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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장애인 없다? 없는 것이 아니라 못 오는 것[인터뷰] 장애인 인권 지킴이 박종태 씨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애인을 위한 좋은 법을 만들고 물리적 장벽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이 일상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막는 불평등한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신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삶의 많은 부분에서 여전히 “장애인의 참여와 접근이 제한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민, 교회 공동체에 장애인이 동등한 일원으로 참여하고 그들의 고유한 공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간추린 사회교리” 148항은 “실질적이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여 장애인의 권리를 증진하여야 한다”면서 “각종 장애 철폐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인공관절 재수술만 두 번 받은 다리, 20대에 프레스 기계에 다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전국의 신축 성당을 다니며 장애인 시설을 살피고 그 실태를 기사로 고발해 온 이가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30년 넘게 장애인 인권 활동을 하며, 17년 동안 인터넷 장애인 신문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도 활동하는 박종태 씨(61, 빈첸시오)를 만나 봤다. 

장애인 인권 지킴이와 장애인 신문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하는 박종태 씨(빈첸시오). ⓒ김수나

“가톨릭에 망신을 주려는 것이냐, 깡패냐, 당신 때문에 행사가 안 된다, 그래도 기도는 하네” .... 그동안 그는 성당 장애인 시설의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욕을 듣거나 원망도 많이 샀다. 누구 하나 함께 목소리를 내주거나 돕지 않았지만, 그는 장애인 인권을 위해 일하는 것을 평생의 소임으로 여긴다.

1981년 다리를 다쳐 ‘사랑의 선교회’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뒤, 수도회에 들어갔지만 다리 재발과 결핵으로 건강이 나빠져 수도회를 나왔다.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다 세상 속의 수도자로 살며 장애인 인권 문제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의 소임은 객원기자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2002년 장애인 문제 전문 매체 <에이블뉴스> 창간 때부터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장애인 문제를 고발했다. 원고료나 활동비도 없었지만 자신의 기사로 장애인 문제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객원기자 활동한 지 17년 됐습니다. 사순절 40일 동안 기도하면서 주님께 매달렸어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제게 이 길을 가라 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능력을 주신 것처럼 저에게도 능력을 주시면 충분히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성당 장애인 시설 개선 주교회의 권고에 그쳐.... “변하지 않는 것”이 가장 힘들어

5년 전 그는 전국을 다니며 신축 성당의 장애인 시설을 조사했다. 그는 이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새로 지은 성당 건물에는 보통 1층에만 남녀 공용 장애인 화장실이 있어요. 공공건물이라면 1층에만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어도 남녀를 따로 만들게 돼 있거든요. 성당이 작아 어쩔 수 없이 남녀 화장실을 따로 만들기 어렵다고도 하지만 성당이 작아도 사제관 크기는 작지 않은데, 과연 사제관을 줄여서라도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겠다는 성당이 있을까요?”

당시 그는 강우일 주교(전 주교회의 의장)에게 편지를 써, 신축이나 리모델링하는 성당이 장애인 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하는 주교회의 차원의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의에서 의결되지 못했다. 다만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그해 세계 장애인의 날 모든 성당과 천주교 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5년이 지난 지금 바뀐 것은 거의 없다. 그는 자신의 요청에 대해 주교회의 안건에서 논의되고, 권고가 나온 것은 감사하지만 바뀐 것은 없어 실망스럽다. 그는 주교회의가 움직이지 않으면 개선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주교회의 차원의 매뉴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지하철 을지로3가역 화장실은 남녀 장애인 화장실이 따로 설치돼 있다. ⓒ김수나 기자
을지로3가역 장애인 화장실 안에는 세면대는 물론 기저귀 교환대와 유아용 안전의자도 마련돼 있다. ⓒ김수나 기자

또 장애인만이 아니라 신자의 고령화도 빨라지는 만큼 이들을 위해 성당 시설이 꼭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축 성당을 조사할 때 어느 신부가 주교회의가 논의하지 않은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장애인 시설도 법적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이니 강요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왜 세상 법을 따라야 할까요?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정의를 부르짖는 가톨릭 아닙니까? 이것이 정말 이웃사랑인가 싶어 상당히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런 인식에 대해 그는 법을 잘 알고 피해 가는 악용사례이며, 장애인 화장실에 대한 법률도 종교기관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공중화장실법’과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를 따로 설치하고,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이 쓸 수 있는 변기나 구조물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종교시설은 건축법상 공공시설이 아닌 ‘다중이용 건축물’이라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는 “종교시설의 장애인 화장실 설치기준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며, “종교시설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배려하는 공간이고, 특히 장애인은 몸이 안 좋아 종교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다른 곳보다 장애인 편의시설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신축 성당 대부분 장애인 화장실 남녀공용.... 차별 막지 못하는 법률, 인권은 어디에?

