신앙이 도입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당대 젊은 유학자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은 말 그대로 기쁜 소식(복음)이었다. 엄격한 신분사회의 부조리를 쇄신할 대안이었고, 그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그리고 엄격한 양반과 상놈의 신분제도 위에 구축된 윤리 도덕의 그늘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이들에게 해방을 주었다. 모든 이가 창조주이신 아버지 하느님 한 분의 자녀들이며, 각자가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고, 한 인간의 존엄성과 만민평등의 사랑을 실천했다. 이는 너무도 기쁘고 새로운 체험이었기에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이렇게 목숨을 바쳐 지키고자 하는 신앙이 있는지 묻고 싶다.

나날이 우리의 신앙이 허약해지고 있는 이 시기, 오늘날 우리가 순교 성인들의 삶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은 세계 최초로 평신도에 의해 세워진 교회라는 자랑보다, 구체적인 삶의 현실에서 복음의 생활화를 가능하게 한 그 원동력-신앙의 자율성, 창의성과 열정-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는 순교 성인들처럼 나와 우리 시대 사람들이 겪고 살아내는 현실과 복음이 역동적으로 교류하고 상호작용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본래의 의미를 망각한 관행들, 지나간 시대의 신학에 기초한 규범과 규칙들의 답습, 다양성을 거부하는 획일적인 신앙생활과 교회운영을 지적하고자 한다. 왜 한국 천주교는 이제는 로마도 버린 과거의 법과 규칙, 관습, 관행을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지 질문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자율성, 창의적 열정이 인정되지 않는 곳에는 한 치의 다름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 결과 다양함을 선호하고 참여와 감동을 선호하는 이 시대 신앙인들은 형식적-의무적 신앙생활을 하거나, 냉담과 행불자가 되기도 한다. 

BTS의 '아이돌' 뮤직비디오 이미지. (이미지 출처 = 유튜브 Big Hit Labels 채널 동영상 갈무리)

한국 천주교의 상황과는 달리, BTS와 봉준호 감독은 예술을 통해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세계를 향하며, 세계를 대변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이라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봉준호 감독의 소감이 인상적이다. 삶의 도전 앞에 BTS가 보여준 삶의 태도-자율적이고 창의적 열정, 팀의 동반 성장-는 복음을 신앙하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남긴다. 복음적 창조성과 그 역동성에 우리 자신을 개방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 앞에 손익을 계산하다가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제 갈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불평과 불만 속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자기모순에 빠지고 말 것인가?5)

1) 비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교령, "우리시대", 1-2항 참조.

2) 홍석경 교수(서울대 언론정보학과) https://www.youtube.com/watch?v=jnkkNHc4-is

3)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4) BTS: A Global Interdisciplinary Conference Project (London Kingston Universty, 2020,1,4-5)의 행사 책임자 콜레드 발메인 교수, <연합뉴스> 이메일 인터뷰 중에서.

5)  '복음의 기쁨' 227-228 참조.

BTS의 '아이돌' 뮤직비디오 이미지. (이미지 출처 = 유튜브 Big Hit Labels 채널 동영상 갈무리)

이현숙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안 대학 선교학 전공)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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