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캐롤 부르는 인형들. (이미지 출처 = publicdomainpictures.net)

며칠 전 한 성당 성가대에서 전례 봉사를 하시는 분이 문의해 오셨습니다. 시기적으로 성탄이 머지 않은 대림 3주일 이후로는 미사전례 때 크리스마스 캐럴(carol)을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캐럴은 본래 성탄절이나 부활절 때에 부르는 민요풍의 종교적 가곡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어원적으로는 중세 프랑스의 윤무(輪舞) 카롤르(carole)에서 유래한 것이고요. 윤무는 우리나라의 강강수월래 처럼 원형으로 돌면서 추는 춤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춤에 어울리게 후렴구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었던 캐럴은 16세기부터는 민중적인 크리스마스 노래를 뜻하게 됐다고 합니다.(<가톨릭신문> 2019.12.8 기사 참조)

요즘이야 저작권 문제로 원곡들을 듣기가 쉽지 않지만 세속에선 보통 11월 말이 되면 성탄 트리 장식이 준비되고 길거리에선 종소리와 귀에 익은 캐럴 멜로디 울려 퍼집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고 별 생각 없이 캐럴은 지금 불러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문의해 오신 분은 성가대 안에서 여러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도 알려 주셨습니다. 반대 의견이 생기는 이유는 아마도 캐럴이 대림시기의 미사전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성가대원들과 신자들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림시기는 일차적으로 참회의 정신으로 보내게 되지만 미리 맛보는 기쁨도 반영한다”(전례사전 참고)는 의미를 기준으로 노래를 선별해 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대중적으로 알고 있는 캐럴 중에는 성탄절을 기다리는 마음이나 겨울에 관한 감상을 담은 노래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록 성가가 아닐지라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나 '징글벨' 등의 가사를 바꿔서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성가대 안에서 전례시기의 성가를 선별하는 데 서로 진지한 대화를 하고 계신 모습을 상상하며 응원을 보냅니다. 성가가 미사 분위기를 일정 부분 고무시키기도 하고 가라앉히기도 하기에 이런 숙고는 매우 의미 있습니다. 지금 지내고 있는 시기의 의미를 상기하고 마음을 가꿔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성가대원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래서 정리하면, 대림시기에 캐럴을 부를 수 있고 말고는 일단 노래의 가사가 대림에 어울리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시지도 않았는데 '기쁘다 구주 오셨네'는 시기 상조일 테니까요. 한편 대중적으로 익숙한 캐럴 멜로디에 대림시기와 어울리는 가사를 붙여 부르는 실험은 해 볼 만합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중시해야 할 것은 성가대원들 사이의 충분한 합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센터장, 인성교육원장,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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