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ARMY가 된 어느 수녀의 이야기 : 새로운 복음화 - 2]

BTS 현상을 접하면서 “등불은 침상 밑에 감추어 둘 수 없다”(마르코 4,21)는 복음 말씀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 신앙인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진정성을 발산한다면 우리 자신뿐 아니라 세상의 복음화에 영향을 줄 것이다. 오늘날은 그 어느 시대보다 말과 행동 사이에 간극이 크고, 그것만으로도 진정성이 상실된 시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인간적 조건에서 비록 말과 행동이 완전히 일치를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그 간극에 대해 오늘날 사람들은 예민한 촉을 가진다. 이번 칼럼은 선한 말과 행동의 일치와 관련하여 ‘감수성에서 진정성으로’라는 주제를 다루어 보려고 한다. 먼저 BTS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어떻게 수용하고 반응했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신앙 감수성에 대해 성찰하고자 한다.

2017년 3월 30일, 오사카 콘서트장에서 방탄소년단(BTS)과 팬들(ARMY) 모습.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오늘날 사람들은 과거처럼 일사 분란하고 합리적인 조직체계 아래서 획일적인 삶을 살기보다,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이 인정되는 공간, 다양성이 인정되고,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참여가 가능하고, 감동이 있는 그런 삶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 인생을 준비 중인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년들뿐 아니라, 이미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도 녹록지 않은 삶의 현실 앞에 힘겨워 한다. 무한경쟁, 적자생존, 승자독식이라는 삶의 구조 안에서 하루하루를 생존하기 위해 혹은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 BTS의 유엔 연설문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여러분 심장을 뛰게 만듭니까?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누구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떠하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여러분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 저는.... 다른 많은 사람처럼, 많은 흠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저 자신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고 천천히, 그저 조금씩 사랑하려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BTS의 노래 'MAGIC SHOP' 중에 “힘내라는 뻔한 말은 하지 않을게.... 그냥 내 이야기를 들려 줄게“라는 가사가 있다. 전반적으로 이들의 노래 가사들은 학교시스템에서 떠난 청춘들, 그 안에 있어도 불안한데, 그 밖에서 더 불안했을 BTS 멤버 7명 청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직 불확실한 자신들의 꿈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내고, 멤버들과 함께 고통을 겪어 내며 서로 격려하고 동반 성장해 가는 체험을 날것의 그대로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1) ‘21세기의 계급은 딱 두 가지’ - ‘있는 자와 없는 자’(등골 브레이커), ‘이게 무슨 정의이고 공평이냐’(뱁새), '그러나 우리는 BTS 스타일로 이를 극복했지'(쩔어)라고 노래한다. 

'방탄과 아미의 환상적 케미' 포스터. (이미지 출처 = 컴북스닷컴)

이러한 BTS의 서사는 이 사회의 억압을 받고 있는 청춘을 대변하는 소리가 되었으며, 청춘들이 인간 성숙 과정에 마주치는 내면의 어려움의 극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BTS의 인기를 외적 매력과 즐거움 때문으로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많은 ARMY는 인터뷰를 통해 BTS가 자신이 인생의 밑바닥에서 출구 없는 고통받고 있을 때 자신들을 구했다고 한다.2) 그들의 노래는 방황하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이 세상의 주변부에서 고군분투하며 무한경쟁 사회 안에서 각자 도생의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다양한 세대에게 해방감을, 용기와 열정을 불어넣어 주는 복음적 메시지였다.

