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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빛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유상우 신부] 12월 1일(대림 제1주일) 이사 2,1-5; 로마 13,11-14ㄱ; 마태 24,37-44

이번 주일 교회는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대림시기를 맞게 됩니다. 주님 탄생의 그 밤에 들을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이사 9,1)- 그 말씀처럼 대림시기를 통해 우리는 세상의 빛으로 오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게 됩니다. 판공성사를 보고, 나름대로의 신앙생활의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는 모든 것이 세상의 빛으로 오실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는 각자의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대에도 대림환이 놓여 있습니다. 매주 초를 하나씩 켜면서 빛이신 예수님을 맞을 준비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림시기를 의미하는 하나의 상징이 바로 빛입니다. 오늘 전례의 독서들 역시 빛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이사 2,5)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세상에는 많은 빛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빛이 나는 속성만 가져서는 참된 빛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거짓된 빛을 발견합니다. 나 자신을 가두고 유혹하게 만드는 수많은 빛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거짓된 빛은 분열과 갈등이라는 더 큰 어두움으로 우리를 끌고 갑니다. 순간순간 자극적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그 수많은 빛은 어두움을 뒤에 숨겨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된 빛, 주님의 빛은 다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참된 빛의 결과를 잘 보여 줍니다. 참된 빛은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 줍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이사 2,4) 칼과 창은 무력을 의미하고 보습과 낫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상징합니다. 이와 같이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고 외치는 이사야 예언자는 참된 빛을 만나게 될 때, 폭력과 억압에서 벗어나 모두가 자신이 삶을 누릴 수 있는 평화가 실현됨을 이야기합니다. 그러기에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로마 13,12)라고 말하며 주님의 빛을 받아들일 것을 강조합니다. 빛이신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에 알맞은 말씀이지요. 그렇게 세상의 모든 거짓 빛들을 물리치고 참된 빛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로마 13,14)라고 권고합니다.

대림초. (이미지 출처 = Pixabay)

그렇다면 제대로 된 주님의 빛을 맞기 위해서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될까요? 우선 거짓된 빛을 가려낼 수 있는 지혜를 청해야 합니다. 일시적으로 나를 유혹하는 그 잘못된 빛에서 나올 수 있는 용기 역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주님의 빛을 밝히기 위해서 내 내면에 있는 어두움을 대면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어두움이 짙으면 짙을수록 작은 빛이라고 그 존재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과 같이 나의 삶 속에서 어떤 곳이 어두운 지를 솔직히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두움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두움 속에서 찾아오는 참된 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어두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중요한 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고해성사입니다. 많은 본당에서 대림시기 합동 판공성사를 실시합니다. 이왕 내가 고해성사를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것을 단순히 의무방어전(?)이나 형식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된 빛을 모시기 위해 내 내면의 어두움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가져 보시기를 바랍니다. 나의 부족함을 주님께 솔직히 고백할 수 있는 용기, 나의 어두움을 직면할 수 있는 그 용기를 청할 때 대림시기에 하는 고해성사의 그 은총이 더욱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렇게 어김없이 올해도 대림시기가 돌아왔습니다. 끝을 향해 달려가는 세상의 달력과 시작을 맞는 교회의 전례력 사이에서 들뜨기 쉬운 요즘입니다. 그 속에서 단순히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연말을 맞는 대림시기로 머물지 않기를 바라 봅니다. 분명 시기가 주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설렘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감정과 설렘을 억지로 제어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나 혼자 동떨어져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우리를 유혹하는 거짓된 빛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돌아서는 것입니다. 대림시기를 시작하며 들려오는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이사 2,5)라는 말씀에 응답하여 대림시기 끝, 주님의 탄생의 밤을 맞아 우리가 들을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이사 9,1) 이 말씀을 기쁘게 맞을 수 있는 복된 대림시기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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