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주한미군 내보내는 한반도 평화협정 실현 한마당에 송경동 시인의 시가 낭송됐다. 송경동 시인은 교통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임에도 시를 지었다. 송 시인을 대신해서 연극인 송바울 씨가 시를 낭송했다. 그 시의 전문을 싣는다.

 - 편집자


대한민국은 평화를 원한다

송경동

▲ 열정적으로 시를 낭송한 연극인 송바울 씨. (사진 / 고동주)

작년 내내 광화문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는 노래를 목놓아 불렀다
광우병 소고기를 물리쳐달라는 소박한 요구였지만
철벽에 갇히고 물대포를 맞아야 했다
한심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었다면
우린 그 노래를 새삼스레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옛 사상가 루소의 말을 빌리면
최소한 공화국은,
어느 누구도 자신을 팔아야 할 정도로 가난해서는 안되며
어느 누구도 다른 시민들의 굴종을 사버릴 정도로 부유해서도 안되는 사회다
모든 군주들의 필독서를 쓴 마키아벨리도
최소한 공화국은,
어느 시민도 가난을 이유로 공적인 명예로부터 배제되거나
오명을 얻지 말아야 되는 사회다

더더욱 그 공화정을 빼앗기 위해
제국주의 군대가 진주한 나라는
공화국이 아니다. 다른 어떤 민족과 민중들의 자율권과 삶을 빼앗기 위해
언제든 출격할 수 있는 다국적 침략군대의 주둔지가
공화국이 될 수는 없다. 그들 무력의 핵우산 아래에서
초국적 자본의 흡혈 이익만을 위해
모든 자유로운 삶-노동이 합법적으로 탄압받고 착취당하는 사회가
공화국이 될 수는 없다

더더욱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전에
정전 국가다. 잠시 전쟁을 쉬고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 국가. 모든 꿈이 절름발이일 수밖에 없는
모든 꿈이 확정적일 수 없는 과도기 국가
모든 보람과 일상이 일거에 뒤흔들릴 수 있는
위태로운 임시 국가다
언제라도 모두가 철거당할 수 있는 잔혹한 사회
그런 위협과 폭력과 협박이 일상화된 사회다

기회의 불균등을 위해 계획된
조건의 차별을 공고히 하기 위한
분배의 불평등을 위해 세워진
과정에서 평등을 말살하기 위한
이 음울한 정전 체재는 종식되어야 한다
이 불안한 분단 체재는 허물어져야 한다

안타깝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한민국은
아직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다른 무엇이 아닌 평화의 힘으로
다른 무엇이 아닌 평등의 꿈으로, 너와 내가
만개의 8천만개의 담쟁이 넝쿨손이 되어
정전협정 폐기 평화협정 체결의 파란 꿈으로 나아갈 때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 비핵화로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민주공화국의 초입 쯤
와 있음을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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