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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는 어찌하누[시사비평 - 박병상]

1997년 소래포구에서 이른 아침에 출발한 작은 어선은 4시간을 달려 덕적도 인근 해역에 당도했다. 그 시간 바닷물이 썰물에 어느 정도 내려갔고 낭장망이 모습을 드러냈다. 60세를 훌쩍 넘긴 어부들은 능숙하게 낭장망을 끌어올렸고 묶인 어망의 끄트머리를 풀자 지난 하루 잡힌 물고기들이 뱃전에 쏟아졌다. 그런데 물고기는 계속 쏟아지는 해양 쓰레기에 금방 뒤덮이고 말았다.

정치망의 일종인 낭장망 20여 개가 토해낸 쓰레기는 어망과 부표 부스러기, 다시 말해 어업 관련 쓰레기가 많았지만 국적이 다양한 플라스틱 병과 비닐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뱃전에 쌓인 쓰레기는 모이는 족족 바다로 되돌려 버린 어부들은 포구에 귀항하기까지 잡은 물고기를 선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선별하는 과정마다 크고 작은 플라스틱을 분리해 버리느라 나이 든 어부들은 눈코 뜰 새 없었고 미처 분리하지 못한 아주 작은 플라스틱은 잡은 물고기와 더불어 공판장으로 실려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덕적도 앞바다는 우리 어선에서 버린 쓰레기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다. 어선에서 발생하거나 바다에서 건진 그런 쓰레기를 포구로 실어 오면 관계당국에서 상응하는 보상을 시행한 이후의 일이라는데, 대신 중국에서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압도적이라고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단체는 지적한다. 해마다 양자강으로 쏟아져 나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150만 톤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는 기사가 실리는데, 최근 백령도를 조사한 환경활동가는 보이는 플라스틱 병이 대부분 중국산이라고 주장했다.

등지느러미가 없는 작은 돌고래, 흔히 상괭이라고 말하는 돌고래가 서해안에 죽어 해변에 뒹구는 플라스틱 쓰레기 사이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개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이라는데, 바닷물에 휩쓸리며 흐물흐물 흔들리는 라면봉지와 비닐들은 배고픈 상괭이의 눈에 해파리로 보일 수 있다고 해양학자는 우려한다. 갯벌 매립으로 산란장을 잃은 물고기가 줄어들면서 먹이가 부족해진 상괭이는 해파리라도 삼켜야 했는데, 그만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절명하고 만 것이리라. 요즘은 어떤가? 상괭이보다 훨씬 커다란 고래들이 연실 죽어 나간다.

지구 곳곳 바닷가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들.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독일계 배달업체인 ‘요기요’가 우리 배달업체 ‘배달의민족’을 인수합병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제 음식 배달은 식당에서 고용한 직원의 몫이 아니다. 배달업체가 식당의 배달업무를 대행한다. 배달 건수에 따라 책정되는 수당이 늘어나므로 오토바이를 타는 배달 담당자는 시간에 쫓기며 격무에 시달릴 텐데, 사고가 빈발한다고 언론은 보도한다. 그렇더라도 배달업체는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는 모양이다. '요기요'가 '배달의민족'를 인수하며 지불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 위험천만한 배달로 생활해야 하는 이의 고충은 커지기만 하겠지.

아침에 음식재료를 배달하는 업체가 뜨고 있다고 한다. 출근하기 전에 식구들이 먹을 한 끼의 음식이 온전한 상태로 배달되기도 하고 1인 가구가 간편하게 요리할 다채로운 식재료들을 신선한 상태로 받을 수 있다고 업체의 홈페이지는 홍보한다. 그런 식재료와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원이 동원돼 수고를 할까? 그런 업체가 늘어나며 경쟁이 커지면 배달 담당자에게 지불될 수수료가 줄어들지 모르는데, 그즈음이면 혹사당하는 이가 더욱 늘어나겠지? 신선도를 불신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건 아닐까?

문제는 플라스틱 쓰레기다. 배달산업이 커질수록 플라스틱 쓰레기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지런한 주부들이 시장바구니를 고집하고 커피전문점에서 아무리 머그컵이나 텀블러를 선호해도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철저하게 분리해 재활용하면 된다고? 주변을 살펴보라. 후미진 곳마다 비닐과 플라스틱 병과 잔이 넘친다. 인구 5000만의 배달산업은 아시아를 넘어 13억 인구 중국의 배달산업으로 이어질 텐데,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독일 자본은 아시아 석권을 벼른다. 중국의 분리수거는 우리보다 철저하지 못하다는데, 호주 앞바다까지 퍼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점입가경으로 늘어나는 게 아닐까?

냉장고가 알아서 식품을 주문하는 시대라지만, 우리 부모들이 당연시했던 장보기와 조리하기로 돌아가면 어떨까?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을 구입하려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으로 가서 흥정하면 상인과 가까워질 수 있다. 농산물의 상태를 살펴보며 농부의 수고에 고마워할 수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줄어들고 음식을 나눌 가족과 이웃이 건강해질 수 있다.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운동 삼아 동네를 걸으면 땅과 하늘, 그리고 내 몸도 건강해진다.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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