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하늘. (이미지 출처 = Pixabay)

사람 따라 다른 하늘

- 닐숨 박춘식

 

 

사람의 몸통 속까지

하늘이 이어져 있다고 말하면

걷다가도 잠시 서서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大氣)도 하늘이라고 여긴다면

숨결마다 하늘을 먹는 이치가 됩니다, 그때

우뚝 심호흡하며 몹시 놀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하늘은

저 멀리 있으니까

저 높이 있으니까

아주 먼 곳에서 별처럼 반짝거리니까

라고 중얼중얼하다가 말문이 움찔거립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20년 1월 13일 월요일)

 

하느님을 매일 만나야 하고 또 하느님께 걸핏하면 무얼 여쭈어 보며 말(기도)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하느님은 멀리, 높이, 거룩한 곳, 이른 새벽에 계시며, 더러움이 없는 곳, 시끌벅적한 곳이 아닌 고요함 속에, 성당에, 성직자 수도자 옆에 등등 계신다고 말을 자주 듣다 보니 하느님을 만나기 매우 어려운 분으로 여깁니다. 성속(聖俗)을 구분하는 방법부터 철저하게 공부하였던 성직자 수도자 교육 영향인지 신자들도 멀리 늘 조심하면서 먹먹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시를 적는다며 끙끙거리다 보니, 하느님께서 너무 불쌍하게 보시어, 어느 날 저에게 한 수 가르쳐 주신다며, 더럽고 시끄럽고 심하게 싸우고 볼품없고 재미없는 곳에서 만나자고 하십니다. 하느님은 아주 극심한 범죄 현장에도 계신다는 진리, 대죄인의 영혼 안에 늘 계시면서 아주 작은 틈이라도 도우신다는 진리를 모든 믿는 이가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 가득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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