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동방 박사. (이미지 출처 = Pixabay)

2019년 예수 성탄 축일이

- 닐숨 박춘식

 

 

고요한 밤은

각종 전자기기가 갉아 먹었습니다

거룩한 밤은

넘치는 축제들이 멀리 쫓아 보냈습니다

한술 더 떠 지구 행성은 밤과 낮을 외면하는 듯

끝내 모든 생명을 불길 속으로 밀치고 있습니다

 

시끌벅적한 밤이지만 그래도 메시아를 만나기 위해

이사야를 먼저 만나야 하는지

모세의 광야를 거슬러 가야 할지

동방의 박사들에게 물어보아야 하는지

지금, 환영사 원고를 만드는 중인데

메시아 탄생 대축일이 눈썹 앞에 서 있습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9년 12월 23일 월요일)

 

자연이 서서히 죽어 가는 모습을 보며 무섭고 떨리는 마음도 캄캄하지만, 마음이 더 아픈 일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외면하면서, 돈을 밝히는 일에 몰두한다는 현실입니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다 이루어진다는 젊은이들의 생각을 심어 준 사람들이 바로 어른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앞날이 어둡습니다. 권력과 돈으로 귀족처럼 자처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우리나라를 지옥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맨날 싸웁니다. 교회나 사찰이나 성당에서도 선교나 운영 또는 돈 문제로 연신 짜그락거립니다. 뭔가 조금씩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여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성인 같은 분이 우리 가운데 계셔야 하는데, 성인군자가 안 보여, 자정 미사 때 한반도의 통일과 우리 가운데 성인 한두 분을 만들어 달라고 조르고 싶습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