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 주변에는 핵쓰레기장들이 함께 있습니다. 이 핵쓰레기들이 포화 상태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려고 하지 않고 은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발전 부지에 핵쓰레기장들을 추가로 지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최소 10만 년 이상을 보관해야할 고준위 핵쓰레기들은 처리할 기술도 없습니다. 핵발전소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름으로 경도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핵발전은 정부와 전문가집단 그리고 정치인들과 기업은 진실을 은폐하고 끝없는 거짓말과 회유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 부정한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장영식

핵발전소를 가동하면, 반드시 핵쓰레기가 생깁니다. 그러나 핵쓰레기를 핵쓰레기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용후 핵연료’ 또는 ‘핵 폐기물’이라고 말합니다. ‘사용후 핵연료’라는 말에는 핵쓰레기가 재사용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탈핵 진영에서도 이 말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한국은 국제조약에 따라 재처리를 할 수 없음에도 사용후 핵연료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모순입니다.

지금 핵쓰레기는 포화 상태에 있습니다. 중수로 핵발전인 월성 핵발전 단지 안에는 건식 핵쓰레기장이 있습니다. 건식 핵쓰레기장은 원자로에서 나온 고준위 핵쓰레기를 5년 정도 물로 식힌 뒤 공기로 식히는데, 콘크리트와 금속을 이용하여 방사선을 차폐하는 저장 방식을 말합니다. 경수로 핵발전 단지에는 습식 핵쓰레기장이 있습니다. 습식 핵쓰레기장은 핵쓰레기들을 저장 수조에 넣어서 높은 열을 식히는 것을 말합니다. 열과 방사능이 매우 높은 물질로 이루어진 핵쓰레기들은 핵발전소가 있는 부지 안의 저장 시설에 보관되고 있습니다. 고리 핵발전소 1호기처럼 영구 폐로를 선택한 핵발전소에도 핵연료봉 등의 높은 열과 방사능 피폭이 위험한 핵쓰레기들은 저장 수조에 보관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이것을 끄집어 내어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태입니다. 핵발전소 안에서 사용했던 옷이나 장갑 등의 쓰레기들은 월성 핵발전소가 있는 방폐장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핵발전 단지 내에 임시 보관 중인 위험한 핵쓰레기가 포화 상태에 있습니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핵쓰레기의 중간 저장 시설이나 영구 처분 시설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핵쓰레기 처분 시설을 받아들일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핵발전을 가동하고 있는 부지에 추가로 저장 시설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고, 이를 ‘임시저장소’라고 은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폐로가 확정된 핵발전소를 해체하는 것을 ‘산업’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경수로 핵발전소 해체를 위한 기술센터를 울산과 부산의 경계 지역에 건설 예정입니다. 중수로 핵발전소 해체를 위한 기술센터를 월성 핵발전소가 있는 나아리 일대에 건설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치 정부가 시혜적인 차원에서 핵발전소 지역에 해체 기술센터를 짓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방사능 피폭이 예상되는 핵발전소 해체 작업에 누가 지원하겠습니까. 지역의 정치인들도 마치 이 해체를 위한 기술센터를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은폐하며 자신들의 업적처럼 선전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를 이고 지고 살았던 지역 주민들은 ‘산업’이라는 언어의 꼼수에 경도되어 있습니다.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꼼수에 속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포화 상태인 핵쓰레기장 문제와 핵발전소 해체 기술센터의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과 함께 거짓 없이 올바르게 공유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국가의 책무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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