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교회로”

“세상에 봉사하러 오신 예수님처럼 교회가 세상과 지역사회에 봉사해야 합니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남성리에 있는 황간 성당(청주교구) 주임사제 김태원 신부가 옛 성당 건물이자 40년 동안 유치원으로 쓰던 프란치스코관을 카페로 만든 이유다.

이 카페 건물은 황간 공소가 성당이 되면서 1957년 지어졌고, 지난 40년 동안 유치원으로 쓰였다. 2017년 아이들이 없어 유치원이 문을 닫은 뒤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올해 6월 카페 '루하'로 문을 열었다.

카페가 흔한 도시와 달리 남성리는 작은 시골마을이라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없어, 황간 성당에 카페가 만들어지자 신자들보다 지역주민들이 더 좋아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커피나 차만 마시지 않는다. 매달 마지막 목요일 저녁 7시가 되면, 신자는 물론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그동안 성악, 목관, 현악 등 교향악과 판토마임 공연 등이 열렸다.

평생을 살며 문화공연을 거의 접해 보지 않은 이곳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공연 때마다 깊이 몰입하며 위로와 활력을 얻는다.

청주교구 황간 성당 주임 김태원 신부. ⓒ김수나 기자

김 신부는 “할머니들이 무척 좋아하신다. 이런 것이 신앙공동체의 매력”이라며 “서로 달리 살아온 인생을 문화를 통해 공유하며 삶을 나누는 것이 신앙이고, 성당은 지역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봉사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회는 신자들과 지역주민을 위한 악기 레슨으로 이어졌다. 현재 15명이 매달 5만 원을 내고 바이올린과 첼로 레슨을 받는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부터 70대 어른까지 다양한 나이대가 악기를 배운다.

도시와 달리 이곳은 악기를 배우거나 문화공연을 감상할 만한 곳이 없어 신자와 지역주민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암 투병 중인 한 신자는 첼로를 배우며 삶의 의욕을 얻고 있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화공연을 위한 비용은 전액 카페 수익금으로 낸다.

시골이라 젊은 사람의 방문이 없는 편이었는데, 카페가 생긴 뒤로 많은 이가 찾아온다. 성당 옆에 근린공원이 생기면서 다른 지역 사람들과 신자들도 자주 찾는다.

김 신부는 “교회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 사회의 봉사를 받는 교회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세상에 봉사하러 오신 예수님처럼 교회가 세상과 지역사회에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간 성당 카페 내부 모습. ⓒ김수나 기자
카페 가장 안쪽에는 기도실이 있어 언제든 누구나 와서 조용히 기도할 수 있다.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의 배려로 기도실에는 감실(성체를 모신 곳)도 있다. ⓒ김수나 기자

황간 성당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전규홍 회장(로벨또)은 “카페를 만들고 보니 생각보다 지역주민이 많이 활용한다. 지역사회와 함께 가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신부님의 사목 방침이 잘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 “카페 수익금을 지역에 돌려주기 위해 매달 음악회를 여는데 많은 이들이 찾아주니 자연스럽게 선교도 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조수언 총무(가브리엘)도 “우리보다 외부인들이 더 좋아하고, 여기서 생일잔치도 하러 온다”면서 “우리가 좋은 모습을 보여 줘 방문객이 마음 열려 다시 온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간 성당은 1957년 황간 공소에서 본당이 되면서 새 건물을 지었다. 1950-70년대까지 30년 동안 미국 사제들이 시학소, 신협, 양돈사업 등 당시 2만 달러를 들여 지역사회가 자생할 수 있도록 도왔다.

1957년 황간 성당을 지을 때 땅을 기증한 당시 공소회장 손광서 프란치스코(제1대 전교 회장)를 기려 카페가 있는 건물의 이름을 프란치스코관이라고 지었으며, 성당 종소리가 들리는 곳에 묻어 달라는 유언에 따라 성당 바로 밑에 안장됐다.

황간 성당이 있는 영동지역은 1800년대에는 박양여, 이봉준, 장용구 등 순교자들이 피신한 지역으로, 이 지역에 살던 임진규 씨(그레고리오)가 3.1 만세 운동에 적극 동참해 독립유공자가 되기도 했으며, 2002년 태풍 루사 때는 성당에 임시 수재민 캠프를 마련해 봉사했다. 

(왼쪽부터) 카페 앞에서 황간 성당 임순철 사무장, 조수언 평협 총무, 전규홍 평협 회장.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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