BTS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일부 혹은 분신이 겪는 체험이라고 동감하는 ARMY들은, BTS와 함께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며, 같은 방향을 향하여 동반 성장을 한다. 이들은 BTS가 자신들을 대변해 준 것처럼, BTS가 겪고 있던 예술과 사회문화적 차원의 온갖 편견, 즉 희망이 별로 없는 중소기업에서 제작한 동양 K-POP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막아내 주었다. SNS를 통해 BTS의 인지도를 확산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비를 들여가며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고, 이러한 자신들의 활동을 세상 곳곳에 있는 ARMY들과 공유했다. 이는 가히 자발적 BTS 국제 통신망이라 명할 수 있었고,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 할 수 있는 변화를 주도했다. 즉 서구 중심, 백인 중심에 기초한 글로벌 사회 구조, 즉 자본과 미디어 권력을 거치지 않고, BTS을 세계적인 스타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3) 언론은 이러한 BTS와 ARMY가 이루어낸 대 사회적 메시지에 대하여 잘 다루지 않는다. 이 사회 주류계층들에게 불편한 사항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BTS와 ARMY 사이에 연결된 감수성은 진정성, 참됨을 이루어 냈다. 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신앙 감수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신앙 감수성이 시대에 뒤쳐진 신학에 기초한 신심 위주에 고착된 신앙이라고 한다면 지나치게 부정적인 평가일까? 물론 모든 신심 – 성모 신심, 성인 성녀들에 대한 신심,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신심, 여러 가지 기적에 대한 신심 등 은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성스러움의 체험에 기초하기에 그 자체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신심에 머무는 신앙 감수성으로 복음적 진정성과 참됨에로 이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2019년 12월 11일, 세계의 젊은 학자들이 BTS와 K팝의 특성을 파고들기 시작했고, 초국적 팬덤 문화를 넘어 관광산업과 창의산업, 미디어기술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BTS 현상이 한류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미지 출처 = 유튜브 YTN 뉴스 채널이 올린 동영상 갈무리)

오늘날 우리 신앙인들이 추구하는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심리적 안정과 평화. 좋은 관계, 물질적 복 등은 세상 사람들 역시 추구하는 것들이다. 물론 우리가 신앙을 통해 이런 것들을 얻고자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종교학에서 ‘종교의 보편적 기능은 성스러움의 체험을 통해 인간의 불안정과 한계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라 말하기 때문이다.4) 그러나 우리가 현세적이고 복의 추구에 그치거나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것들 즉 기적과 신비한 체험에 머문다면 복음적 진정성에 이를 수 없다. 

신심 생활의 목적은 하느님의 사랑과 이웃사랑을 기초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심리적 안정과 평화를 주고 사라지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가 처한 삶의 불안정과 한계 앞에서 자신에 대한 신뢰심을 회복하고 극복하며, 우리를 둘러싼 구체적 상황과 화해까지 이르러야 한다. 이는 개인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 안에서도 자신에 대한 신뢰심 회복과 화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앞서 본 BTS와 ARMY가 체험한 경험처럼 한 개인의 삶의 체험은 그가 몸담고 이는 사회적 현상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험은 우리의 삶에 각인되어 성숙한 인간, 성숙한 그리스도인, 성숙한 시민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그리스도인의 신심 위주의 신앙 감수성에 대한 성찰을 재촉한다. 교회는 신심 위주의 신앙 감수성을 담보로 교회 운영과 사업 확충에 더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교회 안에 소외된 이들, 이 세상의 변두리에 사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 주고 있는가? 특히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물으며, 교회와 세상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지? 제도 교회는 이러한 평신도들의 자율성은 통제하려 하는지? 아니며 지지하고 동반해 주고 있는지? 이러한 질문들은 복음적 진정성과 참됨의 증거를 위한 전제 조건일 것이다.

BTS의 세계 소울 투어 일정. (이미지 출처 = Big Hit)

1) https://www.youtube.com/watch?v=jnkkNHc4-is (참조: 홍석경, '우리는 왜 BTS에게 열광하는가?' 인터뷰 중에서

2) BTS의 존재와 노래가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증언들 온라인상에 넘쳐난다. 특히 해시태그 "#BTSIsNotYourOrdinaryBoyband"에는 BTS가 다른 boy band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경험들에 대하여 나눈다. (참조: [ENG SUB] EBS 방탄천국-방탄ISM 3.아미는 다르다(Episode 3. #ARMY is different. feat. 이지행 문화연구가)

3) https://www.youtube.com/watch?v=UoCwDAjcdlA (참조: [ENG SUB] EBS 방탄천국-방탄ISM 7.방탄소년단 위계질서를 파괴하다. feat. 이지영 교수, "BTS 예술혁명, 방단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 저자)

4) 반델 레에우, "종교현상학 입문", 손봉호, 길희성 역, 분도출판사. 1995, 88-89쪽.

이현숙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안 대학 선교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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