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와 다를 바 없는 이주여성의 결혼.. 1400만원짜리 인간이라니

최근 결혼 이주여성과 관련한 소송을 두 건 진행하고 있다. 한 건은 3년 전 가정폭력으로 가출해온 이주여성 A의 이혼 소송이고, 다른 한 건은 역시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이주여성 B의 양육권자 변경 신청이다. 두 여성 모두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에 45살이 넘는 낯선 한국 남성과 결혼을 하였고 남편으로부터 심각한 성적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하여 집에서 도망쳐 나와야했다. 지금은 24시간 놀이방에 아이들을 맡겨 놓고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분도 있겠지만 오늘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주여성, 1400만원짜리 인간

베트남이나 중국,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을 하는 과정은 인신매매와 다를 바가 없다. 한국 남성이 중개 브로커에게 돈을 주면(1400만원 상당) 그 남성은 현지로 결혼관광을 떠난다. 하루 이틀 현지를 돌아다니며 관광을 한 다음에는 브로커들이 보여주는 아가씨 관광을 한다. 수십 명의 현지 여성들을 불러다 세워놓고 한국 남성에게 선택을 시키는 것(일방적인)이다. 그렇게 하여 선택을 받은 여성의 집에는 브로커가 일정한 돈을 조금 떼어 준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주여성들은 자신의 남편이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장애인은 아닌지, 초혼인지 재혼인지, 자녀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혹시라도 미리 눈치를 채서 결혼을 거부하고 싶어도 브로커와 남편이 돈을 물어내라고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그녀들은 배우자를 선택할 자유권을 박탈당하거나 아니면 매우 제한된 상태에서 도박과 같은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출처: 여성주의저널 <일다>

이렇게 불평등하고 비인도적인 혼인과정을 거친 한국 남성들은 쉽게 자신의 배우자에게 “내가 너를 사왔으니 너는 내말대로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다시 팔아버리겠다” “집을 나가려면 돈을 내놓고 나가라”라는 말을 하며 마치 자신의 노예처럼 부리며 그에 수반하여 가해지는 물리적 폭력과 성적 착취는 이루 말로 설명하기도 힘들다(가정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고 반대로 여성이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내가 사온 물건이 달아날까봐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가르치지 않으며 바깥으로 외출도 시키지 않는다(반대로 아내의 외출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우리말을 잘하는 조선족의 경우 취업을 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종용하는 것이다). 폭력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말을 알지 못하여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으며 신고를 하면 된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폭력에 무기력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말을 못하기 때문에(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 이웃사촌도 사귈 수가 없다.

삶을 가르는 국적

내가 맡은 사건의 이주여성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이와 같은 폭력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도 그녀들에게 그것은 곳 ‘불법 체류=강제출국’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도망칠 수도 없고, 설령 집을 나온다고 하더라도 쉼터로 연결되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돌아가지 않는 여성들은 불법체류자의 신분을 안고 고용, 생활, 육아에 있어 매우 불안정한 지위를 안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성매매의 마수에 노출되기도 쉽다.

어려운 경제 형편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아이를 데리고 가출한 결혼 이주여성의 경우 그녀의 국적 취득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사실상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국적법 제6조 제2항 제4호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이혼한 결혼 이주여성도 법무부 장관이 상당하다고 인정한다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시행령에서는 3천만원 이상의 재산을 전제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들의 아이들은 엄마가 그저 F-2 비자를 가진 외국인이거나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주소지에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어렵고 병원에 가서도 비싼 진찰비를 내야하며 하다못해 단순한 가족관계등록부를 발급 받는 것도 불편한 것이다. 사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국민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의하여 외국인에게도 예외적으로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이 되어 있으나 이는 모두 적법한 외국인 체류자를 상대로 한 것이고 거의 홍보가 되지 않은데다가 우리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별의 대물림

아이들의 삶은 또한 어떤가? 2005년 당시 통계를 보면 전체 이주자중 약 37%가 이주여성으로, 국제결혼을 통한 이주는 13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2007년 행정자치부 조사에 따르면 국제결혼가정자녀 수는 4만 4258명에 이르며 조사에서 제외된 아이들(이혼이나 사실혼 관계로 태어난 아이들)까지 고려한다면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숫자는 엄청나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대부분 훗날 투표권을 행사할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외모가 달라서 혹은 우리말에 서투르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는 17% 이상에 달하고 아버지의 언어적 신체적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30% 가량에 이른다. 우리 사회의 차별과 배타로 인하여 이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주눅이 들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으로 자라게 된다. 그렇게 10~20년이 지나 그 아이들이 사회활동을 시작할 때에 몰고 오는 사회적인 파장을 생각해 보라. 그 아이들이 대학에 갔을 때, 공무원이 되려고 할 때, 군대에 갈 때, 투표를 할 때……. 우리가 어떻게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가?

모 수녀님의 긴급 전화를 받고 달려간 혜화동 경찰서에는 막무가내로 아이를 데려가겠다며 행패를 부리는 A의 남편이 있었다. 그는 A에게 상습적인 육체적 성적 학대를 하여 3년 전 A가 만삭인 몸으로 가출을 결행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그에게 화가 나서 물었다. “아내가 한국인이었어도 그렇게 했겠어요?” 그는 “한국인이라믄 뭐…”라며 얼버무린다.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나 자신의 모습부터 되돌아본다.

이소아 (인권위원, 변호사)

<기사제공: 천주교인권위원회>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