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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쉬는 법을 배웠더라면[장예정의 휘청휘청: 흔들리는 모두에게]
전례력으로 새해인 대림 첫 주부터 청년 칼럼 연재가 시작됩니다. 세 번째 시작은 '장예정의 휘청휘청: 흔들리는 모두에게'입니다. 인권운동과 주일학교를 동시에 하며 느끼는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칼럼을 맡아 주신 장예정 씨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일상을 올림픽처럼 사는 한국에서

얼마 전 참여했던 토론회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한국 사람들은 일상을 올림픽처럼 살아간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매 순간을 쫓기듯 긴장하고 등수에 연연해야 하는 우리의 일상을 빗댄 것임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선 ‘쉬는 것=시간 낭비’라 치환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경쟁에 내몰린 우리는 누구도 입시라는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까닭에 학교에 다니는 순간부터 노는 법, 쉬는 법을 배울 틈도 없이 그 시기를 지나왔다. 그리고 지금도 청소년들은 그 시기에 그러한 것들을 터득하지 못하고 지나간다.

한국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산다. 앞선 올림픽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우리는 올림픽의 비유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체육선수들에게 올림픽은 그 자체가 꿈이고 한편으로는 피 말리며 준비하는 미래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 활용의 예' (자료 출처 = 한겨레 2012.03.26. 갈무리)

삶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라는 공간

검색창에 ‘쉬는 시간 공부법’이라는 단어를 치면 자투리 시간 10분을 모아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가 주르륵 나온다. 영어 단어 외우기, 수학 문제 2개씩 풀기. 이렇게 하루를 5번 모으면 얼마, 그 5번을 4번 모으면 얼마, 그렇게 1년을 모아 보면 할 수 있는 공부의 양이 얼마인지를 읊어 댄다. 그렇게 우리는 학교에서 단 10분의 ‘시간 낭비’도 허용하지 않는다. 방학은 더 이상 ‘야호 신난다’가 아니다. 방학이면 (고등학교의 경우) 우선 학교 보충수업이 열흘가량 이어진다. 조금 일찍 끝나는 이 시기에 학원들은 특강을 연다. 세부 특기사항, 일명 세특을 채워야 하는 학생들은 세특 한 줄이라도 더 채우기 위하여 방학도 쉴 틈 없이 그들의 스펙을 쌓아야 한다. 청소년들은 숨 쉴 시간도 없이 학교를 버텨 내고 있다. 흔히 학교가 학원과 다른 이유는 지식뿐 아니라 삶을 배우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삶을 배우는 이 터전은 진정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가르치고 있나.

2030세대의 번아웃, 학교에서 쉼을 배웠더라면

2030세대의 번아웃 증후군은 이제 조금 지겨운 주제일 지경이다. 사회 이곳저곳에서 번아웃을 고백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전부 소진되어 버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소진된다는 것을 깨닫고 적절한 때에 멈출 줄 알아야 완전히 고갈되기 전에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쉬는 것을 뒤쳐지는 것으로, 시간 낭비로 보아 온 사회에서 ‘좀 쉴게요’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내 스스로 쉼이 필요한 상태임을 진단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의 원인이지만 쉬는 것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이에 한몫 단단히 한다. 학교라는 공간부터 쉬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쉬는 시간에는 쉴 수 있게, 시험이 끝나면 단 며칠이라도 숨을 쉬게, 주말에는 놀게, 방학이면 쉬며 놀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의 학교는 그렇지 못하다. 쉬는 시간까지도 자투리 공부를, 시험이 끝나면 몰아치는 수행평가를, 주말에는 사교육을, 방학에는 방학특강을 듣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 잘 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쉬는 법 배우기. (이미지 출처 = Unsplash)

잘 쉬는 것의 중요한 점은 언제 쉬어야 할지를 아는 것이다. ‘시험 보느라 고생했으니 이쯤 한 번 쉬어야겠다’, ‘한 주를 열심히 보냈으니 주말에는 쉬어야겠다’. 이런 쉼의 지점을 터득하지 못하였으니 내 몸이 어떨 때 휴식이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옥죄어진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결국은 20대 혹은 30대가 된 이후 비명을 지르며 사회에서 도망쳐 나오고 있다.

제대로 쉬는 법, 청소년 때부터 연습해야

내가 느끼기에 무엇이 쉼인지, 어떻게 해야 잘 쉬는지는 각자의 삶에 따라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10시간 넘게 자야, 누군가는 음악을 들어야, 누군가는 맛있는 것을 먹고 수다를 떨어야 쉬었다고 느끼니 말이다. 겪어 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기 때문이며 이것이 청소년 때부터 스스로 쉬는 시간을 가져 봐야 하는 이유다.

쉬는 것이 죄악시된 분위기에서 성장한 2030의 비명소리를 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당장 청소년들이 쉬는 시간에는 책을 덮고, 방학에는 놀러 나가는 삶을 보장하자. 

장예정(소피아)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인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본당에서 청소년들을 만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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