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정의 휘청휘청: 흔들리는 모두에게]

호평 속에 약진하고 있는 ‘블랙독’이란 드라마가 있다.

대략 줄거리는 이러하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기간제 선생님의 희생으로 살아난 고하늘(서현진 분)은 시간이 흘러 기간제 선생님이 된다. 중심 주제는 크게 둘로 보인다. 하나는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구하고 목숨을 잃었으나 기간제 교사이기에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던 선생님 두 분이 떠오르는 첫 에피소드 그리고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이다. 또 하나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체제에서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한 줄에 대학이 달린 고등학교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다.

'블랙독', vtN. (포스터 출처 = vtN)

결국 상위권 학생들을 위하여 돌아가는 학교

고하늘은 선생님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졌기에 그만큼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다. 누구보다도 따뜻하면서 열정적이며, 재직 중인 대치고등학교에 곧 정교사 임용이 있으므로 학교에도 잘 보여야 한다. 작품 자체가 학생보다는 선생님 위주의 내용이어서 중심인물의 극적 이야기와 연관된 학생들이 주로 등장한다.

극의 중후반까지 고하늘 선생님이 가장 마음 쓰는 두 학생이 있다. 입시에 깊은 관심이 있는 부모님의 전폭적 지원과 지지를 받으며 성적과 스펙을 착착 쌓아 가는 구재현. 그리고 입시설명회조차 오지 못할 만큼 바쁜 맞벌이 부모님과 살며,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공부까지 해야 하는 상위권 성적의 진유라다. 이 둘은 의대를 지원 해 볼 법한 성적과 생기부를 완성해 가고 있으며 학내 편법 심화반이라 할 수 있는 이카로스 동아리 학생이기도 하다.

완전히 다른 환경이지만 극상위권 학생들이다. 이제 막 학교 현장에서 교사로서 적응도 하고 진학부 담당교사로서 실적도 챙겨야 하는 고하늘 선생은 서로 다른 두 학생을 각각 어떻게 해서든 원하는 의대 진학을 이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나는 왜 자꾸 이 극에서 이름 한 번 불리지 못한 학생들이 눈에 밟히는 걸까. 요즘 청소년들이, 그러니까 학교에서 학생들이 영악해졌다고들 한다. 극 중에도 그에 대한 에피소드가 다루어진다. 학종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입시제도에서 생활기록부 한 줄은 너무나 소중하고, 그 한 줄에 담기는 교사의 정성에 따라 실로 대학이 결정될 수 있기에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애쓴다. 간혹 정말 무섭도록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태가 그리 변하였다고 해도 일상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지도자인 선생님의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한 청소년들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어디 청소년기만 그런가. 성인들도 직장에서 받는 칭찬 한 마디에 마음 약해지지 않은가. 인간이 관심과 칭찬에 목마른 존재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인데 학교라는 공간에서 그것을 듬뿍 받을 수 있는 것은 어떤 시대에서나 성적이었다는 것이 씁쓸해진다.

고쌤마저 그러신다면

고하늘 선생은 학교 현장에서 첫해를 보내는 선생님이다. 즉, 교사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진실한 모습으로 학생들을 만나는 때다. 극에서 그런 장면을 다 담지는 못하였으나 그 선생님은 한 아름 안고 있는 자료 속 학생들 모두에게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물리적으로 모두를 똑같이 신경 쓸 수는 없기에 가장 좋은 학교, 좋은 과에 갈 확률이 높은 두 학생에게 많은 시간 투자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극 중 설정이 대치동 한복판의 고등학교니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 열정적인 선생님의 눈에도 들지 못한 학생들은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있어 공교육의 도움을 얼마나 받을 수 있었을까. 극에서, 서울대를 비유한 것이라 추측되는, 의대를 갈 만한 성적의 두 학생에게 쏠리는 선생님들의 관심을 독점해도 괜찮은가. 이에 대한 불만은 그 다음 해, 학생들을 통해 터져 나온다. 심화반 자습실 테러 현장에서 붙잡혀 교무실에 끌려온 학생들은 참았던 울분을 토하며 “차별하잖아요. 우리 존재감 없다고 신경도 안 써 주고. 거기 못 들어간 애들은 쳐다도 안 보시잖아요.”라는 말을 쏟아낸다. 선생님은, 입시제도는, 그리고 사회는 어떤 대답을 떳떳하게 할 수 있나.

고하늘 선생님 반에서 앞에서 1, 2등을 하며 의사를 꿈꾸는 구재현과 진유라 말고 뒤에서 1, 2등을 다투는 학생들이 살고 싶은 20대는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무엇이 되고 싶을까, 그리고 어떤 삶을 살고자 할까. 그것을 물어 주지 않는 학교라는 공간은 교육을 하는 곳인가 입시학원인가.

우리의 교육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극 중 선생님들의 선생님인 윤여화(예수정 분) 선생님은 퇴임연설에서 이런 질문을 평생 해 왔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선생이란 뭔가.” 이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다. “좋은 교육이란 뭔가.” 평생을 고민해도 어떤 선생이 좋은 선생인지 모르겠다며 윤여화 선생님은 퇴임했으나 적어도 우리 사회는 어떤 교육이 좋은 교육인지 끊임없이 고민은 해야 하지 않겠나.

장예정(소피아)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인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본당에서 청소년들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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