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단 시국문제 해결 촉구 미사

▲김일회 신부가 시국선언문을 읽고 있다.
"자신의 악한 길과 제 손에 놓인 폭행에서 돌아와야 한다는 요나 예언자의 외침에 큰 도시의 사람들과 왕은 자루 옷과 잿더미에 올라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였듯이 우리 사제들의 외침에 이명박 정부는 자신을 바라보며 회개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7월 24일,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들이 경인운하 반대와 시국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9일 단식기도를 마치면서 봉헌하는 미사 중에 시국선언을 했다. 이 선언문에는 인천교구 사제 243명 중에서 193명이 서명을 했다.

인천교구 사제들은 지난 4월부터 경인운하 사업의 허구성에 대해 고발해왔다. 이들은 "경인운하의 건설을 중단하고 굴포천 방수로 사업으로 환원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용산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 쌍용자동차 노사문제에 대한 방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미디어법의 국회통과, 힘의 논리로 가져가는 남북관계, 1등 지상주의를 조장하는 현 교육정책'들을 보며 "요나 예언자처럼 큰 성읍으로 가서 그들의 죄를 고발하여 외치라"는 하느님의 명을 들었다고 했다.

미사 중 강론에서 문정현 신부는 "감히 말합니다. 피눈물을 흘리는 이웃이 있는데, 따뜻한 밥을 먹는 것은 대죄를 짓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용산과 평택, 고통받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교회와 신자들에게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인천교구 답동성당에서 열린 이날 미사에는 성가대석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신자들로 가득 찼다.

▲24일치 일간지에 실린 인천교구 사제단의 시국선언문

 

경인 운하 반대와 시국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9일 단식기도를 마치며 [전문]

"일어나 저 큰 성읍으로 가서, 그 성읍을 거슬러 외쳐라. 그들의 죄악이 나에게까지 치솟아 올랐다."(요나서 1,2)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들은 요나 예언자처럼 큰 성읍으로 가서 그들의 죄를 고발하여 외치라는 하느님의 명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불의한 사건들에 대해 하느님의 말씀을 이 사회에 선포하지 않았음을 먼저 고백합니다. 인천교구 사제단은 이번 9일 단식기도를 통해 대한민국에 만연되어 있는 죄악들을 바라보며, 회개하라고 외쳐야 하는 예언자의 소명을 가지게 됩니다.

먼저 인천교구 사제들은 인천교구 지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인운하 사업의 허구성에 대해 지난 4월부터 고발해왔습니다. 경인운하는 한반도 대운하의 첫 삽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도 문제이며, 자연의 많은 생명체들이 죽어가고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경인운하 사업의 부당함을 알립니다.

또한 사제들은 용산참사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켜보면서 인간의 존엄성마저 개발논리에 묻어 버리는 정부의 반인권적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해 인권의 궁극적 원천이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졌음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 개개인에게 주어진 존엄성에 인권의 뿌리가 있음을 가르칩니다. 그러나 용산참사를 바라보면서 공권력을 사용하여 인간의 생명을 유린한 정부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는 유가족들에게 하루 빨리 용서를 청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장례 절차와 보상 그리고 죽은 영혼들의 인격적 위상을 회복해 주시길 요구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쌍용자동차의 노사문제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한 모든 고용문제에서도 심각한 인권과 인간존엄성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정부의 역할이 마치도 특권계층을 위한 대변인으로만 전락되어 있음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현 시점의 여러 문제들은 현 정권의 정치논리에 이용하고, 대기업과 재벌신문에 혜택을 주면서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국회에서 미디어법을 통과시킴으로서 언론의 공공성에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하였습니다. 미디어법 국회통과를 보면서 우리 사제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마르코 4,22)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정부와 한나라당은 기억하길 바랍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오 5,9)라는 말씀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힘의 논리로 흡수 통일을 지향하기보다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평화 통일의 노력을 몸소 실행하길 바랍니다.

