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ARMY가 된 어느 수녀의 이야기 : 새로운 복음화 - 1]

오늘부터 아이돌그룹 BTS의 활동과 현상이 주는 메시지를 통하여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찾아보는 'BTS와 새로운 복음화'를 4주간 금요일마다 게재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이현숙 수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땅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라’, ‘나의 증인이 되라’, ‘세례를 베풀라’, ‘내가 주는 힘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가난하고 병든 이에 대한 도움과 치유라는 사명을 주셨다. 이 사명을 받들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는 온 세상에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파했고, 세계 각지에 신자들 공동체인 교회를 건설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사명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전 세계 인구의 약 67퍼센트가 비 그리스도인이고, 그리스도 신앙을 받아들인 약 33퍼센트 역시 내적으로 더 복음화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의 선교 사명은 교회 안의 복음화와 교회 밖, 즉 세상의 복음화라는 두 방향을 포함하며, 복음의 외적 확장보다, 복음의 내면화라는 측면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

그러면 교회 안팎의 구체적 현실에 복음이 생생하고, 활발한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시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의 복음화가 필요하다. 오늘날은 인류의 사회적 문화적 변혁의 시기라고 일컬을 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별히 정보통신과 운송수단의 발달로 이민, 직장, 학업, 여행이 쉬워졌고, 그 결과 사람들은 국가, 민족, 종족, 문화와 종교의 경계를 넘어 실시간으로 소식을 접하거나, 서로 만나는 다원주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가졌던 사고방식과 가치, 삶의 태도와 행동방식, 욕구를 변화시켰고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렇게 세상이 변하면, 복음을 전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본 칼럼은 BTS 현상이 주는 메시지를 통하여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내가 BTS을 알게 된 것은 6개월 남짓하다. 작년 8월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서 BTS의 리더 김남준 씨의 ‘너 자신을 사랑하고, 너의 목소리를 내라’는 유엔 연설문을 접하면서, 급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연설문에는 이 시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절망과 좌절 그리고 꿈과 희망, 그리고‘ 나 자신은 누구인지?’ ‘왜 우리는 종종 넘어지고 휘청거려도 앞으로 계속해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이는 그저 낯선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BTS 자신들의 이야기였다.

2019년 5월, 방탄소년단(BTS) 멤버 전원. (사진 출처 = ko.m.wikipedia.org)

"초기 앨범 중 '아홉, 열 살쯤 내 심장은 멈췄다'는 노래의 가사를 돌이켜보면, 그때쯤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된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나는, 우리는 이름을 잃어 버렸고 유령이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하나의 안식처가 있었다. 바로 음악이었다.... 그러나 음악(을 통해 나의 진짜 이름을) 듣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많은 난관이 있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희망이 없다고 했고.... 때때로 그저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은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넘어지고 휘청거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한 뒤 우리의 메시지가 사람들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들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데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나는 BTS가 지향하는 가치관, 음악에 대한 열정, 선한 영향력을 알게 되었고 여기에 동참하고 싶어 자칭 BTS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BTS 현상을 통해 세상의 변화와 그 방향을 알고자, 다양한 영상물과 자료, 기록, 학술연구 등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BTS 현상은 예술을 통해 현 사회와 문화에 변화를 가져 오고 더 나아가 혁명을 이루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BTS와 이들의 팬들(ARMY)과 함께 이루어 낸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BTS가 데뷔한 이후 약 6년간(2013-19) 활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청년 7명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힙합과 K-POP 아이돌 두 장르를 포괄하면서 창의적인 음악을 발전시켰다. 이들의 발전과정은 BTS의 앨범인 학교 삼부작, 화양연화, WINGS, LOVE YOURSELF, MAP OF THE SOUL 등에서 잘 드러난다. 중소 기획사 소속이었던 이들은 국제적인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통용되던 경로 즉 충분한 재정적 지원과 미디어 권력-방송·연예 출연-을 거치지 않았다. 초기 BTS는 음악 시장의 주변부에서 자신들의 또래인 10대와 20대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SNS 통신망을 통하여 온 세계로 그들의 음악과 자체로 제작한 콘텐츠를 배포했다. 이를 통해 BTS의 실력과 선함, 진심을 알아본 ARMY들은 BTS를 온 세계에 확산하는 데 열렬하고 헌신적으로 기여하였다. 

2020년 제임스 고든쇼에서 BTS가 'BLACK SWAN'를 발표한 장면. (사진 출처 = CBS 제임스 고든쇼 갈무리)

이들의 인지도는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먼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물론 초창기에 사람들은 BTS가 발산하는 외적 매력에서 오는 즐거움 때문에 환호했을 것이다. 그러나 힙합의 DNA를 가진 BTS는 자신들에 대한 성찰과 대 사회적 비판을 담은 메시지를 담아내 이 시대의 사회와 문화적 부조리로 인해 고통받고 있던 청춘들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되었고, 차차 이들의 목소리는 인간의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문제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3-4년 전부터 BTS의 음악은 아시아권을 넘어서 영미와 유럽 지역으로 확산됐고, 아프리카, 이슬람 문화권,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에까지 그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BTS의 존재감을 60년대 비틀즈의 등장에 비교하곤 한다. <CNN>은 2019 연말 메인뉴스에서 2010년대 음악계를 변화시킨 10대 아티스트의 하나로 BTS를 뽑았다. 그 이유로 새로운 사운드와 퍼포먼스로 자신만의 음악 장르의 창조한 점, 전 세계 사람들에게 미치는 인상적인 영향력을 들었다. 이 인기가 좀 더 지속된다면 BTS가 세계 문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극찬하며, BTS의 팬이든 아니든 이제는 그들의 영향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제 한국 K-POP 아이돌에서 글로벌 아티스트로 거듭나고 있는 BTS는 음악을 통하여 언어의 제약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경계, 인종과 문화, 종교, 나이와 성별을 초월하여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예술을 통하여 다양성의 수용, 연결, 소통이 가능함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BTS은 지난번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에 이어 올 2월에 발표 예정인 앨범 'MAP OF THE SOUL: 7'에 담긴 수록 곡들을 현대 미술, 무용과 연결·교류하여 표현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언론은 이러한 일련의 시도들은 BTS가 자신들 음악의 상품성보다 예술성을 향해 발돋움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는 이상에서 살펴본 BTS 현상과 메시지가 우리 사회와 문화에 끼치는 영향력을 크게 세 가지, '감수성에서 진정성으로’, ‘열정과 창조적인 예술성’, ‘디지털 시대의 BTS와 ARMY’를 들고 싶다. 그리고 이 각각이 새로운 방법의 복음화와 연관시켜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1월 말, CBS 제임스 고든쇼에 출연한 BTS. (사진 출처 = variety.com)

이현숙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안 대학 선교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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