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 측면에서 바라본 경부운하의 문제점들 -

종교인들의 순례

지난 2월 12일, 김포 애기봉에는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종교인들이 모였습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생명의 강을 모시고자 함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명박 당선인과 그 측근들이 연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경부 운하에 대해 종교인들이 운하를 추진하면 한반도의 강과 모든 자연과 생명이 죽어간다는 뜻을 100일 동안 그 물길을 따라 걸어가며 알리고자 하는 순례의 시작이었습니다.


한반도 대운하, 경부운하

우선 운하[運河, canal]는 내륙에 선박의 항해나 농지의 관개, 배수 또는 용수를 위하여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수로(水路)를 뜻합니다. 운하는 강의 뱃길과는 다릅니다. 즉 배가 다니기는 하지만 강과는 달리 물이 흐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부운하’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배가 다닐 수 있게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운하를 뜻하며, ‘한반도 대운하’는 경부운하와 함께 영산강과 금강을 연결하는 호남운하, 그리고 통일 후 물길을 따라 북한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운하를 통틀어 일컫는 명칭입니다.


우리의 취수원은 하천과 호수이다!

환경과 관련된 대운하의 첫 번째 문제는 바로 먹는 물 ‘식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식수 취수량의 88%를 하천과 호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강과 낙동강이 우리나라 인구 전체 2/3의 식수원입니다. 반면 독일의 경우에는 83%의 취수원이 우리와는 달리 지하수입니다. 이명박 당선인 측은 운하의 물을 직접 취수 하지 않고 '강변 여과 방식'을 도입하면 되고, 취수 지점을 북한강 유입지점으로 옮기면 물문제가 해결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엄청난 양의 물을 운하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식수원 자체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에는 유럽의 알프스나, 중국의 텐산과 같은 거대한 산이 없다는 점, 그리고 강변여과수라는 지하수로는 국민 전체 식수를 대신하기에 어림도 없다는 점입니다. 한강과 낙동강 변 강변여과방식과 취수지점 북한강 유입 지점 이전, 이 두 방식을 합해도 서울, 부산 시민 하루 공급 취수량 480만 톤의 30% 수준인 100만 톤만이 가능합니다. 현재 어느 나라를 가도 수원지에 운하를 띄우는 나라는 없습니다.


운하는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사업

두 번째는 환경 문제입니다. 이명박 당선인이 벤치마킹으로 생각하고 있는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의 경우 총 공사비의 1/5을 환경 분야에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운하가 건설 된 후, 지역 동식물의 종(種)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강은 산과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흐르고, 국토는 약 300에서1,500미터 높이의 산악지대가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운하건설은 이 같은 하천 생태계를 가장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사업에 속합니다. 다시 말해 고속도로 30개 넓이로 강바닥을 넓게 파고, 아파트 2층 높이의 깊이로 파내야만 배가 운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환경전문가들은 예상되는 생태계 파괴로 수변 습지 파괴와, 동식물 서식지 파괴를 이야기합니다. 낙동강 중류 지역에는 구미의 해평 습지, 대구 달성습지 등이 있으며 이곳은 두루미와, 오리, 기러기 떼의 중요한 중간 쉼터인데 이 쉼터가 사라지게 됩니다.



수질개선? 과연?

또 이명박 당선인 측은 "강바닥을 긁어내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크게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오랜 기간 강바닥에 쌓인 모래와 자갈은 강의 자정능력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물고기들의 산란장소로 생태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준설로 인한 수질 개선 효과는 극히 미미하고, 오히려 오염 유발 가능성 큽니다.


최악의 시나리오, 선박사고!

운하건설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선박사고입니다. 즉 사고로 배에서 기름이나 화학물질, 독성물질이 유출되면 상수원을 폐쇄하는 국가재난사태가 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 라인 강과 다뉴브 강에서만 한 해 수십 건에서 400여건의 선박사고 발생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의 양은 연간 200톤에 달합니다. 독일의 경우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취수원이 지하수여서 큰 문제가 없지만, 우리는 하천과 호수에 의존하기에 이는 상수원의 폐쇄를 뜻합니다.


경제적 가치가 아닌 생명의 가치로!

이외에도 공기오염문제 등 다양한 환경적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대운하는 결코 시작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우리 신앙인들은 '경제적 가치'가 아닌, '생명의 가치'로 대운하 사업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대운하는 인간의 경제적 필요로만 시작되려 하기 때문입니다. 또 대운하는 모든 피조물과 함께 살아가는 터전을 파괴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9년 세계평화의 날 담화문 10항에서 인간에 대한 환경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하며 “인간과 환경은 끝없이 서로 의존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맹주형 2008-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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