인식 부족은 물론 이러한 법 규정의 부족함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종태 씨는 올해 경기도 신축 성당 가운데 장애인 화장실을 남녀공용으로 만든 수원교구 몇몇 성당을 지난달 국가인권위에 진정 접수했다. 장애인 화장실을 남녀 공용으로 만든 것이 장애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4년 명동성당이 교구청 신관 등 건물을 새로 지었을 때도 그는 장애인 화장실의 미비점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지만 기각됐다. 국가인권위는 법을 어긴 것이 아니니 차별은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인권위에 진정을 넣고 명동성당 앞에서 한 달 동안 일인 시위를 하면서 그는 여러 비난을 감수했다. 

박종태 씨는 2014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한 달 동안 1일 시위를 벌이며, 서울대교구청 신관의 장애인 시설 문제점을 제기했다. (사진 제공 = 박종태)

그가 다니는 본당도 신축 중으로 내년쯤 완공되는데, 장애인 화장실을 남녀공용으로 만들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 장애인 인권운동을 한다며 전국을 다녔는데 정작 자신의 본당에 제대로 된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주임사제와 건축위원회 등에 이야기해 봤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

“화장실 시민단체도 이제 남녀 공용은 안 된다고 합니다. 공용일 때 사고도 자주 나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유독 장애인 화장실을 남녀 공용으로 만드는 것은 장애인 시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성당이 작아 장애인 화장실을 남녀 따로 둘 수 없다면 비장애인 화장실에 장애인용을 만들어 같이 써도 되는데, 장애인 신자들과 의논하거나 다른 방법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고 봤다.

화장실만이 아니다. 출입문, 제대, 기도실, 고해실 등 성당 시설물 대부분이 장애인뿐만 아니라 움직임이 불편한 노인도 쓰기 어렵다. 여닫이나 당기는 문,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기도실과 제대, 무릎을 꿇어야만 하는 고해실 등이 그렇다.

특히 그는 가톨릭의 대표 명소인 명동성당의 주차장이 이웃 종교인 영락교회나 조계사 등과 달리 주차요금에 장애인 할인이 없고, 2014년 교구청 신축 당시 장애인 화장실에 세면대가 없었던 것이 가슴 아팠다고 기억했다.

“당시 세면대가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장애인들에게 물어봤어요. 용변이 손에 묻으면, 소변줄을 쓰는 경우면 어떻게 닦느냐고요. 한 장애인이 어쩔 수 없이 대변기 물을 두 번 흘려보낸 뒤 손을 닦는다는 답을 들었을 때는 눈물이 났습니다.”

서울대교구청 장애인 화장실은 당시 그대로며 장애인 주차요금 할인도 아직 없다. 

서울대교구 가톨릭회관 주차장 입구. 이 주차장은 장애인 할인이 없다. ⓒ김수나 기자

“누구나 장애 겪을 수 있다.”.... 의자에 앉는 고해소, 경사로가 있는 제대 있어야

그는 “사람은 언제든 다칠 수 있고 아파서 몸이 불편해지면 누구나 장애 상황을 겪을 수 있다”면서, 장애인 시설에 드는 돈을 아깝게 생각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우리가 돈이 필요하면 저축하듯, 장애인 시설도 저축하는 마음으로 만들면 언제든 누구나 쓸 수 있어요. 이를테면 성당에 장애인 화장실이나 쉼터를 마련해 신자가 아니라도 장애인 누구나 지나가다 쓸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전교”라고 말했다.

고해소에서 무릎을 꿇거나 의자에 앉는 것을 몸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제대에 경사로가 있어 휠체어를 타고도 독서할 수 있고, 도움 없이도 쓸 수 있는 화장실.... 그는 장애인이 불편 없이 성당에 오는 것이 이웃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신부님은 우리 성당에 장애인이 없다고 하더군요. 화장실조차도 갈 수 없어 성당에 못 온다면 이것은 못 오게 막는 것 아닐까요? 아름답다고 건축상을 받은 용인의 한 성당에 가 봤습니다. 화장실과 교리실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려웠어요. 진정 아름다운 건물은 장애인, 노약자가 아무런 불편함이 없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2층에 있는 여자 장애인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 입구에 있으며, 남자 장애인 화장실이 따로 없으므로 남자 장애인도 공용으로 쓸 수밖에 없다. 안에는 변기만 있고 세면대가 없다. ⓒ김수나 기자

장애인이 냉담하게 만드는 성당 구조물, 모두의 책임

그는 장애인들이 기도하거나 피정할 수 있는 시설도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이 냉담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며 이를 그들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회교리는 공동선을 이야기합니다. 모든 책임은 공동으로 지는 것이죠. 교구장 주교님들이 더 관심을 두고 논의하길 바랍니다. 단 1층에만이라도 제대로 된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가톨릭이 인권을 강조하면서도 성당에서 서슴지 않게 차별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성당에서 장애인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아파하고 있어요. 이들을 돌보지 않고 차별하는 태도는 비판받아야 하고, 성직자들도 이를 깊이 따져 봐야 합니다.”

그는 가톨릭에서 잘못된 것을 눈감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배웠다. 마음이 아프고 서러운 날이면 그는 늘 기도한다. 세상 한가운데서 수도자처럼 기도하고 소명을 다하며 살겠다는 신앙 덕분에 그는 욕을 먹어도 혼자 싸워도 힘들지만은 않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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