우리 사제들은 인간존엄성과 가치, 그리고 모든 생명의 고귀함을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현장의 한계를 봅니다. 오직 경쟁을 통해 남을 이겨야만 하는 1등 지상주의를 조장하는 현 교육정책은 청소년들을 인격적 성숙의 단계로까지 양성하지 못합니다. 또한 창의적이고 참된 자아의 성숙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정책이 필요함을 느끼며, 참교육을 위한 일선 교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길 바랍니다.

자신의 악한 길과 제 손에 놓인 폭행에서 돌아와야 한다는 요나 예언자의 외침에 큰 도시의 사람들과 왕은 자루 옷과 잿더미에 올라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였듯이 우리 사제들의 외침에 이명박 정부는 자신을 바라보며 회개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분이십니다. 그분은 회개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자비를 내려주십니다. 그렇지만 회개를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멸망의 길(창세기 19장 참조)을 주신다는 성경의 교훈을 이명박 정부와 위정자들, 그리고 이 시대의 모든 특권층들이 깨달았으면 합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를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단의 요구>
- 이명박 정부는 인천 지역 환경 파괴의 주범인 경인운하 건설을 중단하고 굴포천 방수로 사업으로 환원하라.
-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의 이름을 달리한 4대강 사업을 백지화하라.
- 이명박 정부는 용산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진상을 규명하라.
- 이명박 정부는 특권층만을 위한 정책을 멈추고 서민들을 위한 소통의 정책을 시행하라.
- 이명박 정부는 재벌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장악을 위해 개정된 미디어법을 파기하고,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라.
- 이명박 정부는 쌍용자동차 노사 무넺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를 해결하라.
- 이명박 정부는 평화통일의 마중물인 6ㆍ15선언과 10ㆍ4선언을 이어 받아 성실히 이행하라.
- 이명박 정부는 무한경쟁과 사교육 조장을 중지하고 아이들에게 참 희망을 주는 교육 대책을 마련하라.

2009년 7월 24일
경인운하 반대와 시국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단 일동

<서명자 명단 -총 193명>
강선욱 강선욱 강영식 강용운 강윤희 고동현 김규성 김규엽 김기태 김기현 김대선 김덕원 김동철 김미카엘 김민중 김병상 김복기 김부민 김상용 김상인 김성만 김성수 김성진 김성훈 김성휘 김수철 김승욱(베) 김승욱(미) 김영욱 김윤석 김인섭 김일회 김재수 김재영 김재욱 김정대 김정수 김종민 김종성 김주현 김준석 김준태 김지훈(토) 김지훈(펠) 김진규 김태영 김태헌 김태현 김태환 김학선 김한용 김혁태 김현석 김현수 김형찬 김흥주 나범율 나병식 남상법 도종범 라현준 문용길 민동규 민영환 박광선 박규남 박병석 박병훈 박복남 박요환 박유양 박임호 박제성 박종훈 박찬용 박형순 박희중 배효식 백순기 빙상섭 서성만 서인덕 서철원 성제현 손광배 손정혁 송기철 송용민 송재훈 송준회 송태일 송형훈 신교선 신대근 안규도 안규태 안승현 양주용 어경진 오경환 오병수 오승준 오용호 유성현 유승경 유승학 유영훈 유창우 윤만용 윤승일 윤자면 윤하용 이경환 이근일 이덕상 이덕진 이민주 이범석 이병찬 이봉영 이상희 이성득 이성만 이용권 이용옥 이윤하 이재규 이재천 이재학 이준배 이준희 이찬우 이춘택 이치국 이태성 이현수(바) 이현종 이홍일 임헌옥 임현택 장기용 장동훈 장병민 장준혁 장태식 전대희 전승진 정귀호 정병덕 정병철 정 봉 정성일 정성종 정승익 정신철 정연섭 정윤섭 정인화 정장근 정지원 조명연 조성교 조승연 조용수 조호동 주현철 지성용 차동엽 차혁준 차호찬 최경일 최민섭 최병학 최상진 최인비 최형호 최화인 태진우 한관우 한산동 한의열 한재희 허 홍 현상옥 호인수 홍성훈 홍승모 홍창만 홍현웅 황상근 황성진 황창희 황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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