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쌍용자동차 앞에서 미사

 

▲전종훈 신부는 "인권은 어느 장소, 상황에서든 보호돼야 한다. 정부는 사측의 인권침해에 대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7월 24일, 쌍용자동차 노조원의 점거 농성이 시작된 지 60여 일이 넘어가는 가운데,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을 찾아왔다.

사제단 총무인 김인국 신부는 "용산 천막에서 기도드리다가 쌍용자동차 가족의 호소와 눈물을 보고 달려왔다"며 20만이 살기 위해서 천명이 죽어야 되겠다는 생각은 "하느님이 용납할 수 없는 사악한 생각"이라 못 박았다.

김 신부의 선창에 맞춰 미사에 참가한 이들은 촛불과 휴대폰을 흔들며 "함께 사는 것이 옳습니다!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이에 도장공장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이 불빛을 흔들며 화답했다.

▲"사랑합니다!" 미사에 참여한 이들이 공장 안에있는 노조원들에게 외치고 있다.

▲공장 옥상 위에서 노조원들이 불빛을 흔들고 있다.

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는 "오체투지를 통해 이곳을 지나쳐갔다. 그 당시 노조원들과 대화를 나눴을 때는 상황이 잘 풀릴 것 같았는데, 아직도 진전이 없어 갑갑한 마음"이라며 강론을 시작했다.

전 신부는 제2의 용산참사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이곳에서 참사가 발생할 경우에는 수백명의 희생자가 나올 수 있음을 우려했다. 전 신부는 "파국을 막는 방법은 대화를 통한 타협이다. 지금은 노사정 대화가 필요한 때이지 결코 공권력을 투입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사 끝에 전 신부는 "끝내 우리가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저희들을 축복해주시고, 저 안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어 언제나 가족들 사랑 안에서 거듭된 행복의 삶으로 새로이 살아나갈 수 있도록 축복하시고 은총 베풀어 주소서"라며 미사에 참례한 이들과 공장 안의 노동자들에게 강복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이현수 조직국장은 신부들에게 "물과 음식이 끊겼다. 소방용수도 잘라내서 화재라도 발생하면 정말로 아찔하다"며 쌍용자동차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국장은 "물도 필요하지만 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심리상담이다. 700명 정도가 안에 있는데 한 명이라도 마음을 잘못 먹어 사고를 치면 공장에 신나가 가득 있기 때문에 모두가 죽게 된다"며 심리적 도움과 관심도 절실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사측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장점거를 풀라는 선무방송을 해 노조원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사측의 선무방송은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됐다.

한편 노사 양측은 오늘 오전 대화를 나누기로 했으나 무산됐다. 사측은 구체적인 대화 일정을 제시하지 않아 언제 다시 대화가 이루어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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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남편 힘내라!"라는 티셔츠를 입고 기도하는 쌍용차 노동자의 가족

▲김인국 신부와 아이들이 악수를 하는 뒤편으로 "우리는 우리의 내일을 믿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전종훈 신부 미사강론 전문>
"공권력 투입은 안됩니다"

제2의 용산참사를 막아달라는 가족들의 절규에 부족하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왔습니다.

반민주 반민생 반평화 정권이라고 MB정권을 규정합니다.
곧 사람이 중심이 아닌 권력과 자본(돈과 재벌)이 중심인 정권이다 보니 반민주 반민생 반평화가 만연합니다.

"함께 살자는 생각이 함께 죽자로 바뀌었다." 한상균 노조지부장의 말입니다.

회사측은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해고를 당한 노조원들이 생존권 투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회사 회생과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만으로 정리해고의 목적이 비용절감이라면, 노조의 요구가 묵살 되어서는 더욱 안됩니다.

파국을 막을 방법은 대화를 통한 타협뿐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노사간 대화가 필요한 때이지 공권력을 투입할 때가 아닙니다.

정부부터 노사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데 적극 나서야 합니다.

경찰은 용산참사 때와 같은 토끼몰이식의 무리한 진압작전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인권 보호는 어느 공간, 어느 장소에서도 지켜져야 합니다.
경찰(공권력)은 이 원칙을 벗어나는 사측의 폭력을 방조해서는 안됩니다.

인간의 생명권과 건강권은 인권의 기본입니다.

공장 안 노동자들에게 음식이나 의료품 의료진이 들어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반인권적, 비인도적 처우입니다.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아무리 사측과 용역이 막아 설 지라도 의료진과 음식, 의료품이 들어가도록 강제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방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경찰력 투입이 아닙니다. 생명권의 보호입니다.

아무리 사측재산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개인의 생명에 우선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에 더해 지금도 공권력인 경찰이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공권력의 과잉 도입이라 할 수 있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한다면 이는 직접적인 살해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용산참사에서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즉시 의료진과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간절히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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