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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받는 이, 복을 짓는 이[유상우 신부] 1월 25일(설) 민수 6,22-27; 야고 4,13-15; 루카 12,35-40

경자년 설을 맞습니다. 올 한 해 <지금여기>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의 축복과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주님의 복을 빌어 드리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사제보다 부디 하느님의 복을 더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대신 내 아들과 딸, 내 남편과 아내보다는 조금 덜 받으시고 저보다는 몇 배 복을 더 많이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설이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서로를 위해 인사합니다. 그런데 어느 지역에 가 보니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라고 인사를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다소 어색했던 그 인사를 한동안은 잊고 있다가 한 번은 ‘복을 받는다’는 말과 ‘복을 짓는다’는 말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통상적으로 ‘받는다’라는 표현은 누구에게서 비롯되는 의미가 녹아나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수동적이지이요. 반면에 ‘짓는다’라는 표현은 주체적인 의미, 달리 말하면 나의 노력이 더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복을 받는 것과 복을 짓는 것 모두 나름대로 그 뜻과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설 명절의 미사 전례를 바라보면 ‘받는 것’과 ‘짓는 것’이 모든 것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복은 분명히 우리가 받아야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복을 받기 위한 우리의 삶 역시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복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요? 우리의 복은 다름 아닌 주님께로부터 옵니다. 설 미사의 1독서를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1월 1일에도 들었던 민수기 6장의 이야기이지요. 주님께서는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새해 덕담을 들려주십니다.

설날. (이미지 출처 = Pixabay)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민수 6,24-26)

새해에 서로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말을 성경에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명절 아침 서로를 축복하는 마음으로 이 성경 구절을 함께 읽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은혜와 평화를 주시기를 함께 기도하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1독서를 통해 복을 받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면 복음은 우리의 힘으로 복을 ‘짓는’ 길로 모두를 초대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비유에 대해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 말씀을 통해 알려 주고 하는 것은 짧고도 명확합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에 깨어 있는 것입니다. 그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설 미사 때 감사송을 통해 교회가 주님을 ‘시간의 주인’이라고 고백하는 것과 같이 말이지요. 그러나 그 순간이 다가와 주님께서 오셔서 우리 모두와 마주하는 것. 바로 그것이 최대의 축복이 아니겠습니까? 성찬 전례를 시작하면서 바치는 주님의 기도 후에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 한평생 평화롭게 하소서. 주님의 자비로 저희를 언제나 죄에서 구원하시고 시련에서 보호하시며 ‘복된 희망을’ 품고,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하소서."라는 사제의 기도처럼 말입니다. (복된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우리의 위대하신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우리를 그렇게 살도록 해 줍니다. 티토 2,13)

더불어 설 명절에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조상들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그분들이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드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본당에서 설에 교우들이 함께 모여 합동위령미사를 봉헌합니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살아 있는,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우리들 사이의 친교입니다. 명절이 되면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고 같은 시간을 보냅니다. 평소에 자주 볼 수 없었던 친척들과 이웃들과의 만남을 통해 친교를 가집니다. 그러기에 명절은 산 이와 죽은 이, 지금 나와 함께한 이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이를 위한 날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보다 세상을 먼저 떠난 우리 부모, 친척, 은인들에게 당신 빛을 비추시어 주님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주님께서 복을 내리시어 올 한 해 기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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