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 촛불의 도화선 백남기, 그러나 농민의 삶은....

‘생명평화일꾼 백남기 농민 기념사업회’가 창립됐다.

2015년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이 민중총궐기에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4년, 2016년 9월 25일 317일간의 사투 끝에 세상을 떠난 지 3년 만이다.

기념사업회는 가톨릭농민회 광주대교구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등 농민단체를 비롯해 민주노총, 전국빈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초대 이사장은 백남기 농민 사건 당시 가톨릭농민회장이었던 정현찬 전 회장이 맡았다.

14일, 기념사업회는 창립 총회와 창립식을 열고, 농민으로서 생명평화일꾼으로 살다가 죽음 또한 1700만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된 그의 삶을 다시 기억하고, “백남기 농민의 나라 사랑, 농업과 농촌 사랑이라는 가치를 계승할 기념사업회 창립은 살아 있는 자들의 의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백남기 농민의 정신을 이어받아 농업 문제는 물론 평화와 통일, 민주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농어민과 도시공동체 장학사업, 농어민을 위한 교육과 문화 사업, 귀농정착 사업, 노동자와 빈민 연대 사업 등을 통해 차별과 소외가 없는 평화로운 통일 세상, 더불어 사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정현찬 이사장은 “백남기 농민이 제단에 바쳐져 1700만 촛불이 일어났고, 평화로운 집회로 박근혜를 끌어내릴 수 있었던 것은 생명평화일꾼 백남기의 정신, 우리 민중, 노동자, 농민의 힘이었다”면서, “그러나 촛불정권이라는 문재인 정권에서 노동자, 농민의 삶은 그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세계무역기구 농업 개도국 지위 포기는 농업를 포기하는 정책이라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보다는 농업이 나아지리라는 작은 희망은 있었지만 그 희망마저 분노로 변하고 있다. 기념사업회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백남기 정신, 이 땅의 농민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립식에 참석한 백남기 농민의 큰딸 백도라지 씨도 “(백남기 농민 사건 뒤로) 시간이 꽤 흘렀지만 농민들이나 국민들의 현실이 나아진 것은 없다”며, “기념사업회 창립이 마음을 모아 조금씩 현실을 바꿔 나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4년 만에 기념사업회가 창립됐다. ⓒ정현진 기자

기념사업회는 백남기 농민 사건 직후부터 활동해 온 백남기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2017년 하반기부터 준비됐다. 그동안 백남기 농민 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활동, 추모 미사와 추모 행사, 사건 백서와 백남기 농민의 투쟁과 삶을 기록한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 출판 등을 진행해 왔으며, 2020년에도 5월 보성밀밭행사, 9월 추모행사를 비롯한 학술과 연구 활동 등을 이어 갈 계획이다.

백남기 농민이 2016년 9월 25일 쓰러진 지 317일 만에 사망한 뒤 10월 1일부터 추모대회가 이어졌다. 경찰의 부검시도로 한달 여 뒤인 11월 5일에야 영결식이 치러졌고, 11월 6일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지에 안장됐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는 10월 29일 시작됐다.

2019년 7월 26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진상조사 대상 피해 당사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당시 살수 책임자였던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4명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법원으로부터 화해권고를 받은 주치의 백선하 씨는 불복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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